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자 동화 보물창고 54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찰스 에드먼드 브록 그림,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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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의 작품 <소공녀><비밀의 화원>은 어린시절부터 쭉 여러차례 읽어 온 작품인데 반해 <<소공자>>는 그리 자주 접했던 작품은 아니었다. 어쩌면 '소녀'감성에는 두 작품보다 덜 와닿았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런 탓에 실로 아주아주 오랜만에 <<소공자>>를 접해보게 되었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게 된 이 작품을 읽다보니, 경쟁를 부추기는 사회 속에서 자기중심적 사고와 이기심을 배우고 자라는 아이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배려심을 가져야하며,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야한다고 훈육하지만, 정작 타인에 대한 친절함과 배려보다는 경쟁상대를 이기고 1등에 올라섰을 때 더 많은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게 되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어떨까? 집단따돌림, 폭력 등으로 얼룩진 우리 아이들에게 성미가 괴팍한 백작을 변화시킨 세드릭의 모습은 자신을 둘러싼 가족, 친구과의 관계를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듯 싶다. 타인에 대한 믿음, 착한 마음이 오랜시간동안 이기적으로 살아왔던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놀라운 경험이 되리라. 이 경험이 바로 <<소공자>>가 가진 진짜 힘일게다.

 

미국 뉴욕에서 살고 있는 세드릭은 영국인이었던 아빠가 돌아가신 뒤 엄마와 살고 있는 일곱 살 소년이다. 애정이 넘치고 사려 깊으며 상냥하고 에의바른 엄마 아빠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낸 세드릭은 두려움을 모르는 명랑한 태도와 사람들을 잘 믿는 천성과 모든 사람들을 측은히 여기고 자신뿐만 아니라 모두를 편안하게 해 주고픈 상냥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세드릭은 아주 잘생기고 튼튼하며 혈색도 좋아서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는데, 아이의 영혼은 상냥하고 천진난만하고 따뜻한 감정으로 가득했다. 세드릭은 모퉁이에서 가게를 하는 식료품상이자 신문 읽는 것을 좋아하는 홉스 씨에게 워싱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구두닦이의 딕과도 친구처럼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영국에서 온 늙은 변호사 하비샴 씨는 세드릭이 도린코트 백자의 후계자로 장차 백작이 될 거라는 소식을 전했다. 큰아버지가 말에서 떨어져 죽고, 작은아버지도 로마에서 갑작스러운 열병으로 죽은데다, 세드릭의 아빠마저 돌아가신 터라 할아버지가 죽은 뒤에는 세드릭이 백작이 되는 것이다. 현재 세드릭은 폰톨로이 공이었다. 미국인을 싫어하는 할아버지는 아빠가 미국인인 엄마와의 결혼을 달가워하지 않았고, 세드릭에 대한 기대 역시 별반 하지 않았다. 백작은 미국인 며느리를 인정하지 않은 탓에 세드릭은 엄마와 떨어져 지내야 했지만, 에롤 부인은 세드릭이 할아버지와의 첫 만남에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세드릭을 본 백작은 천진난만하고 다정한 손자가 마음에 들었고, 성마르고 냉혹하며 속물적인 백작이었지만 자신에 대한 아이의 신뢰에 어쩔 수 없이 전에 없던 비밀스러운 기쁨을 느끼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분 같아요. 늘 좋은 일을 하시잖아요, 그렇죠? 그리고 늘 다른 사람들 생각을 하시고요. 내 사랑이 그게 가장 좋은 일이래요. 스스로를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 생각을 하는 거요. 할아버지가 그렇잖아요."

........자신이 추악하고 이기적인 동기로 한 일들이 천진난만한 아이의 눈에는 훌륭하고 관대한 일이 되는 것을 보는 일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본문 137,138p)

 

손자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백작은 날이 갈수록 딱딱하게 웃음을 짓는 일이 많아졌고, 자주 웃게 되었고 그 웃음에서 딱딱한 표정이 사라지는 일도 종종 생겨났으며, 비록 자신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는 세드릭을 위한 것에서 비롯되었지만 관대해지고, 농가 사람들을 돕게 되었다. 평생 부자에 귀족으로 살았지만 정말로 행복한 적은 별로 없었던 노인은 좀 더 행복해진 것이 예전보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의 천진난만하고 상냥한 마음이 제안하는 대로 친절한 일을 하면서 즐거움을 발견할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결국 아주 단순한 것이었다. 그것은 아이가 다정다감한 마음을 가진 사람 옆에 살았기 때문이며, 언젠가 착한 생각만 하고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도록 배웠기 때문이다. (본문 263p)

세드릭의 상냥한 마음은 세드릭이 후계자의 자리를 빼앗길 위기에서도 빛을 발한다. 세드릭을 사랑하는 홉스와 딕은 세드릭을 돕기 위해 기꺼이 영국으로 건너왔기 때문이다. 혹여 최악의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함께 할 식료품 가게와 집과 친구가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착하고 용감하게 행동하렴. 늘 친절하고 진실하게 행동하고. 그러면 네가 사는 동안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을 거고, 또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 거야. 그럼 이 세상이 우리 아들 하나로 더 좋은 세상이 될지도 모르잖니? 세드릭, 한사람으로 인해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좋아진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게 뭐가 있겠니? 비록 그게 아주 조금이라도 말이다." (본문 152p)

세드릭의 착하고 선량한 마음은 부모에게서 비롯되었다. 에롤 부인은 착하고 용감하고, 친절하고 진실되게 행동할 수 있도록 세드릭을 아낌없이 사랑해주었고, 그 마음을 몸소 실천하고 행동해주었다. 세드릭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던 것처럼 에롤 부인 역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던 것이다. 세드릭으로 인해 백작은 변화했고 그로인해 마을 역시 더 좋아졌다. 세상은 돈과 권력으로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착한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점점 팍팍해지는 사회적 분위기 탓에 세상은 더욱 무섭고 흉흉해지고 있다. 초등학생을 비롯한 청소년들의 학교폭력과 집단 따돌림, 자살 등으로 인해 교육 현실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거세지고 있는데, 이와 더불어 상냥하고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세상에는 아직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들이 있어 살만한 세상이다. 미소는 미소를 낳고, 기쁨은 기쁨을 낳고, 나눔은 나눔을 낳는다고 한다. <<소공자>>의 세드릭이 보여주었던 것처럼 따뜻한 마음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일게다. 그 마음은 이타자리가 되어 나에게 돌아오는 것 또한 세드릭을 통해서 볼 수 있었다.

 

무섭고 두려운 세상, 어둡기만 한 세상이지만 그 어두움을 밝혀줄 수 있는 것은 타인에 대한 사랑과 배려, 따뜻한 마음은 아닐런지.

에롤 부인을 통해서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우리 아이들에게 100점짜리 시험지보다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깨달아본다.

 

(사진출처: '소공자'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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