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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터키 후라이드 껍데기 ㅣ 오늘의 청소년 문학 1
셔먼 알렉시 지음, 엘런 포니 그림, 김선희 옮김 / 다른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처음 접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제목과 표지 삽화가 굉장히 코믹하다, 라는 것이었다. 읽고싶다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탓에 서둘러 책을 읽어보려는데 표지에 적힌 글귀가 나를 사로잡았다.
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갖는다면, 나는 그가 꿈꾸는 사람이 될 것이다. (표지 중)
멋진 말이었다. 이 글귀를 읽는 순간 나는 이 책 속에 더 빠져들었다. 책 제목, 표지보다 더 강렬한 이 글귀는 커다란 울림을 주는 말이었다.
<<켄터키 후라이드 껍데기>>는 주인공 아놀드 스피리트 주니어를 통해서 참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인종차별, 가난, 사랑과 죽음, 희망, 우정 등이 열네 살 소년 아놀드를 통해 보여지는데,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듯 읽기쉽게 수록되었다. 특히 이 작품에서 보여지는 가족의 사랑과 격려가 아놀드에게 얼마나 크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읽으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사랑과 관심 그리고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부모야말로 아이를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임을 다시한번 절감했다.
태어날 때부터 머릿속에 물이 차 있어 뇌 손상으로 치아를 마흔두 개를 갖게 되었고, 끔찍하고 두껍고 시커먼 뿔테 안경을 써야했으며, 빼빼 말랐지만 손가 발은 엄청 컸고, 더군다나 머리통은 어마어마하게 큰 주니어는 '지진아''지구본''왕대가리'라는 놀림을 받는데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흠씬 두들겨 맞곤 한다. 주니어는 밖으로 나가고 싶지만, 집안에 처박혀 있는 게 더 안전한 탓에 내내 혼자 방에 처박혀 책을 읽고 만화를 그리곤 한다. 주니어는 누나,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알코올 중독에 빠진 어른들이 사는 희망없는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텅 빈 냉장고와 텅 빈 배를 가진 엿 같은 가난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난 안다. 조만간 우리 부모님이 켄터키 후라이드 바구니를 들고 문을 쾅 열고 들어올 것이란 걸. 오리지널 치킨으로 말이다. 젠장, 신기하게도 배가 고프면 음식이 더 맛있다. (본문 18p)
가난은 주니어가 좋아하는 강아지 오스카를 죽게 버려둘 수 밖에 없었다. 다행이도 주니어 곁에는 로디가 친구들의 괴롭힘으로부터 구해주는 든든한 친구가 있다. 로디와는 떼래야 뗄 수 없는 사이다. 그런 주니어에게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가난으로 엄마가 공부했던 30년이나 더 늙은 책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이라 생각했던 주니어의 책을 던지는 돌발행동은 P선생님의 얼굴에 맞는 사고를 일으켰지만, P 선생님은 되려 주니어에게 희망을 심어주었다.
"넌 태어났을 때부터 싸워 왔어. 뇌수술과도 싸웠고, 발작도 이겨냈고, 술에 취하고 마약에 진 어른들과 싸웠어. 넌 네 희망을 지켰어. 그리고 이제 넌 희망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고 있는 곳으로 가야 해."
"얘야, 이 슬프고, 처절하고 비참한 보호구역으로부터 멀리 더 멀리 떠나갈수록 넌 희망을 더 가깝게 찾을 수 있을 거다." (본문 63p)
주니어는 보호구역에서 35킬로미터 떨어진 백인들이 사는 리어단 학교로 전학을 가기로 결심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보호구역 사람들로부터 배신자로 낙인 찍혀 로디와도 멀어지는 일이 되었고, 리어단 학교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고 만다.
그러나 주니어는 페넬로페 여자친구를 알게 되고, 고디, 로저와도 친구가 되고, 농구팀에 들어가면서 리어단 학교에 점차 적응하게 된다. 농구는 늘 경기전에 포기하는 사람인 겁먹은 응아였던 주니어를 새로운 무언가로 만들었다. 할머니, 유진 아저씨, 누나의 죽음으로 슬픔을 알아버렸지만 사랑과 죽음은 매 한가지임을 이해하고 되고, 자신의 슬픔을 어루만져주는 친구들로 인해 자신이 중요한 사람임을 깨닫게 된다.
가난, 희망이 없는 인디언 부족에 사는 주니어가 희망을 찾기 위해 리어단 학교로 전학을 가는 용기와 결단은 청소년들에게 큰 힘이 되어준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대한 불만으로 희망마저 버리려는 아이들이 있다.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 없다는 책 제목처럼 가난은 결코 미래까지 앗아가지는 못한다. 알코올 중독자가 사는 마을, 그 마을의 아이들은 대부분 어른들의 전처를 밟는다. 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에 전념한다면, 그리고 희망을 갖는다면 삶은 달라진다.
"무엇을 하든, 인간의 삶은 자신의 장점에 얼마나 전념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본문 197p)
웃음과 슬픔을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낸 <<켄터키 후라이드 껍데기>>는 청소년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작품이다. 무거운 주제를 유쾌한 문체로 쓴 저자의 필력에 감탄한다. 무겁고, 슬프고, 아픈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유쾌한 문체로 재미있게 쓰여진 이 작품을 본 뉴베리상을 수상한 작가 닐 게이먼은, '이 책은 1년 안에 모든 상을 휩쓰는 동시에 금서로 지정될 것임을 확신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나의 필력으로 쓴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내가 남기고 싶은 말은 한 마디 뿐이다. 직접 읽어보시라.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사진출처: '켄터키 후라이드 껍데기'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