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 없는 마을 - 제1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작 창비아동문고 267
최양선 지음, 오정택 그림 / 창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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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친구가 문자로 '우리가 우리도 모르게 길들여진 물건이 머가 있을까?' 라는 뜬금없는 물음을 던졌다. 느닷없는 물음이었지만, 단박에 휴대폰이라는 답변이 떠올랐다. 휴대폰이 없으면 왠지 불안하고, 휴대폰의 울림에 자동반응하는 우리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휴대폰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빨리 휴대폰에 길들여지고 말았다. 집착....! 휴대폰에 대한 우리의 집착은 너무도 깊어, 새로운 기종이 출시되면 너도나도 신제품으로 바꾸고, 하루가 멀다하고 새롭게 출시되는 휴대폰에 또다시 욕심을 부린다.

사람들의 욕심을 부추기는 광고와 업체의 홍보전략은 사람들의 소비욕구와 집착을 더욱 키우고 있는 셈이다.

 

산업혁명으로 인류는 풍족한 생활을 영위하게 되었다. 기계화 되면서 물건들은 대량으로 생산되었고, 사람들은 물건의 포화 속에서 부족함없이 살아간다. 세상이 빠르게 진화함에 따라, 기존의 대량으로 생산되었던 물건들은 쉽게 잊혀지고 버려지면서 새로운 기종의 물건들이 또 대량으로 생산되고 있다. 세상은 풍족해졌지만, 대량 소비 사회 속에서 자연은 훼손되어가고, 사람들은 생활의 풍족함을 영위하는 대신 마음의 빈곤함을 갖게 되었다. 가져야만, 가득 채워야만 마음의 위안을 얻는 우리는, 마음 속에 담겨야 할 희노애락 대신에 방안 가득 물건을 채워야하는 물건의 노예가 된 것은 아닐런지.

친구의 문자에 단박에 답을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은 읽고있던 책 <<지도에 없는 마을>> 때문일지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아동문학이 수준과 장르가 굉장히 폭넓고 깊어졌다는 점이다. 미스터리, 판타지를 이용해 사회 문제를 꼬집는 내용이 굉장히 환상적으로 전달되고 있는데, 그리 두껍지 않는 140여 페이지 정도의 짧은 이야기가 굉장한 강렬함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꿈의 자작나무 섬

자작나무 섬, 유령 도시로 전락하나

자작나무 섬은 죽음의 도시 (본문 9p)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게 비밀에 쌓여있는 듯한 자작나무 섬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비밀스러운 섬에 구진 교장이 새로 부임하여 오게 되는데, 섬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를 갖는 구진 교장 역시 먼가 비밀을 감추고 있는 듯 하다. 자작나무 섬에는 마을 사람들이 일하는 거대한 고물상이 자리잡고 있다. 섬을 개발하겠다는 건설사의 부도로 한 순간에 재산을 잃은 사람들은 섬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해모의 제안으로 고물상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부도가 난 건설사는 도시에 커다란 '초대형 바벨 쇼핑센터'를 오픈했다. 호돈은 새로운 상품을 산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을 담은 쇼핑센터의 광고를 보니, 젊어질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새로운 디자인과 기능이 좋아진 게 나올 때마다 새 화장품 냉장고를 바꾸었던 아내가 떠올랐다. 아내의 집착탓에 엄마의 보살핌을 많이 받지 못한 보담이는 어느 새 열세 살이 되었다.

 

 

보담이는 교장 선생님의 캐비닛을 몰래 엿보다가 실종된 사람들의 사진을 모아둔 종이를 발견하게 된다. 그 후 신문에서 실종된 아이를 찾는 기사를 보고 보담이는 캐비닛에서 본 실종자들과 이 기사가 관련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호기심을 갖게 된다.

한편 보담이의 친구 소라는 해모 할머니에게 먼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특별한 글자를 배우고 있었는데, 이는 엄마인 리안에게조차도 비밀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라는 시원하고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도 편해지는 탓에 보담이가 자주 머리를 집어넣는 보담이 엄마의 화장품 냉장고에서 이상한 기운을 느끼게 된다.

 

실종자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 보담이는 우연히 아빠가 보던 인터넷 방송 '미스터리 방송사'에서 방영한 '사물과 교감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서, 실종자와 물건의 관계 그리고 그동안 아빠와 엄마가 이혼했다고 알고 있던 사실에 먼가 감추어진 사실이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엄마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내고 싶은 보담이는 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고, 미스터리 방송사 피디와의 만남을 통해 바벨 쇼핑센터에 의구심을 갖는다. 이제 사건은 실종사건과 관련된 구진 교장과 엄마에 대한 진실을 털어놓은 아빠 호돈까지 참여하게 되고, 해모로부터 고물상의 미스터리를 듣게 된 소라와 엄마 리안까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모여든다.

 

"복수하고 싶었어. 바다와 섬을 망쳐버린 인간들에게. 마음을 잃어버린 채 평생 물건이나 껴안고 살아가는 어리석은 인간들에게." (본문 116p)

 

이야기는 처음부터 미스터리적인 요소로 가득 채운 채 시작한다. 각각의 인물들 모두 비밀을 하나씩 감추고 있어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함을 증폭시키는 긴장감도 빼놓지 않았다. 그 속에 담겨진 인간의 과소비와 물건에 대한 인간의 집착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아놓았는데, 자칫 어두울 수 있는 주제가 미스터리, 판타지라는 장르를 통해 흥미롭게 진행된다. 주인공 보담이를 장난꾸러기 소년으로 등장시킨 것도 무직한 주제로 인한 어두운 측면을 다소 완화시켜주는 듯 싶다.

책을 읽은 뒤 방 안을 둘러보았다. 예쁜 모양이 마음에 들어 괜시 여러 개 구입한 물건, 새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다시 구입한 물건, 그리고 나뒹구는 구 디자인의 물건들이 눈에 띈다. 나 역시도 물건에 집착한 그 사라진 실종자들의 한 명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어 괜시리 무서워진다. 희노애락 대신에 채워지는 욕심이 스스로를 짓누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얼마나 걸릴까요?"

"나도 알 수 없다. 짧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아주 오래 걸릴 수도 있겠지." (본문 140p)

 

판타지가 곁들어진 결말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였다. 우리의 잘못을 바로잡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분명 희망은 존재한다.

 

(사진출처: '지도에 없는 마을'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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