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형제 동화집 동화 보물창고 45
그림 형제 지음, 아서 래컴 그림,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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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아이라 할지라도, <백설공주><헨젤과 그레텔><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와 같은 작품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마 집집마다 한 두권씩은 모두 소장하고 있지 않을까. 어린시절 엄마가 사주었던 명작 전집은 언급했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어린시절, 읽고 또 읽었던 작품이었지만 커가면서 이런 작품들과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었는데, 두 아이를 키우면서 다시금 읽어가면서 신선한 느낌을 얻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어린시절에는 미처 몰랐는데, 두 아이를 키우면서 알게 된 사실은 <<그림 형제 동화집>>은 독일의 전래 동화였다는 점이다. 야코프 그림과 빌헬름 그림 형제인 '그림 형제'는 6년 동안 수집한 전래 동화 86편을 새로운 유형의 전래 동화집으로 펴낸 것인데,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 독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품이 되었다.

나라마다 전래 동화는 무수히 많다. 우리나라에도 콩쥐팥쥐, 해님달님, 혹부리영감 등 교훈이 담긴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지만, '그림 형제'처럼 창의적이면서도 전래동화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지 못했던 점이 <<그림 형제 동화집>>을 보니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이번 보물창고에서 '출간 200주년 기념'으로 출간된 <<그림 형제 동화집>>은 그동안 접해왔던 작품과는 좀 차별화된 구성으로 담아냈다. 바로 원작에 충실했다는 점인데, 그동안 아름답고 예쁘게 미화하여 담겨진 타 작품들과는 달리, 당대의 현실을 거울처럼 비추던 옛이야기들을 어떠한 훼손 없이 전하려고 애썼던(출판사 서평 中) 그림 형제의 노고를 고스란히 담아낸 것이다.

읽다보면 그동안 접해왔던 내용과는 달리, 백설공주의 왕비는 더욱 악랄했으며, 헨젤과 그레텔의 아버지는 더욱 무능했고,새엄마는 더욱 야비하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이 작품 속에 드러나 있는 불편한 진실들은 현 사회의 모습과 전혀 무관하지 않았기에 그 불편함이 더욱 크게 느껴졌는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예쁜 단어로 꾸며진 동화책과는 많이 다르다.

이런 부분들 때문인지 착하디 착한 주인공들이 끝내 선함에 대한 복을 받게 되는 장면이 더욱 강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백설공주>에서 못된 왕비는 사냥꾼에게 백설공주를 숲 속으로 데려가서 죽이고 허파와 간을 가져오라고 한다. 사냥꾼이 백설공주를 살려주고 새끼 멧돼지의 허파와 간을 가지고 가자, 왕비는 허파와 간을 소금물에 팔팔 끓이고는 남김없이 싹싹 먹어치웠다. (본문 10p) 사실 다른 작품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도 있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마녀의 사악함이 크게 와닿는 부분이기도 했다.

<신데렐라>에서도 내가 아는 부분과는 다른 내용을 읽게 되었는데, 이야기가 상상으로 연결되어지기 때문인지 잔인함을 느낄 수 있었다. 덧붙히자면, 신데렐라의 원제목은 <재투성이 아가씨 아셴푸텔>이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리구두 대신 순금 슬리퍼가 등장하는 점은 재미있었지만, 엄지발가락이 들어가지 않자, 엄마는 칼을 주며 발가락을 잘라 버리라고 한다.

 

큰딸은 엄지발가락을 싹둑 잘라 낸 뒤, 슬리퍼 속에 발을 억지로 집어넣었어요. 큰딸은 고통을 꾹 참고 왕자에게 갔어요. (본문 219p)

 

허나 큰딸이 슬리퍼의 주인이 아님을 알게 되자, 작은딸은 뒤꿈치를 잘라내는 고통을 감내한다.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림 형제'는 왜 이런 장면을 훼손 없이 전하려고 했던걸까? 앞서 잠깐 언급했던 것처럼 이런 장면이 있었기에, 선한 주인공들이 복을 받게 되는 결말이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쩌면, 전래 동화를 온전히 지키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던 것은 아닐런지.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에는 늑대가 엄마 염소처럼 보이기 위해 방앗간 주인을 위협하여 앞발에 하얀 밀가루를 뿌리는 장면이 나온다. 방앗간 주인은 늑대가 누군가를 속이려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잡아먹는다는 늑대의 위협 때문에 늑대를 돕게된다.

 

덜컥 겁이 난 방앗간 주인은 늑대의 앞발을 하얗게 만들어 주었어요. 그래요, 이런 게 우리 인간의 모습이지요. (본문 96p)

 

<<그림 형제 동화집>>에 실린 19편은 바로 이렇게 우리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선한 한스를 속여 재물을 탐내는 사람들이나 재봉사의 세 아들이 가진 요술식탁과 황금당나귀, 방망이를 탐하는 여관 주인, 약속을 하찮게 여기고 나보다 약한 사람에 한없이 강한 척하는 개구리 임금님의 공주, 공주가 가진 것을 탐하다 결국 죽음을 맞게 된 <거위 치는 하녀>의 시녀 등을 통해 자본주의의 병폐와 인간의 악함을 보게 된다. 이런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200년 동안 사랑을 받게 되는 것은, 이런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용기를 갖고 헤쳐나가는 주인공들이 끝내 행복을 거머쥐기 때문이다.

원작을 잘 살려낸 보물창고의 <<그림 형제 동화집>>은 이 의미를 더 잘 살려내고 있기에, 어린이를 비롯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히자면, 고전적인 느낌을 잘 표현한 삽화는 작품이 보여주고자 하는 느낌을 잘 전달하고 있어 작품이 가진 의미가 더 커짐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출처: '그림 형제 동화집'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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