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부랑 할머니가
신경림 글, 윤문영 그림 / 계수나무 / 2012년 1월
품절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갯길을 꼬부랑 꼬부랑 넘어가고 있네~

꼬부랑 꼬부랑 꼬부랑 꼬부랑 고개는 열두 고개 고개를 고개를 넘어간다 ♩♪♬

어린시절 즐겨부르던 동요 중의 하나이다. 꼬부랑 꼬부랑 단어가 재미있어 자주 흥얼거렸던 기억이 난다.
<<꼬부랑 할머니가>> 그림책을 보면서 이 동요를 먼저 떠올리게 되었는데, 동요의 익숙함에서 느껴지는 친숙함을 느꼈기 때문인 듯 하다. 추억에 젖어 정겨움에 책을 집어 들었는데, 저자가 '신경림' 시인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이 사실만으로도 폭발적인 기대감에 안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 내용 또한 따듯하고 훈훈하다.

<<꼬부랑 할머니가>>는 동시그림책으로, 흔히 동시집의 한 페이지에 동시와 삽화를 담은 동시화같은 구성에서 벗어나, 하나의 동시와 그림이 만나 한 권의 그림책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동시에서 느껴지는 운율이나 반복적인 리듬감과 함께 매 페이지마다 볼 수 있는 삽화 또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행복한 왕자'를 떠올리며 그린 이 그림 속 할머니에게서는 행복한 왕자가 가지고 있던 따뜻함과 할머니에게서 느낄 수 있는 인자함과 너그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굵은 주름, 인자한 미소가 너무도 매력적이다.

산 속 깊은 곳, 외딴 집에서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꼬부랑 할머니가 두부 일곱 모 쑤어 이고
입골 밤을 자고서 일곱 손주 만나러 고개를 넘어 일곱 고개를 넘어간다. 손주들을 만날 생각에 할머니는 행복하신 듯하다.

헌데, 손주를 주려고 쑨 두부인 줄 알았는데 할머니는 고개를 넘을 때마다 두부 한 모를 놓아둔다.

길 잃고 밤새 헤맨 아기 노루 먹으라고
먹이 없어 내려온 다람쥐 먹으라고
알 품보 봄 기다리는 엄마 꿩 먹으라고
동무 없어 심심한 산토끼 먹으라고

추운 겨울 산 고개를 넘으려고 따뜻한 둘렀던 목도리를 병든 오소리에게 매어주는 할머니의 모습이 너무도 행복해보인다.
그렇게 여섯 고개를 넘고나니, 이제 두부가 한 모 남았다.

일곱 고개 넘어서니 일곱 손주들이 기다리고 있다. 할머니를 향해 팔을 벌리고 다가오는 아이들의 모습과 손주들을 향해 달려가는 할머니의 모습 속에서 행복함이 물씬 느껴진다.
삽화 속에 환한 얼굴을 그려넣지 않아도, 그들의 얼굴이 그려진다. 환하게 웃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비록 두부는 한 모 밖에 안 남았지만, 그들은 개의치 않는다. 그들이 기다린 것은 두부가 아니라 할머니였으므로.
할머니와 손주들이 방안에 모여 두런두런 이야기 꽃을 피우는 모습을 할머니의 두부를 먹은 동물들이 바라보고 있다.
할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는 듯이~

우리 가족은 'TV 동물농장'을 자주 시청하는 편인데, 방송을 보다보면 먹을 것이 없어 산에서 내려오던 노루와 너구리들이 로드킬을 당한다는 소식을 접하기도 하고, 굶주림에 사람이 사는 곳까지 내려왔다가 하수구에서 목숨을 연명하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다행스럽게도 주위 사람들이 동물들을 위해 먹을 것을 내놓으며 온정을 베푸는 모습을 보며, 안쓰러움 속에서 따뜻함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며 사는 방법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된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자연과의 조화를 중요시하였다. 그러나 요즘 자연의 훼손으로 인해 동물들은 살 곳을 잃어가고 있다.

<<꼬부랑 할머니가>>는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자연과의 조화를 중요시한 선조들의 지혜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나눌 줄 알고 베풀 줄 알았으며, 자연의 소중함을 알고 있었던 선조들의 지혜를 통해서 삭막해져가는 우리들의 마음 속에 부족함이 무엇인가를 깨달아본다. 특히, 할머니와 손주들의 행복한 재회의 모습을 통해서 가족애를 느낄 수 있어 훈훈함을 더한 작품이었는데, 가족과의 단절과 핵가족화로 점점 가족애에 대한 의미가 퇴색되어지고 있는 요즘, 이 훈훈함은 가족애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가족 그리고 자연에 대한 의미를 통한 훈훈함과 따스함을 전달하는 동시에 시의 한 행, 한 행을 삽화와 곁들어보면서 동시그림책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 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사진출처: '꼬부랑 할머니가'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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