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독한 두리안나무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
박영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너무도 편안해 보이는 소녀를 담은 표지 삽화와 달리 주인공 유니스의 현실을 그다지 편안하지 못하다. 성장 소설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어른이 되는 통과의례를 겪는다. 그 속에서 내면의 성장을 이루어내며 독립적인 존재인 어른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한다. 그러나 주인공 유니스는 조금 다르다. 열세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자국이 아닌 타국에서 엄마에게 버려진 탓에 어쩔 수 없이 홀로서기를 해야만 하는 신세가 된다.

동네 미용실을 하는 유니스의 엄마는 윤희(본명)가 유명인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필리핀의 비싼 사립학교 라구나 벨 에어로 유학을 보내지만, 현재 유니스는 '버려진 아이' '생활비가 안 오는 아이'가 되어버렸다. 그런 유니스가 꿈꾸는 꿈은 절대 유명인사가 되지 않겠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니스는 미용실을 몰래 팔아넘기고 튀어버린 탓에 사람들에게 '나쁜 년''사기꾼'이 되어버린 엄마를 미워하지 않는다. 엄마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사정이 생겨서 잠시 연락을 끊었을거라며 엄마를 이해하려 애쓴다.

 

생활비 송금이 끊기도 나서도 두 달 동안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배려한 하숙집 사장 제임스는 이제 학교를 그만 다녀야 한다고 한다. 제임스와 엄마의 사정을 이해하려고 하지만, 학교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는 아이들을 보는 일은 쉽지가 않다. 유니스는 이제 철저히 혼자가 되어야만 한다. 외출은 같은 방의 사라인선 언니와 함께일때만 가능했다.

절대 고독자가 된 유니스는 데니슨 가 12번지 마당을 '나의 고독한 두리안나무숲'이라고 정해두고 시간이 날 때마다 와서 둘러본다. 우스우면서도 근사한 개그맨을 밀림 한가운데서 만난 것처럼 마음이 풀리는 탓이다. 못생긴 과일이지만, 마냥 달콤하기만 한 과일보다는 덜 시시했고, 뭔가 성격을 드러내는 과일이라 좋았다. 씁슬하거나, 떫거나, 시큼하거나 해서 쉽게 친해질 수 없는 과일이니 말이다. 고독한 자신의 처지처럼.

유니스는 공립학교 AUP 언덕의 망고나무숲도 좋다. 싸. 싸. 싸. 나무판자 벤치에 앉아서 망고나무 잎사귀들이 바람에 몰려나가는 소리는 생활비 문제와 엄마와 연락이 끊어진 문제들이 모두 먼 별나라 다른 나이의 문제처럼 멀찍이 떨어져나가 홀가분한 기분을 느낄 수 있으므로.

 

제임스의 눈치를 보는 것이나 버려진 아이 취급 받는 것쯤이야, 그립다는 느낌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생활비나 버려진 아이 취급 따위는 견딜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립다는 감정은 쉽게 해결되지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본문 62p)

 

이런 상황 속에서도 유니스는 절대 절망하지 않았으며, 엄마를 위해 외할머니의 존재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절처히 고독한 존재가 된 유니스는 슬퍼하기보다는 고독을 즐기는 방법을 터득해나간다. 데니슨 아줌마, 살라망고 아줌마와 친구가 되어 위안을 받기도 하지만, 데니슨 아줌마의 죽음을 견디어 내면서 유니스는 그렇게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어나간다.

 

세상 어느 한 구석에 내가 사랑하고, 그래서 매일 와서 보고, 마음에 담던 숲이 있다는 생각만으로 나는 아주 바닥까지 불행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살아서 사랑할 것이다. 아주 고요하게라도. (본문 173,174p)

 

고독했던 데니슨 아줌마는 끝내 그 고독을 감내하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렀다. 그러나 유니스는 고독으로 자신을 더욱 견고히 해 나간다. 타국에서 버려진 아이가 된 유니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절망하기보다는 그럴 수 밖에 없었을 엄마를 이해하는 유니스의 모습이 오히려 짠하다. 힘들다고 울었더라면 덜 슬프고, 덜 안타까웠을텐데....싸. 싸. 싸. 잎사귀들의 소리에 위안을 받는 유니스의 모습은 안쓰럽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유니스의 모습이 너무도 대견하다. 사랑이 없어 힘겨운 고독한 삶을 이겨내며 사랑하며 살겠다는 유니스는 이 고독으로 한뼘 더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의 고독한 두리안나무>>는 열세 살 소녀인 유니스(본명 윤희)가 일인칭 시점이 되어 엄마에게 버림받았지만, 꿋꿋하게 이겨내려는 소녀의 심리를 잘 그려냈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사랑을 찾아가는 유니스를 통해서 청소년 독자들이 나약한 마음을 다져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슬프고 어두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결코 어둡지 않았던 것은 고독을 이겨내고, 결코 절망하지 않는 유니스의 견고한 마음 탓이었으리라. 그리고 귓가에 들리는 싸. 싸. 싸. 싸아. 달빛 아래에서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망고나무 잎사귀들의 위안 때문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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