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아이의 왕국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 / 창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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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작품은 <우리 딸은 어디 있을까?><학교 가는 길>에 이어 세 번째 접하는 작품이다. 한국 최초 라가치 대상 수상작인 <마음의 집>을 통해 그녀의 삽화 역시 접해본 적이 있는데, 그녀의 작품을 읽다보면 신비롭다는 느낌을 먼저 갖게 된다. 이번에 읽어보게 된 <<여자아이의 왕국>> 역시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데, 어른이 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초경으로 몸의 변화가 주는 불편함을 여성성에 대한 소중함으로 풀어내고 있다.

표지 삽화는 초경을 그림으로 잘 표현하고 있는데, 예쁘고 아름다운 빨간 꽃으로 비유한 점은 초경이 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한다. 큰 아이는 작년에 초경을 시작했는데, 내가 처음 초경을 시작했을 때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며 걱정을 한시름 덜어낼 수 있었다.


여자아이가 살다 보면 변화를 느끼게 되는 날이 옵니다. "공주여, 오늘 너는 여자가 된 거야." (본문 3p)

붉은 꽃, 여자만이 알 수 있는 의미를 가진 초경이 시작되었다. 엄마와 아빠는 다른 때와 달리 특별하게 안아준다. 하지만 여자아이는 그날이 즐겁지 않다. 무섭고 아프기만 했기 때문이다.


이날부터 여자아이는 자기 왕국의 주인이 됩니다. 매달 정확히, 그리고 빠짐없이요. (본문 6p)


이 왕국의 지도에서 세찬 강줄기, 아무렇게나 떨어지는 폭포, 그리고 폭발하는 화산들 밖에 보지 못했고, 앉아야 하는 왕좌는 딱딱하고 불편했으며, 왕관은 무겁게 머리를 짓눌렀다. 마치 저주받아 개구리가 된 공주처럼 못생겼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기가 아이인지 아니면 눈이 여왕 같은 어른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왕국에서 도망갈 수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몇 년이 지나자, 여자아이는 서서히 왕국을 다스리는 법을 알게 되었다.


여자아이는 자신이 왕국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인 여왕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본문 36p)


여자 아이의 몸을 '왕국'으로 비유하여, 처음 맞게 된 초경으로 자신의 왕국을 다스리는 일이 불편하고 힘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왕국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고,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알려준다. 불편함,통증으로 꺼려지는 그날을 너무도 신비롭게 표현하고 있어, 철학적인 느낌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신비한 왕국의 공주 이야기를 듣는 느낌을 준다.

내가 처음 초경을 시작할 때는, 너도나도 조심해야한다는 성교육에 치중해 설명해주었다. 물론 그때 당시의 부모님은 여자가 되어가는 딸의 변화를 나 자신보다 더 당혹스러워했기에, 나는 여전히 그날의 불편함만을 간직한 채 그날을 보낸다.

처음 내 딸이 초경을 시작했을 때, 나는 당혹감보다는 먼저 축하를 해주며 아이가 받아들여야 하는 그날을 신비로움으로 포장했지만, <<여자아이의 왕국>>에서 보여주듯 아름답게 전달해주지는 못했다. 좀더 일찍 이 그림책을 알았더라면, 딸에게 여자가 되어가는 축복, 공주에서 여왕이 되는 기쁨과 성장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을 갖게 되었지만, 매달 정확히, 그리고 빠짐없이 왕국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 아이에게 이 책은 왕국의 주인으로서 자신의 몸을 잘 다스릴 수 있도록 도와줄 듯 싶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그림책 속에 철학적 이야기를 잘 담아내고 있는데, 지루하고 어렵다기보다는 신비로움을 느끼게 하는 매력이 있다. <<여자아이의 왕국>>에서도 그 아름답고 신비로운 매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초경을 앞둔 여자 아이 혹은 부모님에게 적극 추천해본다.

(사진출처: '여자아이의 왕국'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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