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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야는 하나로 통일되지 못했을까? - 월광 태자 vs 진흥왕 ㅣ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 4
조원영 지음, 이주한 그림 / 자음과모음 / 2010년 8월
평점 :
다양한 역사 도서를 읽어보았지만, 역사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작품은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시리즈가 압권이라 해도 좋을 성 싶다. 역사 속 라이벌이 재판을 벌이는 구성은 역사적 사건에 대해 각자의 견해를 주장하고 있어 상반된 견해를 모두 접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첫 번째 이야기<왜 위만왕은 고조선을 계승했다고 할까?>를 통해 이 시리를 접한 뒤, 역사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되었는데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구성이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일게 했다.
네 번째 이야기 <<왜 가야는 하나로 통일되지 못했을까?>>는 원고 월광 태자가 피고 진흥왕을 상대로 신라로 인해 왜곡되고 축소된 가야사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명예를 회복하고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시작된다.
사실 역사 시간에 가야에 대해서 배우는 부분은 극소수다. 가야와 관련한 문헌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인데 그로인해 가야는 역사 속에서 비중있게 다뤄지지 못했으며, 가야에 대한 올바른 견해를 갖추기도 어려웠다.
이 작품에서는 신라보다 더 강했던 가야의 마지막 왕자를 월광 태자를 통해서 그동안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던 가야의 많은 부분을 접할 수 있게 된다.
원고 월광 태자는 신라가 비열하게도 고구려 군대를 동원해 가야의 힘을 꺽어 통일을 이룩하지 못하게 했으며, 가야 백성 또한 신라에 의해 잔인하게 죽임을 당했으므로, 본 법정에 가야 멸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신라 진흥왕을 세워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것입니다. (본문 22p)
재판을 3일동안 이루어지는데,
첫째 날은 가야와 신라 중 어느 나라가 더 강한 나라였을까? 를 주제로 가야가 어떤 나라였으며, 가야가 발전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인지에 대해 다룬다.
둘째 날은 광개토 대왕은 왜 신라를 도와 가야를 공격했을까? 라는 의문 속에서 광개통 대왕 당시 한반도의 상황과 광개토 대왕이 가양를 공격한 이유, 광개토 대왕이 가야를 공격한 후 한반도 남부의 변화에 대해 진행한다.
셋째 날은 가야는 어떻게 신라에게 멸망했을까? 를 알아보기 위해 가라국이 신라와 결혼 동맹을 맺은 이유와 백제 성왕이 가야의 나라들을 모아 회의를 한 이유 그리고 정말 관산성 전투가 가야를 멸망의 길로 이끌었는지에 대해 다루게 된다.
3일동안 진행되는 재판 속에서 단원마다 수록되는 휴정 인터뷰에는 교과서 안 역사 VS 교과서 밖 역사를 다루어 교과서 속 역사에 대한 심도있는 내용을 전달한다.
[삼국유사] 중 가락국이 세워진 때를 묘사한 부분은 "하늘에서 여섯 개의 둥근 알이 내려와 그 하나를 수로왕이 되었고, 나머지 다섯은 각기 '오가야'의 주인이 되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보통 가야는 육 가야로 생각하기 쉽지만, 열두 나라 이상이 있었으며, 열두 개의 나라를 가진 변한 역시 가야를 일컫는 이름이다. 고조선의 이주민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수로왕은 발달한 철기 문화를 가지고 김해의 각 부족을 제잡해 통합하면서 세워진 나라가 바로 가야라 할 수 있다. 동아시아 최대의 국제 무역도시라고 할 수 있었던 가락국, 발달된 철기 제작 기술을 이용하여 다양한 철제품을 만들 수 있었던 가야는 일찍부터 낙랑, 대방을 통하여 중국의 앞선 문물을 받아 들이기도 했다.
[삼국사기]는 신라 사람인 김부식이 신라를 중심으로 역사를 기록하는 탓에 신라는 강한 나라로, 가야는 약한 나라로 서술되었는데, 문헌 자료가 부족한 가야 입장에서 분명 억울한 일이라 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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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의 성립과 멸망까지 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유물 자료와 삽화 등을 통해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게 서술한 이 작품은 가야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기억해달라는 월광 태자와 가야 정복은 신라의 발전을 위한 일이었음을 강조한 진흥왕의 최후 진술로 3일간의 재판이 막을 내린다. 이제 저자는 여기서 독자들의 의견을 묻는다. 과연 누구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는지 나름대로의 판결문을 작성해보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서 역사를 다각도로 보는 시각을 넓혀주게 되며, 논술실력을 향상시키는데도 도움이 될 듯 싶다.
<<왜 가야는 하나로 통일되지 못했을까?>>를 통해서 가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라잡을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 듯 하다. 우리나라 역사의 큰 줄기 속에서 함께했던 가야의 역사는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채 축소되곤 했는데, 요즘 가야에 대한 역사적 쟁점이 바뀌어가면서 삼국이 아닌 사국이라 해야 옳다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가야사가 재조명되면서 당당히 역사의 한 축을 담당했던 가야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한데, 이 작품은 그 역사적 조율에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저 역사를 서술하고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법정이라는 소재로 독자들을 그 재판에 동참할 수 있도록 구성된 이 작품은 역사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역사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울 수 있어 무엇보다 유익한 작품이라 생각된다.
(사진출처: '왜 가야는 하나로 통일되지 못했을까?'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