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희네 집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
권윤덕 글 그림 / 길벗어린이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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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초등2학년 아들래미 학교 홈페이지에서 독서인증제를 실시한다. 독서인증도서목록을 살펴보다가 반가운 <<만희네 집>>과 만났다. <<만희네 집>>은 아들녀석보다 내가 더 재미있게 보는 그림책이다. 높다란 아파트, 빌라에 친숙한 아이들에게 만희가 할머니 댁에서 느끼는 행복감을 알지 못할테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만희가 느끼는 행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좋다.

우리 동네는 골목골목 연립주택이 쭉~ 늘어서있다. 간혹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을 만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빌라형 주택으로 다시 세워졌다. 만희네 집을 보고 나니, 왠지 답답한 성냥갑같다.

좁은 연립 주택에 살던 만희네가 할머니 댁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할머니 댁은 집도 넓고 개도 세 마리나 있는데다, 이제 번듯한 만희 방이 생겨 만희는 기대에 부풀었다.


동네에서 나무와 꽃이 가장 많은 집은 바로 만희네 집이다. 나팔꽃을 비롯해 하얗고, 빨갛게 핀 예쁜 꽃과 초록의 나무들이 만희네 집을 감싸고 있다. 만희의 발자국 소리에도 반갑게 맞이하는 개들이 있어 만희는 더욱 신난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용하는 안방에는 옛날부터 쓰던 물건이 많다. 내가 어린시절 할머니 방에서 보았던 자개장도 있고, 증조할머니 때부터 쓰시던 가위랑 재봉틀, 문갑도 보인다. 방 한쪽 벽에는 다락방인가보다. 어린시절 우리 집에도 다락방이 있어 늘 아지트가 되곤 했는데, 왠지 반갑다.


어둡고 서늘한 광에는 과일이나 쌀, 담근 술 뿐만 아니라 지금은 쓰지 않는 옛날 물건도 보관한다. 그 속에서는 만희가 아빠, 엄마의 어린시절 추억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아빠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 책, 일기장과 만날 수 있는 재미있는 보물찾기가 될수도 있겠다.


서울에서는 보기 힘들어진 된장, 고추장, 간장 항아리가 장독대에 즐비하다. 슈퍼에서 사먹는데 익숙한 아이들에게는 진기한 풍경이리라. 어린시절 햇볕이 좋은 날, 항아리 뚜껑을 열어놓으라는 심부름을 자주 시켰던 엄마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혹여 비라도 내리면 후다닥 달려가 서둘러 뚜껑을 닫아야했던 일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만희네 집 뒤 꼍에는 나 조차도 어린시절 사용해보지 못했던 가마솥도 있다. 앞뜰 화단에는 접시꽃, 도라지, 해바라기 등등등 꽃들이 모여 살고, 화단 맞은 편 현관문 위에는 좋은 일이 생기라고 붙혀 둔 삼두매 부적도 보인다.
친정 엄마도 늘 이런 부적을 붙혀놓았었다. 어린시절 미신이라고 말했었는데, 지금에와서야 가족의 행복을 기원했던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된다.


옥상에는 할아버지께서 가꾸시는 작은 야채밭도 보인다. 고추와 상추, 호박, 파 등이 자라는 야채밭이 부럽다. 옥상에 이불을 척척 걸어놓고 쨍쨍한 햇볕에 말릴 수 있다는 점도 부럽다.


아이들이 자라고나면, 답답한 서울에서 벗어나 이렇게 작은 텃밭을 가꾸며 살 수 있는 주택에서 살자며 남편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아마 나중에 만희네 집과 같은 곳에서 살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원하는 집 구조와 많이 닮아 있기에.

<<만희네 집>>은 서울에서는 보기 어려워졌지만, 내가 어린시절에는 흔히 볼 수 있는 집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그림책은 정감이 느껴진다. 우리 아이들은 이런 느낌은 가질 수 없겠지만, 엄마의 어린시절을 엿보는 즐거움은 가질 수 있을 게다.
핵가족화가 되면서 조부모와 함께 살아가는 가정이 많지 않아서인지,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게된 만희네 가족의 모습은 무척이나 다복해보인다. 점점 사라져가는 가옥의 형태와 핵가족화가 되면서 점점 단촐해져가는 가족의 모습이 왠지 안타깝다.
자꾸만 어린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그림책 <<만희네 집>>이다.

(사진출처: '만희네 집'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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