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드로잉 노트 이지 드로잉 노트
김충원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2년 4월
구판절판


초등고학년부터 고등학교까지, 친구들에게 '그림 좀 그리네~'라는 평가를 받았던 나다. 미술학원 문턱을 넘어본 적도 없는 내가, 그림을 좀 그린다는 평가는 받았던 건 순전히 모방탓이었다. 반마다 한 두명은 미술학원을 다니며 멋진 미술실력을 뽑내던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 친구들이 수채화로 채색하는 법을 잘 봐두었다가 같은 요령으로 채색을 했고, 미술 선생님이 설명해주는 스케치 방법을 제법 잘 따라했던 탓이다. 같은 반 친구가 모델이 되어 인물화를 그리는 시간이면, 나는 제법 닮은 얼굴을 그려내곤 했으니, 내 모방 실력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이 갈 것이다. 튼, 나는 제법 다른 사람의 글씨, 그림 등을 잘 따라했고 그로인해 그림을 좀 그릴 줄 아는 아이가 되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그런 평가를 받는 일이 썩 나쁘지는 않았지만, 나는 미술학원에서 전문적으로 미술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런 바램에도 불구하고 미술학원을 다닐 수 없었는데, 그 뒤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회가 없었고, 누군가를 따라할 수 있는 기회도 없었던 탓에 그나마 그릴 줄 알던 그림 실력마저도 사라져갔다.

(어머님 솜씨-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이라 화질이 그다지 좋지 않음을 감안하여 봐주세요)



올해 67세인 시어머니는 한 번도 그림을 배운 적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법 그림을 잘 그리신다(그 연세에 비하면 수준급이다). 그 당시에는 학교에서도 미술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을텐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신다. 어머님의 열정에 감복하여 이젤은 물론 각종 미술도구를 선물해드렸는데, 틈틈이 그린 그림이 스케치북 몇 권은 족히 넘긴다. 그런 시어머니를 보면서 학창시절, 미술에 대한 열의를 가졌던 때를 떠올리게 되었다. 이제라도 그림을 좀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시작을 어디에서부터 해야할지는 막막했다. 요즘 쉽게 스케치하는 법부터 시작해서 초보자들이 배울 수 있는 다양한 미술관련 책들이 출간되고 있기에 어떤 책이 좋을지 시시때때로 검색을 해보곤 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김충원'이었고, 최근에 유아를 대상으로 한 <머리가 좋아지는 캐릭터 그리기 백화>를 접해본 터라 왠지 친숙한 느낌, 전문가적인 느낌 때문에 <<이지 드로잉 노트>>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는 것은 당신의 창조적 사고에 시동을 거는 일이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당신의 창조적 사고가 열려 있다는 것이다.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는 그 다음의 문제일 뿐이다. (본문 2p)

첫 페이지를 열자마자 나를 반겨주는 글이 그림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했고, DRAWING is LINE! 선긋기 연습을 시작으로 그림을 그리는 기본부터 다져주는 구성이 마음에 쏙 들었다. 선 긋기에 자신감이 생기면 드로잉의 절반은 성공이다, 라는 글귀로 학창시절 그림을 배우고 싶었던 그 열정을 다시 느끼는 기분이 들어서 살짝 설레임도 들었다. 드로잉 능력을 향상시키는 '드로잉 신공'은 드로잉을 자유롭게 하는 과정인데, 다양한 선을 그려봄으로써 드로잉 내공을 성장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준다.

The most Important thing is Drawing is to LOOK!은 좋은 드로잉을 방해하는 핸디캡을 극복하는 훈련을 하는 과정으로, 자칫 스스로 학습하면서 범할 수 있는 오류나 잘 못된 습관을 짚어주어 개인 레슨을 받는 기분을 들게 한다.

HATCHING은 드로잉의 매우 중요한 기본으로 시간 날 때마다 해칭 연습을 하는 것이 좋은데, 선과 선 사이가 좁을수록, 선이 진할수록 어두워지는 여러 단계의 명암 연습을 곁들이면 좋을 듯 싶다.

LIGHT AND SHADE는 빛과 그림자를 연습하는 과정으로, 명암은 드로잉에서는 매우 중요한 표현 연습이기 때문에 많은 연습 과정을 거치도록 구성되어 있다.
화면 안에 대상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뺀 나머지 공간을 그리는 NEGATIVE DRAWING은 재미있게 그림 그리는 방법을 제시한다.
FORM DRAWING은 감각적 드로잉과 이성적 드로잉을 선보이는데, 개인적으로는 이성적 드로잉이 훨씬 표현하기가 쉬웠던 거 같다.


FREE HAND DRAWING은 우리가 흔히 낙서를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도 모르게 표현하는 드로잉인데, 선을 겹쳐 나가다보면 마음에 드는 선이 그려진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할 뿐이다.

이 외에도 이 책에서는 단계별로 다양한 드로잉을 익히고 배우고 또 연습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구성을 가지고 있어, 책 제목처럼 쉽게 드로잉할 수 있다. 연필 한 자루를 통해 멋진 그림이 탄생하는 과정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막막하다면 <<이지 드로잉 노트>>를 추천한다.


약간의 용기와 시간만 낼 수 있다면 누구나 자전거를 배울 수 있고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틈틈이 연습한다면 누구나 자전거를 재미있게 잘 탈 수 있다.
드로잉도 자전거와 똑같다.
소질과 상관없이 배우고 익히면 평생 동안 즐길 수 있다. (표지 中)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그림에 대한 열정, 배우고 싶었던 그 욕구가 다시 샘솟는 기분이다. 이 나이에 그림을 배운다는 것이 왠지 쑥쓰럽고 부끄러운 일인 듯 느껴졌는데, 자신감을 심어주는 저자로 인해 용기가 생긴다.

아무래도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시어머님에게도 한 권 선물해야겠다.

<<이지 드로잉 노트>>는 어른 뿐만 아니라 초등 저학년 아이들도 쉽게 따라하고 익힐 수 있는 구성이라 더욱 마음에 든다. 뇌 과학자들은 치매를 예방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으로 드로잉을 권장하고 있으며, 조울증으니 우울증 그리고 감정 조절이 서툰 성격 장애 치료에도 드로잉은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한 성격 형성과 지능 발달(특히 창의력과 관련된 오른쪽 뇌의 발달)은 드로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출판사 서평 中)고 하니, 두 아이들과 <<이지 드로잉 노트>>로 미술 실력도 쑥~!!! 쌓고, 함께 하는 시간을 갖고, 마음의 안정도 함께 쌓아봐야겠다.

마음에 드는 부분을 조금씩 그려보았는데, 내 실력이 너무 조잡하다. 기본부터 탄탄히 다져주는 이 책으로 익히고 충분히 연습해야겠다. 왠지 설레인다.

(사진출처: '이지 드로잉 노트'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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