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시간표 보림문학선 1
오카다 준 지음, 윤정주 그림, 박종진 옮김 / 보림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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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수....토요일까지 학교에 도착한 아이들은 정해진 시간표대로 하루 일정을 보냅니다. 똑같은 하루, 똑같은 일정이 지루하고 따분하게도 느껴지지만, 그 일과 속에서도 아이들은 많은 스펙터클한 일들이 벌어지지요. 새로운 선생님, 새로운 친구, 새로운 급식 메뉴 등등 새로운 뉴스거리로 아이들은 즐거워합니다. 그러나 가끔은 선생님과의 갈등, 친구와의 갈등 등으로 힘든 일을 겪기도 합니다. 두려움, 슬픔, 아픔 그리고 지루함과 따분함 속에서 아이들에게 상상이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상상은 아이들에게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기도 하고, 소원을 이루어주는 마법을 부리기도 합니다.

<<신기한 시간표>>는 서로 다른 초등학교에서 서로 다른 계절, 서로 다른 시간에 생긴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학교 생활에서 느끼는 따분함이나 두려움 등이 상상과 만나서 신기한 마법을 부리는 이야기죠.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의 소재 속에 신비로운 사건을 판타지로 그린 이 작품은 아이들에게 공감과 즐거움을 선물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다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학창시절, 지루한 수업 시간에 선생님 몰래 상상의 세계에 빠졌던 그때를 떠올려 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저도 '상상'을 통해서 용기와 힘을 얻었던가 봅니다.

 

이번 주 목표로 '다섯 명 이상하고 아침 인사를 하자.'로 정한 다케시는 지각한 탓에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할 듯 합니다. 다행이 같은 모둠의 친구들을 만나 한꺼번에 네 명과 인사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 한 명과 인사하기는 어려울 듯 싶습니다. 그런 다케시는 사물함 위에 놓여있는 어항 속 금붕어 한 마리에게 인사를 건네보았습니다. "안녕!" 금붕어가 아주 작은 소리로 대답합니다.

집에서는 수다쟁이지만 학교에선 별로 말이 없는 사나에는 교통사고로 다리는 다쳐서 조회에 참석하지 않고 교실에 혼자 남았습니다. 혼자 남은 사나에에게 앵무새는 "안녕."하고 인사를 건넵니다. 그렇게 사나에는 첫 인사를 건넵니다. <다섯 번째 안녕과 첫 번째 안녕>은 수줍음에 친구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두 아이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금붕어와 앵무새가 인사를 건넨다는 상상을 통해 아이들은 넘지 못했던 두려움을 건너고 있었습니다.

 

 

 

<타일 고양이>의 주인공 미도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입학 후 쭉 학교 가기 정말 싫은 미도리는 오늘은 유난히 더 싫습니다.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고 결석한 사람이 있으면 건강 기록부에 이름을 적습니다. 그것을 주번이 양호실로 가져가야 되는데, 오늘이 바로 미도리 차례이기 때문이죠. 미도리는 쉬는 시간에도 선생님하고 같이 가지 않으면 운동장에도 나가지 않았지요. 학교에서 혼자 갈 수 있는 곳은 화장실뿐이었지요. 그런 미도리에게 2층에서 1층 양호실까지 혼자 가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입니다.

미도리는 화장실 갈때도 복도에 깔린 여러 가지 색의 피타일 중 초록색만 따라 가곤 했습니다. 이번에도 미도리는 초록 타일만 밟고 양호실로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요. 그때 검은 고양이가 미도리 쪽으로 다가왔고, 미도리는 고양이와 함께 양호실까지 쉽게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미도리의 모습은 우리 아이들에게 큰 공감을 줄 수 있을 거 같아요. 처음 학교에 입학하고 나면 긴 복도에 늘어선 교실과 무서운 듯 보이는 선생님들 때문에 아이들은 쉽게 주눅이 듭니다. 화장실 가는 것도 쉽지가 않지요. 아이들의 두려움이 미도리를 통해서 잘 드러난 거 같아요. 미도리가 두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 아이들도 용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지우개 도마뱀>은 교실의 마룻바닥이 갈라진 틈에서 나온 도마뱀을 통해 친구와의 갈등을 풀어가는 사오리의 이야기를 담았고, <돌멩이>에서도 자신의 파워로 인해 군페이가 돌멩이로 변했다는 사실에 걱정하는 료타의 이야기를 통해서 친구와의 갈등과 문제를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수록되었습니다. 요즘 왕따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어 친구들과의 갈등은 아이들에게 큰 문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두 편의 이야기는 판타지라는 장르를 통해서 갈등과 문제를 재미있게 풀어나가고 있지요.

가장 심오한 내용이라 생각했던 것은 바로 <꿈꾸는 힘>이었습니다. 담임선생님이 다른 학교로 출장을 간 탓에 6학년 1반은 6교시에 자습을 하고 있었지요. 그때 할머니 한 분이 교실로 오셔서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시간이 별로 없다. 잘 들어. 믿기 어렵겠지만 믿어야 한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꿈꾸는 힘을 도둑맞고 있다. 상상하거나 공상하는 힘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말이다." (본문 82p)

 

이 이야기는 어쩌면 작가가 우리에게 하고 있는 이야기일지 모릅니다. 그렇기에 작가는 이렇게 판타지를 통해서 우리에게 상상하는 힘을 키워주고 있는 것이겠지요. 국어,수학,과학,영어 등등 늘 외워야하는 수많은 내용 속에서 아이들에게 상상은 하나의 사치가 되어버렸습니다. 엉뚱한 이야기라 치부하는 부모님, 별난 아이라 평가되는 시선들로 상상하는 힘은 점점 약해졌지요.

요즘들어 창의력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스티브잡스에 의해 상상이 세상이 바꿀 수 있음이 알려지면서 너도나도 상상력 키우기에 큰 관심을 보입니다. 허나, 상상력은 교육이나 학습에 의해서 키워질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신기한 시간표>>와 같은 동화책이나 그림책 등을 통해서 자연스레 상상의 힘을 키우고, 상상을 통해서 두려움을 극복하고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해주는 것이 중요하지요.

이 동화책에서는 거론했던 내용외에 총 10편의 이야기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상상력을 불어넣어줍니다. 이렇게 키워진 상상력은 아이들이 스스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키워진 상상력은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또 하나의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진출처: '신기한 시간표'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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