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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괜찮아 1 : 천둥 도깨비 편 - 배꼽 할아버지의 유쾌한 이야기 ㅣ 괜찮아요 괜찮아 1
하세가와 요시후미 글.그림, 양윤옥 옮김 / 내인생의책 / 2012년 2월
'도깨비'만큼 아이들에게 친숙하고 재미있는 소재가 또 어디있을까? 그래서인지 아이들의 그림책에는 도깨비가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인가보다. 아마 도깨비가 가지고 있는 해학적 이미지때문일지 모르겠다.
일본에는 "천둥 도깨비가 배꼽을 떼어간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옛날 옛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천둥 소리를 들으며, 먹구름 위에 사는 수많은 천둥 도깨비들이 일제히 북을 두드리기 때문이라고 상상했는데, 무더운 여름이라도 천둥이 치고 소나기가 내리면 배탈이 나기 쉬워서 "어서 옷 입어라, 천둥 도깨비가 배꼽 떼어갈라." 라고 말을 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좀더 과학적인 설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과학적인 이야기보다는 이렇게 옛날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인다. 옛 이야기에는 과학적 이야기에서 배울 수 없는 선조들의 지혜와 삶의 여유가 담겨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천둥 도깨비가 등장하는 이 그림책은 <괜찮아요 괜찮아>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이다. 어른이 되었어도 나는 실수를 곧잘 저지른다. 어른인 나도 이럴진데, 아직 서툰 우리 아이들은 어떨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은 아이들의 실수를 다그치고 나무란다. 늘 바쁜 어른들에게는 삶의 여유와 너그러움이 없기 때문일게다. 그러기에 우리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늘 바삐 움직이는 어른들에게도 '괜찮아요 괜찮아'라는 말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고 느낀 것은, <배꼽구멍>을 통해서 처음 접하게 된 저자의 화려한 이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에게 필요한 말 '괜찮아요 괜찮아'가 너무도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내 아이들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이 말을 통해서 여유와 너그러움을 가져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저녁, 우르릉! 천둥이 쳤다. 번쩍! 하더니, 이어서 쾅! 울렸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천둥 도깨비들이 온게 아닌가. 헌데 깜짝 놀라던 할아버지는 "어이쿠! 천둥 도깨비가 찾아왔구나! 뭐, 괜찮아요, 괜찮아. 모처럼 왔으니 편히 놀다 가시구려." 하는 게 아닌가.
배가 고프다는 천둥 도깨비들에게 "괜찮아요, 괜찮아. 아무 걱정 말고 저녁이나 드시구려." 말하는 할아버지에게 되려 천둥 도깨비들은 미안해한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정말 못말리신다. 괜찮다고 하는데도 천둥 도깨비들에게 "괜찮아요, 괜찮아." 하시며 목욕을 권한다.
할아버지는 사양하는 도깨비들에게도 사양하지 말라시며 등까지 밀어주신단다.
"어허! 괜찮아요, 괜찮아. 그 도깨비 뿔, 내가 한번 닦아보고 싶구먼." (본문 中)
헌데 다음 날 일어나보니 가족들의 배꼽이 사라지고 없다. 아마 천둥 도깨비들이 떼어간 듯 싶다. 울먹이는 '나'와 달리, 할아버지는 이번에도,
"허허, 괜찮아, 괜찮아." 하신다.
어떤 상황에서도 "허허" 웃음을 잃지 않고, "괜찮아요, 괜찮아"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왠지 너무도 여유롭고, 넉넉해보인다. 도깨비 때문에 덜덜 떨고, 배꼽이 없어 울먹이는 '나'도 어느새 할아버지에게 전염이 된 듯 싶다.
"괜찮아요, 괜찮아" 곱씹을수록 행복한 말이다. 그림책을 읽는동안 나 역시도 할아버지에게 전염이 된 듯 자꾸만 이 말을 되뇌이게 된다. 그동안 너무 빡빡하게 살아오면서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했다는 것을 느낀다.
물컵을 엎지르고 엄마의 눈치를 보며 겁내하는 아이들의 눈빛이 떠오른다.
이제는 아이들의 작은 실수에 눈꼬리를 올리기보다는 "괜찮아, 괜찮아"하며 마음을 감싸줄 수 있는 엄마가 되어보리라. 이 여유와 너그러움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전염될 수 있기를, 할아버지의 "허허"웃음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전염되기를 바래본다.
더불어, 코믹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와 삽화가 아이들에게 즐거움도 함께 선사할 것이다.
(사진출처: '괜찮아요 괜찮아 1'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