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백제의 칠지도가 일본에 있을까? - 백제인 vs 야마토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 5
이희진 지음, 박종호 그림 / 자음과모음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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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백제의 칠지도가 일본에 있을까?>>를 한참 읽고 있을 무렵, 일본 극우성향의 한 활동가가 종로구 일본 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에 '다케시마는 일본땅'이라고 적은 말뚝을 설치하는 동영상 파문이 일어났다. 안그래도 칠지도와 관련된 그들의 왜곡된 역사를 읽으며 잔뜩 화가 나 있었던 터라, 이 사건으로 일본에 대한 반감만 더 갖게 되었다. 일본이나 중국이 우리나라의 역사를 왜곡하는 일에 감정에 앞서기보다는 바른 역사적 사실을 통해 대응해야하지만, 독도에 관해서는 이성적으로 행동하기가 너무 힘들다. 일본의 이런 어처구니없는 왜곡에도 화가 나지만,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에도 많이 화가 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역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도 뿐만  아니라, 백제의 칠지도가 일본에게 잘 보이기 위해 백제가 바친 것이라고 우기는 일본에게, 백제가 일본에게 하사한 것임을 분명하게 일깨우기 위해서는 그만큼 우리가 역사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은 역사 속 라이벌들이 모여 재판을 벌이는 구성을 가지고 있는 시리즈인데, 이 작품이야말고 이 구성에 딱 걸맞는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우리가 주장하는 것처럼 칠지도는 백제의 하사품이었을까? 아니면 일본에게 보낸 진상품이었을까? 백제인 VS 아마토를 통해 서로의 주장을 들어봄으로써 균형잡힌 시각으로 결론을 내려보자.(사실,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균형잡힌 시각으로 바라보기는 좀 어려웠다.)

왜인들을 격려하고, 협조를 잘해주어 고맙다는 의미로 보낸 '칠지도'를 이제 와 왜인들은 자기네가 질치도를 만들어 우리에게 친히 내려 준 것이라며 억지 주장을 펴고 있는 것에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싶다는 백제인은 야마토를 상대로 소장을 제출했다.

 

'칠지도는 백제 왕이 왜 왕에게 친히 하사한 것'이라는 변할 수 없는 역사의 진실을 공정한 한국사법정에서 다시 한 번 명백하게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백제의 역사를 왜곡한 피고에게는 백제와 백제인을 대표하여 명예 훼손 죄를 엄중히 묻고자 합니다. (본문 18p)

 

칠지도에 새겨진 글자는 전문가들의 해석에 따라 달라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의공공후왕에 대해 '후왕에게 바칠만 하다'라고 해석하는 우리 측과 띄어쓰기에 따라 '왕의 뜻을 받들어 왜를 위하여 만들었다' 라고 해석하는 일본측이 서로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그 시대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백제와 왜가 그 시대에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서로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이 작품에서는 백제는 어떤 나라였을까? 백제는 정말 강한 나라가 아니었을까? 를 통해서 그 시대의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게 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면서 [삼국사기]는 신라 중심으로 기록하고 있어 백제에 대한 기록은 제대로 기록되어 있지 않다. 그런 탓에 야마토의 주장에 대응할만한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기가 어려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역사서인 [일본서기]는 천황의 업적을 높이기 위해 조작되었음이 드러나 야마토의 주장 역시 그다지 신빙성이 없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피고 측은, 어떻게 해석해도 좋은 문장을 약간 유리하게 해석했을 뿐이라고 합니다. 물론 나도 칠지도에 쓰여 있는 문장이 어떻게 해석해도 좋을 정도로 애매하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피고측의 주장, 즉 역사의 흐름을 해석하는 태도는 왜곡을 넘어 명백한 조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피고 측에서는 칠지도와 관련된 [일본서기]의 서술이 조작되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합니다만, [일본서기]자체가 마음먹고 조작한 책인데 무슨 증거가 더 있어야 할까요? (본문 126,127p)

 

서로의 주장을 읽어내려가면서 우리가 역사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상, 칠지도와 독도를 지켜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늘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치고 있지만 정작 그 부분을 증명할 수 있는 역사적 근거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것이다. 이 재판이 끝난 뒤에 기록된 에필로그에는 역사를 지키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깨달을 수 있는 의미심장한 문구가 수록되어 있다.

 

"한국은 꼭 무슨 사건이 일어나야만 한번씩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치더군요. 그리고는 또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잊어버리고요. 당신들이 잠깐 시끄럽게 떠들고 마는 동안 일본은 독도를 자기네 영토로 만들려는 모략을 꾸리고 있는 데도 말이죠.......독재자 히틀러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거짓말이 크면 클수록 사람들은 더 잘 믿는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되풀이되면 머지않아 사람들은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인다'라고요. 우리가 스스로의 역사를 지키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이제 조금씩 보이는 것 같지 않나요?' (본문 134,135p)

 

이 책 말미에 수록된 백제인의 말처럼 중국이나 일본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역사를 만들어 내고, '만들어진' 역사를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심어주고 있는데, 이는 지나간 경험에서 교훈을 찾는 역사의 본래 역할(본문 128p)을 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이 무의미하게 되는 것인데, 역사의 자랑스러움도 혹은 수치스러움도 다 우리(그리고 그들)의 역사이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할 듯 싶다. 그들의 역사 왜곡에 우리가 해야할 일은 바로 역사를 올바르게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그들의 역사 왜곡에 대응해서 이길 수 있을리 만무하다. 

우리 아이들이 역사를 바로 안다면, 칠지도와 독도에 대한 그들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왜곡이라는 진실이 곧 밝혀지리라 믿는다.

<<왜 백제의 칠지도가 일본에 있을까?>>는 세계화에 앞서 우리가 할 일은 영어를 잘하는 것보다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이해하는 것임을 오롯이 느끼게 된 작품이었다. 더불어 우리가 역사를 배워야 하는 궁극적인 목적에 대해서도 온전히 이해하게 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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