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원미동 사람들 1
변기현 지음, 양귀자 원작 / 북스토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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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미동 사람들>을 처음 접한 것은 아주 오래전 드라마를 통해서였던 거 같다. 이후 책으로 한번 더 읽은 듯 하지만, 세월에 묻혀 한동안 잊고 지냈던 작품이다. <원미동 사람들>이 만화로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잊고 있었던 이 작품을 떠올려 보았다. 이 작품은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었는데 만화에서는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지, 그저 상상으로 그려냈던 원미동이 만화 속에서는 어떻게 펼쳐질지 사뭇 기대가 되었다.

 

 

<<만화 원미동 사람들>> 1권에서는 서울에서 밀려나 이곳 원미동으로 이사 오게 된 은혜 아빠, 슈퍼맨 놀이에 빠진 아들의 슈퍼맨 '전통문화연구회'의 외판원인 진만 아빠, 완고함때문에 동네 사람들의 원성을 듣는 강만성 할아버지, 강만성 할아버지의 아내 고흥댁, 나이보다 조숙한 경옥, 시를 읊고 다니는 몽달 씨, 원미동 23통 5반의 반장인 형제 슈퍼의 김반장, 원미지물포 주인 주씨가 등장한다.

 

 

 

서울에서 살고 있는 이들에게 희망이란 집과 같은 뜻이라 생각했던 은혜 아빠는 이제 희망을 갖기 위해 부천으로 이사한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1980년대 서울에서 '내 집 장만하기'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꿈이었다. 너도나도 서울 드림을 꿈꾸며 서울을 찾았지만, 아내의 의견에 따라 서울을 떠나 이 곳 원미동으로 이사 온 것이 그닥 맞닥치는 않다. 회사도 멀고 서울에서의 희망에서도 멀어졌으니 말이다. 그러나 가족의 행복을 찾았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머가 있으랴.

슈퍼맨을 꿈꾸는 아들은 둔 진만 아빠의 몰골은 말이 아니다. 이렇게 애처롭게 생길 수도 있구나 싶다. 외판원이지만 입도 벙긋 못하는 그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힘들어하는 아내, 그렇지만 아이들은 슈퍼맨처럼 비상하길 꿈꾼다.

가정을 이룬 가장이라면 두 어깨에 올려진 부담감과 책임감에 녹초가 될 듯한 진만 아빠의 모습에 동질감을 느끼게 될 듯 싶다.

 

 

억척스럽게 모으고 일군 땅을 자식들을 위해 이리저리 떼어주고 겨우 남은 땅에 애착을 갖고 완고하게 살아가는 강만성 노인, 그 땅을 호시탐탐 노리는 자식과 땅 값 떨어질까 전전긍긍하는 동네 사람들, 이들은 바로 우리가 각자 가지고 있는 모습은 아닐런지.

어린 아이 경옥의 눈으로 보는 몽달 씨는 슬픈 시를 읊어대고 속없는 사람들처럼 웃고 있다. 모자란 몽달 씨에게 일을 시키는 슈퍼 김반장은 얄밉지만 경옥은 그래도 부티를 낼 수 있는 김 반장이 형부가 되어주었으면 한다. 그러나 어린 경옥의 눈에도 보이나 보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의 차이가.

 

 

서울에서 밀려나 살고 있는 이들의 삶은 무척이나 고단해보인다. 서울에서 밀려났다는 기분에 울쩍한 은혜 아빠도 그렇고, 여기저기 외상값이 깔려있어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진만 아빠네도 그렇다. 소시민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이들의 모습은 그다지 유쾌하지도 내세울 것도 없어보이는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다. 그렇다고 이들의 삶이 절망적이지도 슬플 것도 아니다. 이들의 삶 속에는 분명 '희망'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미동은 이들의 낙원 가나안이다.

경제불황으로 모두가 살기 힘들다며 목놓아 외친다. 그래도 우리는 모두 슈퍼맨 아빠, 엄마가 되려고 힘내고 있지 않은가!

힘들고 지치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희망'이 존재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사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 원미동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눈에 보이지 않던 '희망'의 존재를 보여주었다.

 

 

 

소설과는 다른 재미를 준 <<만화 원미동 사람들>>은 글이 아닌 그림으로 사람들의 척박한 삶의 애환을 잘 담아낸 듯 하다. 표정만으로 절망과 희망을 표현하는 만화, 그 속에서 절망 속에서 희망이 그리 멀지 않음을 느껴본다.

 

(이미지출처: '만화 원미동 사람들 1'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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