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하지 않을래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
클로딘 르 구이크프리토 지음, 최정수 옮김 / 자음과모음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 에블리 누나가 '잘 잤니?'라고 물었을 때 한 번.

- 휠체어에 앉혀주었을 때 한 번.

- 수건을 내 손이 닿는 곳에 놓아주었을 때 한 번... 등

총 아홉 번. 학교에 가기도 전에 고맙다는 말을 벌써 아홉 번이나 했다! (본문 9p)

 

동생 빅토리는 두 번밖에 안 했을 고맙다는 인사를 아홉 번이나 해야하는 테오는 어느 날 갑자기 문득 갑자기 '저기, 부탁인데요'라고 굽실거리며 부탁하기가 싫어졌다. 그랬다. 테오는 선천적으로 한 쪽 팔과 양쪽 다리에 장애를 안고 태어나 휠체어(휠체어의 이름 '알베르'로 테오가 지어줬다.)에서 생활해야 했으며, 현재는 가족을 떠나 특수센터에서 생활하고 있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책가방을 챙기지 못했다. 테오의 반란은 그렇게 특별한 이유 없이 평소와 다름없이 시작된 그 날부터 시작되었고, 고맙다는 말을 줄이기로 결심한 지 2주가 지난 어느 날, 결국 일어나야 할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테오의 이런 행동에 대해 심리 상담 선생님은 '거부 행동'이라고 말했는데, 생활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훈계를 듣고, 부모님까지 호출되어 왔지만, 테오의 거부 행동은 끈질기게 이어져갔다.

결국 테오는 심리 상담 선생님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스포츠를 시작하게 되었고, 스포츠 담당인 파트리스 선생님에게 맡겨졌다. 첫날 파트리스 선생님은 테오에게 방으로 돌아가 소지품을 챙겨 오라고 했으며, 신발과 양말을 벗고, 티셔츠를 갈아입으라고 했다.

 

진짜로 머리가 돈 게 틀림없었다. 나더러 어떻게 혼자 하라는거지? 한 손만으로 양쪽 신발을 모두 벗으라고? (본문 28p)

 

겁먹은 티를 내고 싶지 않았던 테오는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고 옷을 갈아입는 동안 좀더 쉬운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고, 파트리스 선생님과 함께 탁구를 하면서 체력이 길러졌고, 점차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났다. 결국 테오는 자연스레 고맙다는 말을 줄일 수 있게 되었고, 어쩔 수 없이 고맙다는 말을 하게 될 경우는 어린 친구들을 도와주며 고맙다는 소리를 듣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그렇게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는 것에 자부심을 가졌던 테오는 산책을 나갔다가 휠체어에 혼자 오르지 못하면서 좌절을 겪게 된다.

 

나는 작은 싸움에서는 이겼지만 전쟁에서는 졌다. 처음부터, 태어날 때부터 전쟁에서 졌다. 나는 나쁜 패를 뽑았다. 더 말할 것도 없다.

나는 내 장애를 받아들이기 싫다. 왜 내가 바라지도 않은 것을, 불편하기만 한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본문 56,57p)

 

"너는 의존적으로 사는 것을 싫어했지. 네가 장애가 없는 사람처럼 모든 일을 혼자서 해낼 수 없다는 사실은 받아들여야 해. 네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있어. 반대로 네가 할 수 없는 일들도 있지. 그렇다고 모든 것을 포기할 필요는 없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만도 다행이지 뭐냐. 그러니 한계에 맞닥뜨릴 때마다 낙심해서는 안 돼. 우리는 모두 한계를 지니고 있단다."

"네, 알아요. 하지만 제 한계는 너무 커요."

"그렇지 않아. 사실 한계치고는 별것도 아니야. 사실 한계와 가능성은 우리의 몸에만 있는 게 아니란다. 영혼에도 있고, 지성에도 있어. 네 영혼과 지성은 별로 한계를 갖고 있지 않을 게다." (본문 69,70p)

 

테오는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로인해 자신을 자주 찾아오지 않는 아빠에 대한 원망을 가졌고,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찾아오는 미안해하는 엄마에 대해서는 불편함을 가졌다. 다행스럽게도 할머니를 통해 자신이 태어났을 때 엄마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테오는 그 원망과 미움이 조금 잦아들었다.

 

장애인 자식을 기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해심이 많아야 하지만 지나쳐서는 안 된다. 단호해야 하지만 지나쳐서는 안 된다. 장애인 자식을 다른 아이와 차별해서는 안 되지만, 그 아이가 다른 아이들처럼 모든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줘야 한다. 우리 엄마 아빠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엄마 아빠가 그렇게 하도록 돕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본문 19,20p)

엄마 아빠가 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태어났을 때 엄마 아빠가 행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본문 131p)

 

<<고마워하지 않을래>>는 장애 아동인 테오가 자립해가는 과정을 통해 장애 아동의 성장을 다룬 작품이다. 이 이야기는 장애 아동의 생각, 그들의 삶을 잘 녹아내고 있는데, 그 외에는 장애 아동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장애 아동을 둔 가족이 겪어야 하는 혼란과 슬픔 그리고 마침에 장애아를 받아들이고 오롯이 사랑할 수 있는 과정까지 너무도 잘 그려내고 있다.

사람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장애인에 대한 우리의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관심과 동정이 다르듯 그들을 향한 시선은 오히려 불편하고 힘겹게 한다. 자신을 바라보는 주위 사람들에 대한 불편한 시선에 대한 테오의 생각을 통해서도 그 마음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들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거 같다.

 

자존심이 강한 테오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사랑스럽게 다가온다. 특히 서로 너무 사랑하지만,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작은 틈새로 인해 힘겨웠던 이들이 소통을 통해서 그 틈새를 메워가는 과정이 참 따뜻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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