셜록 홈즈 걸작선 클래식 보물창고 12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민예령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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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즈음 보물창고에서 출간된 <명탐정 셜록 홈스와 붉은머리협회><명탐정 셜록 홈스와 얼룩무늬 끈>을 통해서 셜록 홈즈 시리즈를 접한 바 있다. 학창시절부터 추리소설을 좋아했던 탓에 셜록 홈즈 시리즈를 이 외에도 여러 권 접한 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보물창고에서 흥미진진한 여덟 편의 작품을 가려 뽑은 <<셜록 홈즈 걸작선>>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나는 또 셜록 홈즈의 추리에 빠져들 준비를 하고 있다. 홈즈가 보여주는 날카로운 관찰력과 치밀한 분석, 완벽한 추리력은 언제 읽어도 놀랍기만 하다.

1926년, 유명한 범죄 소설 작가인 아가사 크리스티(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명이다)가 실종되었을 때 경찰이 실제로 코난 도일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하니, '셜록 홈스'를 탄생시킨 코난 도일이 가진 관찰력이나 추리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상상력의 가치를 알 수 있지 않나?" (본문 73p)

 

이미 읽어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나는 또 긴장하고, 또 가슴을 졸였고, 또 놀라워했다. 이것이 셜록 홈즈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아닐런지. 읽을 때마다 느껴지는 긴장감과 놀라움은 1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사랑받아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던 거 같다. 셜록 홈즈의 추리는 놀라운 관찰력에서 시작되는데, 홈즈의 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추리가 왓슨에게 설명하는 내용을 통해서 아~!! 라는 감탄사를 내뱉게 한다. 특히 추리 과정을 듣다보면 왓슨처럼 "뭐야, 간단하잖아!" (본문 262p)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홈즈의 놀라운 관찰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예기치 못한 언니의 죽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긴 말인 [얼룩무늬 끈]으로 단서를 찾아가는 사건은 사건이 해결되는 결말이 되어서야 얼룩무늬 끈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 할 수 있었고, [경주마 실버 블레이즈]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이 범인으로 주목되면서 놀라운 반전을 보여주었다. [너도밤나무 저택의 비밀]은 그다지 큰 사건이 아닐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놀라운 비밀이 숨겨져 있었으며, 기이한 사건에 연류된 의뢰자인 바이올렛 헌터의 용기가 사건을 해결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더불어 그 사건을 추리해가는 홈즈가 가진 상상력의 가치는 실로 대단했다.

 

[사라진 공격수]는 홈즈로서는 사건을 해결해야만 했지만, 결론으로 볼 때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무의미했던 사건으로, 사건 해결에 급급하기 보다는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었던 홈즈의 매력이 더욱 부각되었던 작품이었다.

[붉은머리협회]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책에 수록된 작품 중에서 그의 상상력이 가장 크게 보여지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왓슨처럼 나 역시도 그 사건에 거의 감을 잡지 못했는데 아주 사소한 부분이라도 놓치지 않고 퍼즐을 맞추어가는 홈즈의 추리력은 가히 놀랍기만 하다. 영국과 이탈리아 사이에 오간 비밀 조약서의 원본 분실로 인해 힘든 상황을 맞이하게 된 왓슨의 친구인 퍼시의 사건을 담은 [해군 조약문]에서도 역시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범인이었던 반전이 있었던 이야기였다. 추리 소설은 반전이 묘미인데, 이 작품은 용의자로 보이는 인물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범인을 착각하게 하고 생각지도 못한 인물로 범인을 내세움으로써 즐거움을 선사한다.

[춤추는 인형]에서는 암호를 풀어내는 홈즈의 놀라운 능력에 감탄 할 뿐이었다. 홈즈가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는 했지만, 슬픈 결말이 안타까운 작품이다. 사실 암호를 풀어내는 홈즈의 추리력은 정답을 알려주었어도 제대로 풀어내기가 어려웠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군함의 설계도를 도둑맞은 사건을 담은 [브루스 파팅턴 설계도]는 한 나라의 역사적 사건 중 가장 흥미로운 사건이지만 역사책에 기록되지는 못할 이야기였다.

 

홈즈의 사건은 모두 극도록 끔찍하거나, 기가 막힐 정도로 우스꽝스럽거나, 굉장히 기이한 것뿐이었다. (본문 8p)

셜록 홈스의 사건은 그의 친구이자 조력자인 왓슨에 의해 기록되는데, 왓슨은 홈스를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홈즈는 돈을 벌기 위해 혹은 공적을 쌓기 위해 일하기보다는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 자체를 사랑하고 즐기고 있었다. 모 신문 사이트에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라는 제목으로 범의학 리포트를 연재하는 것을 읽어본 적이 있다. 이 사건들은 굵직한 사건현장을 누빈 베테랑 기자의 생생한 경험과 범의학 전문가 및 일선 형사들의 지문, 치밀한 수사기록 분석 등을 바탕으로 구성(서울 신문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中)되었으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뛰어난 관찰력과 치밀한 분석 그리고 최면술 등을 이용한 다양한 수사방법으로 미궁에 빠진 사건들을 해결한 내용을 기술하고 있는데, 사소한 증거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았으며 비틀어보고 판단하는 논리적 추리에 바탕을 두고 있는 홈즈의 추리능력은 현 사건을 해결하는 이런 과학적 분석 능력에도 전혀 뒤지지 않을만큼 완벽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게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탓에 최근 일본의 추리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지만 너무 획일적인 사건의 해결 방식이나 추리가 가능한 스토리, 너무도 뻔한 용의자들로 인해서 추리소설 본연의 느낌을 맛보기가 어렵다. 그런 탓에 추리도, 범인도 모두 예측 불가능한 <<셜록 홈즈 걸작선>>을 읽는 즐거움은 더 컸이며, 완역본으로 작품의 맛을 그대로 살렸던 탓에 그 기쁨도 두 배가 된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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