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호의 옷감 - 생활 고구려 이야기 그림책
김해원 지음, 김진이 그림 / 창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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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는 알에서 태어난 주몽이 나라를 세운 후, 광개토 대왕이 만주벌판에 이르는 넓은 영토를 차지하면서 고대왕국으로 성장했다. 고구려는 현재 우리 생활 습관의 기원이 된 나라라고 하니, 고구려를 이해한다면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이해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고구려 고분 벽화를 통해서 우리는 고구려의 생활 풍속에 대해 짐작할 수 있는데, <고구려 이야기 그림책>은 고구려 고분 벽화를 재해석해서 만든 그림책 시리즈로 고구려 시대의 생활과 문화를 고분 벽화에 상상력을 입혀 재미있게 수록함으로써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고구려의 역사를 보여준다.

이 시리즈는 고구려의 신화를 담은 <태양의 새 삼족오>와 고구려의 축제를 담은 <달기의 흥겨운 하루> 그리고 고구려의 생활편을 담은 <<매호의 옷감>>으로 총 3권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매호의 옷감>>는 남포시 대안리 1호분 벽화 속의 베 짜는 여자와 무용총 벽화 속의 점무늬 옷을 입은 무용수들 벽화에 상상력을 더해 고구려의 남녀가 하는 일로 접근했으며, 전쟁을 치루어야 했던 그 시대의 생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의 고증을 거친 신뢰도 높인 고전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삽화와 글씨체는 그 시대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축국(공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차던 놀이)을 하며 놀던 매호와 지밀이는 이제 함께 놀지 못한다. 지밀이는 어머니한테 길쌈(실을 내어 옷감을 짜는 일)을 배우기 시작했으며, 매호도 실뭉치와 옷감에 물들이는 일을 하는 아버지를 거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매호는 낮에는 고운 빛깔을 낼 열매나 풀을 찾아 산과 들을 뛰어다니고 밤이면 빛깔 낸 물에 옷감을 물들이는 일을 했으며, 어느 덧 솜씨 좋은 염색장이가 되었다.


칠석날이 다가오면 마을 사람들은 건넛마을과 길쌈 겨룰 준비를 하느라 바쁜데, 아낙들은 실을 준비했고, 농사일을 마친 남자들은 베틀을 손보았으며, 매호도 실을 물들이느라 밤을 새우곤 했다.


드디어 칠석날, 길쌈 내기가 시작되었고 스무여드레 동안 끊이지 않았던 베틀 소리의 승자는 지밀이가 되었다.
매호는 지밀이에게 줄 옷감을 물들였지만 성에 차지 않았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걸 만들기 위해 밤을 새워 가며 옷감을 물들였다.


나라에 전쟁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들렸고, 얼마 뒤 마을 청년들은 모두 싸움터로 떠나야 했다. 매호 역시 염색 일을 그만두고 전쟁에 참여해야 했는데, 싸움터로 나가는 날, 지밀에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옷감을 주었다. 동그란 무늬가 새겨진 옷감을 본 사람들은 모두 아름답다고 칭찬하였으며 '점무늬 옷감'이라 불리게 되었다.


<<매호의 옷감>>은 점무늬 옷감을 소재로, 소년소녀였던 매호와 지밀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이 시대의 남자와 여자가 각자 하는 일을 알게 된다. 고전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삽화에서는 고구려 서민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데, 전쟁이 일어나면 젊은 청년들은 전쟁터에 나가야 했던 안타까운 사연도 볼 수 있다.

부록에는 이 책의 소재가 된 '점무늬 옷감'이 그려진 고구려 고분 벽화가 수록 되어 있는데, 고분 벽화를 보면서 상상력을 입혀 그려낸 이 작품 속 지밀이와 매실이가 벽화 속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는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으리라.


역사를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와 그 시대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삽화를 통해서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다는 부분이 썩 마음에 드는 구성이다. 그 시대의 생활 모습을 삽화를 통해 오롯이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고구려 고분 벽화를 삽화와 관련된 페이지 곳곳에 수록해준다면 고분 벽화에 좀더 관심을 둘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가져보았지만, 전반적으로 역사와 친숙할 수 있는 구성은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사진출처: '매호의 옷감'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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