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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스파이 ㅣ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22
김대조 지음, 이경희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5월
평점 :
학창시절, 아이들의 잘못을 훤히 꿰뚫고있는 선생님을 보면서 아이들은 우리 반에 스파이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선생님의 예쁨을 받는 친구,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이 바로 의심의 대상이 되곤 했었는데, 물론 그 정체는 학년이 끝나도록 밝혀지지 않았지만, 스파이가 있을거라는 생각은 모두 기정사실처럼 믿곤 했다.
<<우리 반 스파이>>이라는 책 제목을 보자니, 학창시절 나름대로 심각(?)했던 에피소드가 생각나 웃음이 난다.
"하지 말랬지?"
"지금은 안했어. 정말이야~"
간혹 우리 집에서 나와 아이들 사이에서 이런 대화가 오고간다. 아이들은 억울해하지만, 하지말라고 했던 일을 한 탓에 여러 번 혼난 경험이 있던 터라, 나는 이번에도 분명 아이들이 저지른 일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안했다고 어필해봐야 소용없다. 그동안 분명 나의 신뢰를 깍아버린 것은 아이들 본인이므로 이번에도 분명 잘못을 저질렀을 것이다.
그런데 책 주인공 은수를 보고 있자니, 우리 집 아이들이 그동안 억울하게 나에게 혼난 일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책을 읽는 우리 아이들도 은수를 보며 무작정 억울하다고는 하지 못하리라. 인과응보라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것은 아니므로. 대신 은수처럼 물음표를 가지고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분명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진실을 볼 수 있을테니 말이다.
슈퍼 앞 하릴없이 빈둥빈둥거려 보이는 배우 아저씨는 은수의 좋은 친구다. 은수는 학교에서 당한 억울한 일을 배우 아저씨에게 털어놓는다. 선생님도, 친구들도 심지어 엄마도 은수의 말을 곧이 들어주지 않는다.
선생님은 인삼 벤자민 화분에 압정을 박은 일로 화가 나 범인을 찾으려하자, 아이들의 눈빛은 은수를 향한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선생님도 은근히 은수 쪽을 바라보며 말한다.
"은수 아니야?"
"은수 너 맞아? 정말 이거 네가 한 거야?" 선생님의 말투는 이미 범인을 알았다는 투였다. (본문 39p,42p))
물론 지난 번에 화분도 깨고, 유리창도 깨고, 쓰레기통을 부순 적도 있고, 꽃나무를 뽑은 적도 있지만 이번 일은 절대 아니다. 은수는 아니라고 변명하려나 아무도 모르는 비밀까지 뱉어 버린 탓에 벌을 서게 된다.
"선생님이 아무도 모르게 스파이를 심어 둔 것 모르지? 이 중 한 사람은 선생님 스파이야.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겠니? 너희들한테서 일어난 일들은 다 나한테 전해진단 말이야. 너희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나는 다 알아! 그러니 조심해." (본문 43,44p)
은수는 자기가 한 잘못이 아닌데도 자꾸만 벌을 받아 억울하기만 하다. 하지만 어쩌랴. 은수는 자기가 안 한 일도 했다고 거짓말을 섞어서 반성문을 써야만 했다. 이번에 승규가 돌에 맞아 피가 나는 것도 결코 은수가 한 일이 아니라 속으로만 생각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진 탓에, 은수는 벌을 받아야만 했다. 그 뿐이랴. 수진이 반지 잃어버린 것도 은수 잘못이 아닌데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쓰게 됐다. 배우 아저씨가 침묵 시위하는 법을 알려주었지만 설상가상으로 되려 엄마에게 혼만 나게 되었다.
진실은 찾았니?....이 편지를 읽을 때쯤이면 아마 진실을 밝혔든지, 아니면 또다른 진실을 위해서 고민을 빠져 있을테지? 아마 은수 네가 진심으로 사람들을 대했다면 사람들도 너의 진실을 믿어 줄 거야. 진실은 바로 네 마음속에 있잖아. 아저씬 그걸 알아. (본문 116p)
결국 은수는 스파이를 찾아서 반드시 자신의 죄가 아님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은수는 스파이를 찾으려다 수많은 물음표를 갖게 되었다. 교실에서 일어난 모든 문제가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 되어버린 이상, 요즘 은수는 장난이나 말썽를 부릴 생각을 하지 않게 된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그토록 궁금하던 스파이를 찾지는 못했지만 어느 순간 억울하게 벌을 서는 일도 사라졌다.
억울해하는 은수를 보고 있자니,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이들을 닥달했던 일이 떠올랐다. 억울한 은수가 엄마에게 붙들려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왠지 짠하다.
은수의 말처럼 100점 받는 아이들의 마음이 꼭 100점은 아닌 것처럼, 받아쓰기 60점 받은 은수의 마음이 꼭 60점만은 아니다. 말썽꾸러기였던 은수가 늘 억울한 일을 당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 물음을 제기하고 스스로 고쳐나가는 성장과정이 참 애잔하면서도 기특하다. 은수를 통해서 아이들 역시 자신의 행동과 말에 물음을 제기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른들도 늘 진실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늘 옳은 것은 아니다. 은수를 통해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만이 옳다고 생각하고, 말썽을 피우는 학생이 늘 말썽만 피우는 것이 아님을 다시금 생각보게 되었다. 그동안 의도하지 않게 내 아이들에게 억울한 일을 당하게 했던 일들에 대해 미안함을 가져본다. 앞으로는 배우 아저씨처럼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겠다.
은수는 아이들에게 그리고 어른들에게 생각거리는 제공하는 귀엽고 깜찍한 주인공이었다.
(사진출처: '우리 반 스파이'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