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자들의 영웅 - 차별에 맞선 위대한 혁명가 빔 암베드카르 다른만화 시리즈 6
스리비드야 나타라잔, S. 아난드 지음, 정성원 옮김, 두르가바이 브얌, 수바시 브얌 그림 / 다른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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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콜롬비아에서 10세 소녀가 출산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미성년자의 출산은 와우족에게는 문화적 전통이고, 와우족 소녀들에게서는 이와 비슷한 경우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내용이 표기 되어있었다. 정말 문화적 충격이었다. 우리와 다른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고 누누이 말하지만, 이는 이해하기가 너무 버거운 '다름'이었다. 이 이해하기 버거움은 비단 이 와우족의 풍습만은 아니다. 인도에서는 여전히 카스트 제도가 자행되고 있는데, 얼마전 시사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인도의 작은 마을에서는 여전히 카스트 제도가 존재하고 있었다. 물론 그 마을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서서히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희망적인 부분을 보여주었지만, 인간은 평등하며 인간은 모두 삶을 존중받을 권리가 있음을 주장한지 꽤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불가촉 기피는 여전했다.

 

 

굉장히 독특한 책을 만났다. 바로 CNN 선정 정치 만화 Top 5, 2012 국제청소년도서관 화이트레이븐상을 수상한 인도의 그림책 <<버려진 자들의 영웅>>이다. 만화로 구성된 작품인데 기존에 자주 접했던 만화와 다르게 네모박스가 없는 독특한 구성과 삽화에는 이국적인 느낌이 굉장히 강하게 실려있다. 처음에는 어느 부분을 먼저 읽어야할지 모르는 낯선 경험을 하게 되지만, 읽다보면 저절로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가게 된다.

인도를 떠올리면 민족해방운동의 지도자인 간디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인도에서는 간디보다 존경받는 빔 아베드카르라는 인물이 있다고 한다. <<버려진 자들의 영웅>>은 바로 차별에 맞선 위대한 혁명가인 빔 아베드카르에 관한 이야기를 수록한 작품으로, 인도 불가촉천민들의 영웅이 된 빔 아베드카르의 자전적 경험과 저항 이야기를 독특한 삽화로 담아내고 있다.

 

 

인도의 카스트제도는 이제 역사 속에나 등장하는 제도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신분제도가 있었지만, 이제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인권을 존중받으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데, 최근 2010년 9월29일 힌두스탄 타임스에는 달리트에 속한 몇몇 사람들이 마라타족 소유의 우물에 가서 물을 길어 왔는데, 상층 카스트에 속하는 이르케드는 이러한 행동을 맹렬히 비난하고 더 이상 그 우물에서 물을 긷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 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본문 15p)

 

암베드카르의 동상은 간디나 네루의 동상보다 훨씬 많지만 그의 삶과 업적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본문 16p)

 

이야기는 인도에서 불가촉 기피가 여전함을 일깨워주며, 차별에 맞선 영웅 암베드카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1891년 4월 14일 서부 인도의 불가촉천민으로 태어난 암베드카르는 형편이 나은 편이었지만, 카스트 제도에 대해 눈물 날만큼 톡톡히 배워야했다.

 

 

일반 힌두인과 우리는 서로 다른 관습을 따랐다. 우린 공공 수돗물을 마실 수 엇었다. 이발사한테 머리를 다듬을 수도, 세탁소도 이용할 수도 없었다. 돈을 두 배로 낸다 해도 아무도 우리 옷을 만지려 하지 않았다. 우린 동물만도 못했다. (본문 27p)

 

그는 견고한 관습에 저향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고, 컬럼비아 대학교와 런던정경대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한 후 인도로 돌아와 1927년엔 마하드에서 비폭력 저항 운동 (샤타그라하)을 큰 규모로 조직했고, 기나긴 투쟁끝에 암베드카르가 달리트 3천 명을 이끌고 평화 시위를 4년이나 하고서야 겨우 저수지 물을 마실 수 있게 되었는데, 달리트 측에서 이 일을 두고 '독립 선언'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암베드카르는 평생 공정한 사회를 위해 노력했고, 하층 카스트를 위한 학교와 도서관을 지었다.

 

 

우리는 부나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싸우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자유를 위해 싸우는 것입니다. 우리의 싸움은 인간 존엄성 회복을 위한 싸움입니다.

 

제가 전할 마지막 말을 이것입니다. 공부하십시오. 조직하십시오. 주장하십시오. 여러분 스스로를 믿으십시오. (본문 91p)

 

 

또한 암베드카르는 인도 헌법을 기초한 사람이었는데, 인도의 첫 법무부 장관으로 힌두 민법초안을 만들 때 힌두 법들이 좀더 공평한 방향으로, 특히 여성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랐다.

이 책에서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카스트제도의 실상과 차별에 맞선 위대한 영웅 암베드카르의 삶과 그의 업적을 독특한 구성으로 전달하고 있다. 부록에는 이 책의 저자 S. 아난드의 빔에게 바치는 노래라는 제목의 글이 수록되어 있는데, 책을 읽을 때는 몰랐던 각기 다른 모양의 말풍선이 가진 의미에 대해 알고 난뒤, 이 그림책 가지고 있는 독특함을 특별함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특히 만화에서 볼 수 있는 네모 박스가 없다는 것이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에도 의미가 있었다.

"우리는 등장인물들을 박스 안에 넣지 않을 거에요. 박스는 답답해요. 우린 빈 공간에 그려 넣는 걸 더 좋아해요. 우리 그림은 숨 쉬는 모든 이들을 위한 공간이 되도록 열려 있어요." (본문 102p)

처음에는 이해하기 힘들었던 구성과 삽화가 저자의 글을 통해서 의미를 이해하게 되면서 이 삽화가 가지고 있는 특별함이 암베드카르를 이해하는데, 작품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삽화에서도 '자유'를 표방하는 이들의 마음이 한껏 와닿는 기분이다.

 

 

독특하지만 특별함을 담고 있는 구성과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인도 카스트제도의 실태를 너무도 잘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암베드카르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찾지 못한 이들에게 우리가 더 깊은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다. <<버려진 자들의 영웅>>은 단순히 잘 알려지지 않은 혁명가 빔 암베드카르를 알리기 위한 작품이 결코 아니다. 이 작품은 차별에 대한 아픔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져야 할 권리를 주장하는 못하는 이들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책이라 하겠다.

 

오늘날 1억 7천만 명이 불가촉천민들은 여전히 물, 거주권, 기본적인 인간 존엄권을 거부당하며 18분마다 범죄에 희생되고 있다. (표지 中)

 

(사진출처: '버려진 자들의 영웅-차별에 맞선 위대한 혁명가 빔 암베드카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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