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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2 - 드라마 대본집
박경수 지음 / 북폴리오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딸의 억울한 죽음.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 세상과 맞서는, 한 남자의 이야기 <<추적자>>
숨막히는 긴장감으로 빠르게 읽어내려간 1권, 그리고 그 보다 더한 긴장감으로 가슴 졸이게 만든 2권을 드디어 내려놓았다.
수정 아빠... 고마워. 정말...고마워.
홍석 (눈물이 그렁해진다. 손을 뻗어서 만지려 하지만, 손이 닿지 않는 거리다)
수정 ...아빠는...무죄야. (본문 330p)
그 숨막히는 긴장감 뒤에 따라온 감동에 금새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눈물이 뚝 떨어진다. 흙장난을 무지 좋아했던 딸 수정이, 밖에만 나갔다 오면 여자애 얼굴에 잔뜩 묻어있는 흙을 홍석은 다 닦아주었다. 권력, 재력의 힘으로 수정의 이름에 원조교제를 하고 마약하는 애로 더러운 것들이 잔뜩 묻었다. 홍석은 그 더러운 것들을 닦아주고 싶었다. 그 약속을 지킨 홍석의 모습은 그야말로 감동 자체였다. 너무도 힘겨운 싸움, 이길 수 있는 순간에도 번번히 뒤엎어지는 힘있는 자들의 암투 속에서도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에 홍석의 눈물겨운 싸움은 막을 내릴 수 있었다.
안도의 한숨, 감동의 눈물이 흘러 내렸지만, 사실 썩 유쾌하지 않은 판결이 내내 찜찜하기만 하다.
살인교사한 죄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강동윤, 그러나 진실을 밝히려했던 홍석은 끝내 15년형을 선고받게 되었다. 진실이 밝혀진 것만으로는 나는 너무 부족하다. 이 세상 어느 곳에서는 제 2의 백홍석이 있을 것이고, 또 제2의 강동윤, 서 회장이 있을지 모른다. 힘의 논리에 지배되는 세상때문에...나는 이 판결이 끝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진실을 밝혀내고 싶었던 지원은 자신의 집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혼란스러워한다. 지수 대신 PK준의 연인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혜라,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홍석의 복잡한 얼굴, 그리고 여전히 서 회장과 강동윤이 벌이는 줄다리로 2권이 시작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는 서 회장과 강동윤의 치열한 다툼은 매번 숨막히는 긴장감이 돈다. 그 긴장감은 점점 홍석을 옭아매고 있기에, 그들의 팽팽한 기싸움에 매번 숨을 죽이게 된다.
서 회장 꿈도 그런 기다. 처음에야 페어한 시상을 만들겠다 뭐 하겠다 이라고 정치에 껴들지만, 인자 니는, 내가 잊아뿐 고 딸나매 이름처럼 첨에 뭐 할라꼬 했는지는 다 잊아뿔고, 권력을 얻겠다는 욕심만 남았는기라. (본문 113p)
잃은 건 생각하지 않은 채 얻은 것만 바라보며 동윤과 서 회장 편을 오가며 권력의 힘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혜라는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에 대한 복수는 자신의 꿈이 아닌 점점 그 맛을 알아가는 권력, 재력의 힘으로 갈 길을 잃고 헤매이는 듯 보인다.
정우 (드라이하게) 장병호 전직 대법관님. 나한테 법은...
때로는 더럽고, 억울하고, 엉터리고, 화가 나지만......
반드시 지켜야 되는 거야. 그게 이 세상의 룰이니까.
링에 올랐으면 룰을 지켜야지. 세상을 살려면 법을 지키고. (본문 122p)
전쟁의 북소리가 들리면 침묵하는 법에서 검사는 부장님, 차장님, 청장님들의 검사를 받고 일하는 직책이기에 법조인의 양심 같은 것은 애당초 없었던, 그렇게 정의롭지 않는 진흙탕 속에서도 정우는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홍석을 도와 고군분투한다. 조형사와 깡패 용식 그리고 재벌가의 딸과 신문기자 사이에서 번민하다 자신이 가야하는 길을 찾은 지원과 10억이라는 큰 돈 앞에서 결국 무릎을 꿇었지만 결국 홍석을 위해 다시 힘을 모으는 황 반장까지 홍석에게는 이들이 있었기에 법은 진실 앞에서 침묵하는 법이 아닌 세상의 룰로서의 그 임무를 다 할 수 있었다. 더럽고, 억울하고, 엉터리고, 화가 나는 룰이지만.
홍석 내가요. 심신 상실로 법정에서 와서 총을 쐈으면요. 내가 이상한 게 되잖아요. 법은.....이 세상은....아무 문제 없는데, 내가 이상한 놈이 되잖아요.......지금까지 벌어진 일들이 다요. 죄는 짓고, 벌은 안 받을라다가 생긴 거잖아요. 판사님. 저는요.....벌 받겠습니다. (본문 296p)
법은 때로는 강한 자에게, 있는 자에게 유리하게 움직여진다. 가난이 죄이기에 힘을 가지려고 했던 동윤은 세상의 원리를 너무도 일찍 알았던 게다. 없는 자는 죄인이 되는 세상, 그래서 억울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는 세상. 백홍석은 바로 우리 없는 자들의 모습이었다. 가졌으면서도 더 가지려는 자들에 의해 이리저리 치이고 다치는 소시민들, 그래서 백홍석이 싸우다가 다시 일어나 또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가진 자가 아닌 진실이 이기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고 또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마음을 써 나가고자 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추적자>>는 딸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홍석과 서 회장, 강동윤과 혜라 등 등장인물을 통해 증오와 배신, 질투와 복수와 권력욕 그리고 우정과 사랑에 대한 인간의 모든 본질을 오롯이 담아냈다. 어쩌면 뻔한 결말이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캐릭터가 보여주는 개성들은 긴장감을 더욱 팽팽하게 했고, 인간의 본질을 더욱 실감나게 표현함으로써 작품의 품격을 높였다. 배경, 인물에 대한 묘사없이 대사로만 구성된 대본집의 특성 탓인지 빠른 전개는 처음 우려와는 달리 그 긴장감을 더욱 증폭시켜주는 효과는 준 듯 하다.
<<추적자>>는 손에 땀을 쥐게하는 긴장감으로 한 번 손에 잡으면 페이지가 끝날 때까지 결코 책을 놓을 수 없었던 작품이었다.
덧)드라마에게서 법은 홍석에게 15년형을 내렸지만, 진짜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에서의 법은 그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백홍석 당신에게 무죄를 선고합니다. (판결봉 두드린다. 탕탕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