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은 <상실의 시대> 이후 처음이다. 작년 많은 인기몰이를 했고 읽고자 하는 욕구도 상당했지만, 어쩐 일인지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어쩌면 어린시절 읽었던 <상실의 시대>가 나에게 썩 유쾌한 작품이 아니였기에 저자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3권이 얼마전에 출간이 되었고 <1Q84>에 대한 인기가 다시 시작되면서 책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궁금증에 읽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몰입되어 책을 읽고있는 나를 문득 느끼면서 저자의 명성과 책에 대한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아오마메는 ’증인회’ 신자로 종교에 심취했던 부모에 이끌려 다니며 선교활동을 해야했던 어린 시절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귄 친구의 자살에 대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노부인을 만나면서 법적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여자들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한 올바른 일을 하고자하는 암살자 일을 하게 된다.
암살을 하기위해 목표 장소로 가던 택시안에서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를 듣게 된 아오마메는 기묘한 느낌을 갖게 되고, 막히는 고속도로에서 어쩔 수 없이 도로보수 공사원이 사용하는 비상계단을 통해 시부야로 넘어간다.
그때부터 아오마메는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세상과 다른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1Q84년. 이 새로운 세계를 그렇게 부르기로 하자, 아오마메는 그렇게 정했다.
q는 question mark의 Q다. 의문을 안고 있는 것.
좋든 싫든 나는 지금 이 ’1Q84년’에 몸을 두고 있다. 내가 알고 있던 1984년은 이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은 1Q84년이다. (본문 240p)
또 한명의 주인공인 덴고는 수학강사이자 작가지망생으로 신인상 응모작 중 17살 후카에리가 쓴 <공기 번데기> 작품에서 묘한 매력을 느낀다. 편집자 고마쓰는 문장이 서툴다는 것을 단점으로 내세워 덴고가 이 작품을 리라이팅하기를 부탁한다. 엄연한 사기행각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묘한 이끌림에 덴고는 이 작품의 리라이팅을 맡게 되고, 디스렉시아(난독증)를 앓고 있는 후카에리와 만나게 된다.
서로 다른 곳에서 서로 다른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아오마메와 덴고의 이중구조는 이야기가 진행되어가면서 두 사람 사이의 공통분모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바로 ’선구’라는 종교단체가 그들과 실타래처럼 얽혀있다는 점이다.
덴고는 후카에리의 보호자 에비스노를 통해서 듣게 된 그녀의 출생과 성장 배경을 통해서 지금은 종교단체가 된 ’선구’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아오마메는 끔찍한 성폭행을 당하고 노부인에게 보호를 받고 있는 쓰바사를 통해서 ’선구’에 대해서 알게되고, 선구의 리더를 다른 세상으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리더를 통해 선구와 리틀피플 그리고 덴고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같은 두 개의 달을 바라보며, 서로를 그리워한다.
1,2권에서는 덴고, 아오마메의 이중구조로 흘러가던 이야기가 3권에 들어서자, 우시카와, 덴고 그리고 아오마메의 3중 구조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차별화를 두었다. 우시카와는 2권에서 덴고를 찾아왔던 인물로 덴고와 후카에리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며, 덴고를 후원하겠다는 명목으로 접근했었다.
덴고의 거절로 조용히 사라졌던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 3권의 첫장을 장식하고 있었고, 중요한 인물로 떠오른다.
어쩌면 덴고와 아오마메를 연결시켜 준 인물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3권이 마지막 권이 맞는 걸까?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3권에서도 많은 일이 일어났다. 741 페이지를 다 넘겨서야 비로소 사건이 해결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사건은 끝없이 일어났고, 끝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우시카와가 방향을 틀면 그곳에 아오마메가 있기에 긴장감이 지속되고, 아오마메와 덴고가 서로 가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나지 못함에 안타까워 긴장을 하게 된다.
뒤늦게 덴고와 아오마메의 연결고리를 찾은 선구의 마지막 추적, 우시카와의 공기번데기를 만들어내는 리틀피플의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이제 하나가 되었으니 말이다.
처음 혼자 건넜던 다리를 건너는 것으로 시작되었던 1Q84는 이제 덴고와 아오마메 두 사람이 함께 다리를 건너는 것으로 마무리를 되었다.
’은색 벤츠 쿠페’는 1Q84의 속편을 기대하게 된다. 어쩌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던 1Q84 세계에서 끝나지 않은 선구의 추적과 리틀피플이 만들어내고 있는 공기 번데기가 1984의 세계로 찾아올지도 모른다. 아오마메와 덴고의 만남에 중심을 둔 결말이 이들에 대해 확실한 결말을 주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속편에 대한 예고일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아니라면, 상상하기 조차 어려운 1Q84 세계를 독자 나름대로 상상해보라고 던져주었을지도 모른다.
1권의 첫 페이지를 넘기면서부터 시작되었던 긴장감은 3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서야 사라졌다. 아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그 긴장감을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미스터리물처럼 끝없는 긴장감을 주는 이야기였지만, 결국은 찐한 로맨스 소설이였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역경과 환경 속에서도 서로를 잊지않고 끌어당겼던 그들의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간절함이 만들어낸 로맨스.
어디서였건 상관없다, 덴고는 생각한다. 그건 별 문제가 아니다. 어디서 보고 있었건 그녀는 지금의 내 얼굴을 한눈에 알아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깊은 기쁨이 그의 온 몸을 채웠다. 그 이후로 내가 그녀를 줄곧 생각해온 것과 똑같이 그녀도 나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건 덴고에게는 믿기 어려운 일처럼 느껴졌다. 거세게 변화하는 이 미궁과도 같은 세계에서, 삼십 년 동안 얼굴 한번 마주한 일 없이,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 소년과 소녀의 마음이 - 지금껏 변하는 일 없이 하나로 이어져왔다는 것이. (본문 664p)
나도 모르게 책 속에 무섭게 몰입했지만,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에 대한 상상은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전혀 할 수 없었다. 이것이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가 가지고 있는 힘인가? 나는 지금 <1Q84>의 세계에 흠뻑 취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