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양동이
모리야마 미야코 글, 쓰치다 요시하루 그림, 양선하 옮김 / 현암사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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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8년 전, 큰 아이가 초등1학년 때였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독서퀴즈대회 도서 5권 중의 한 권이었던 이 그림책을 처음 읽어보면서 어른들에게는 하찮아보이는 물건이 아이들에게는 너무도 소중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오래 전에 읽었던 작품을 초등2학년인 작은 아이로 인해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여전히 저학년 추천도서 목록에 수록되어 있는 것을 보며, 작은 아이가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인해 책을 건넸다.

 

 

 

<<노란 양동이>>는 월요일부터 다음주 월요일까지, 노란 양동이를 발견한 아기여우의 마음을 담아낸 이야기다. 노란 색상으로 그려진 삽화와 흑백의 삽화를 반복적으로 수록되어 있는 칼라와 흑백의 대조적인 분위기도 인상적이다.

월요일.

아기여우가 외나무다리 근처에서 물이 아주 조금 들어 있는 노란 양동이를 발견했다. 양동이는 아기여구가 들기에 딱 알맞는 크기였는데, 여기저기를 살펴보다 누군가의 이름이 없었다. 아기여우는 전부터 이런 양동이를 갖고 싶었다. 빨간색도 아니고, 파란색도 아닌 아주 노란 양동이!를 말이다. 아기여우는 빨간 양동이를 든  토끼와 파란 양동이를 든 아기곰과 함께 생각했다.

너구리 양동이는 까만색, 돼지 것은 초록색이고, 원숭이는 양동이가 없다. 그럼 누구의 것일까?

 

"만약에 아무도 가지러 오지 않고 계속 거기 그대로 있으면 여우가 가지면 되겠다!" (본문 26p)

 

 

 

그렇게 해서 친구들은 일 주일을 기다려보기로 했고, 아기여우는 화요일에는 몇 번씩이나 외나무다리 근처에 가서 양동이를 바라보았다. 수요일에도 목요일에도 양동이를 보러갔고, 아침부터 비가 오는 금요일에도 아기여우는 우산을 쓰고 양동이를 보러 갔으며, 토요일에는 양동이를 뒤집어 고여 있는 빗물을 쏟아 내었다. 그리고 양동이에 "여우, 이여돌." 이라고 이름을 쓰는 시늉을 해보았다.

일요일에는 하룻밤만 기다리면 된다는 기대감으로 하루종일 들떠 있었다.

 

 

 

그리고 월요일,

양동이는 사라지고 없었다. 아기여우는 너무 실망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왜냐면,

겨우 일 주일이었는데 아주 오랫동안 노란 양동이와 함께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 동안 노란 양동이는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니고 오로지 자기만의 양동이였다고 아기여우는 생각했어요. (본문 72p)

 

내가 보기에는 하찮아 보이는 종이 한장, 작은 모형 하나에도 아이들은 애지중지하곤 했다. 가끔은 지저분한 물건들을 아이들 몰래 버리기도 했는데, 소중히 여기던 물건이 없어진 것을 찾는 모습에 미안한 마음이 들곤 했지만, 곧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어른에게는 하찮은 물건이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소중하며, 그 속에 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음을 알고는 더욱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토록 갖고 싶었던 노란 양동이를 끝내 갖지 못한 아기여우는 슬퍼하지 않았다. 물론 슬프고 아쉬웠겠지만, 일주일동안 양동이로 인해 행복했고 즐거웠기에 아기여우는 정말 괜찮아보였다. "괜찮아!정말." (본문 74p)

 

물질 풍요로 인해 갖고 싶은 물건, 사고 싶은 물건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요즘, 우리 아이들은 무언가를 간절히 갖고 싶어하고 애틋해하는 마음을 갖기 어려운 실정이다. 아기여우는 소유로서의 만족이나 행복이 아니라, 물건에 대한 애틋함만으로도 소유하는 만족보다 더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또한 전달하고 있는 듯 하다.

<<노란 양동이>>는 하찮아보이는 작은 물건에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아이들의 순수함과 물건에 대한 애틋함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음을 일깨워주는 귀여운 그림책이다.

 

(사진출처: '노란 양동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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