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 돼지 전설 마음이 자라는 나무 31
창신강 지음, 왕주민 그림, 전수정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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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창신강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열혈 수탉 분투기>를 통해서였다. '토종닭'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내용으로 우리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과 오버랩되면서 굉장히 흥미롭게 읽은 작품이었기에 저자의 다른 작품에 대한 관심도 생겨났다. 이후 <탁구왕 룽산><나는 개입니까>를 통해서 다시 저자의 작품과 만날 기회가 있었으나, 전작에 비해서는 좀 실망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작가의 작품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마치 <열혈 수탉 분투기>의 후속작품인 듯한 느낌을 살린 <<열혈 돼지 전설>>은 저자의 그동안의 전작을 잘 버무린 듯한 느낌이다. 이는 <나는 개입니까>에서 개를 통해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인간 세상을 보여주었던 메시지와 닮아 있으며, 전반적으로는 <열혈 수탉 분투기>에서 보여주었던 느낌과 사뭇 닮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더 세련되어진데다, 작품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좀더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닮은 듯 하지만, 또 다른 느낌을 주어 식상함에 대한 우려를 잘 비켜난 느낌이다.

 

나는 다탕(원래 '커다란 돼지우리'라는 뜻인데, 여기서는 돼지들이 모여 사는 마을을 가리킨다.)에서 태어났다. 우리 집의 일곱 남내는 한날한시에 태어났다. 나는 여섯째이다. 위로 형이 다섯, 아래로 여동생이 하나 있다. (본문 7p)

 

이 작품은 돼지 가족의 여섯째가 '나'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일인칭 시점으로, 고기와 돈에 대한 인간의 탐욕을 꼬집고 있으며, 더불어 돼지 가족이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서 희망의 메시지를 함께 전달한다. 특히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돼지 형제들의 모습은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성을 하나하나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맏이로써 책임감이 강하고 스스로 꿈을 꾸는 첫째, 침울한 성격에 자폐 성향이 있어 바깥세상과 거의 접촉을 하지 않고 지내는 둘째, 너무 뚱뚱해서 몸을 움직이는 일 자체가 고역인 셋째, 오로지 먹는 것만 생각하는 넷째, 머리는 잘 돌아가지만 체력이 부족한 다섯째, 배우고자하는 열의와 타인에 대한 배려심과 올곧은 마음을 가진 여섯째 그리고 공포증을 앓고 있는 막내 여동생, 이렇게 이들은 서로 다른 모습을 가진 형제이면서 각각의 우리들이기도 하다.

 

이들에게 소금은 귀중하다. 먼 곳에서 운반해오는 탓에 비쌀 뿐만 아니라, 소금을 먹으면 힘이 솟아 부지런히 일을 할 수 있지만, 소금이 없으면 죽을 먹어도 맛이 없어서 늘어지게 된다. 첫째는 건축가인 아버지처럼 형제들이 모두 각자 방을 가질 수 있는 멋진 집을 짓겠다는 꿈을 갖고 일을 시작하고, 넷째와 여섯째 그리고 여동생은 아버지의 권유로 학교에 가게 된다. 돼지들의 나쁜 습성만들 가르치던 교장 대신 육식을 고집하여 비만으로 아내를 잃고, 비만인 아들마저 잃고 싶지 않아 다탕에 오게 된 사람에게 죽 그릇 밖의 세상을 배우면서 여섯째는 삶에 대한 열정을 갖게 된다. 그러나 오로지 먹기 위해 사는 삶을 원하는 넷째는 사람을 따라 소금 행상을 하기 위해 몰래 도망치게 되고, 이렇게 이들 가족에게 불행의 그늘의 드리워진다.

넷째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나게 된 첫째, 사람들이 각종 수단을 도원해 돼지들을 다탕 밖으로 유인하고 도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충격으로 병이 깊어진 둘째의 죽음, 어느 날 갑자기 사람에게 답치당한 다섯째, 그 충격으로 자살을 하게 된 할머니. 여섯째는 다섯째를 찾기 위해 인간들의 땅인 우지성에 가게 되고, 동물들을 함부로 대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가까스로 다섯째를 찾아 돌아왔지만, 아버지는 충격으로 말을 잃은 상태였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첫째가 자신의 한팔을 잃은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도축장에서 정신적 충격으로 백치가 된 넷째를 찾아 돌아오면서 이들은 다시 행복을 꿈꾼다.

 

"그렇게 축 처져 있을 필요 없다. 우리 사는 게 어때서 그러는게냐? 눈앞의 작은 이익에 눈먼 몇몇 돼지들이 사람들을 따라갔다고 우리가 못살 게 뭐냐? 옛말 그른 것 하나도 없다. 먹을 것 없고 입을 것 없으면 땅 위의 흙을 먹고 돌을 씹으면 돼. 그러고도 우리는 즐겁게 살 수 있어. 지금은 맛난 음식을 실컷 먹고 살지 않느냐? 죽에 소금까지 넣어 가면서....날이 밝으면 일을 하러 가고, 학교에 공부하러 가고.....그러면 되는 거지. 다탕에 무슨 일이 생기든지 우리는 열심히 살면 되는 거야!" (본문 174p)

 

가끔 다큐프로그램에서 동물의 사육, 도살에 대한 결코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보여주곤 한다. 뿐만 아니라 모피을 만들기 위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하는 동물들의 모습까지...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폭력적인 부분이 여과없이 드러나 있다. 생명의 존엄성, 자연과의 조화를 역설하면서도 인간의 또다른 이면에는 이렇게 책 속에서 고기와 돈의 욕망으로 탐욕을 일삼는 사람들의 모습이 숨어 있었다. 육식을 좋아하는 내가 그들에게 손가락질을 할 자격은 없지만, 인간의 탐욕을 그린 이 작품을 통해서 죄책감을 갖게 되었다.

인간의 탐욕 속에서 황폐해지는 다탕이지만, 이들은 불행을 이겨내고 다시 행복을 찾아간다. 할머니에게서 배운 잘살기 위한 노력과 열정 그리고 다시 꿈을 꿈꾸었기에 이들은 다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 여기서 우리는 힘겨운 삶이지만 견디어 낸다면 행복한 삶이 기다리고 있다는 희망이라는 너무도 큰 메시지를 얻게 된다.

 

<<열혈 돼지 전설>>은 서로 다른 일곱 마리의 형제들이 존재한다. 인간들의 각기 다른 본성을 그대로 표현한 이들은 우리가 어떤 삶을 영위할 때 희망을 꿈꿀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인간의 본성을 그려낸 이야기는 다소 어두운 주제이지만, <열혈 수탉 분투기>에서처럼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으며, 저자 창신강만이 그려낼 수 있는 작품의 세계를 탐닉할 수 있어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인간의 본성을 풍자하고 그 속에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열혈 돼지 전설>>, 우리는 일곱 남매 중 몇 째와 닮아있을까?....곰곰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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