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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아내
테이아 오브레트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작가의 사진이 수록된 책 띠지를 본 후, 본문에 앞서 작가에 대한 소개글을 먼저 읽어보았다. 배우라고 해도 믿을만큼의 외모, 그리고 1985년생이라는 젊은 나이이라는 점에 무척 놀랐는데, '경이로운 아름다움과 상상력을 갖춘 대단한 재능의 작가'라는 문단의 찬사를 받았다는 점 또한 놀랄만한 일이었다. 스물다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쓴 첫 작품 <<호랑이의 아내>>를 통해 작가 테이아 오브레트는 2011년 역대 최연소 오렌지상 수상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선정되는 쾌거를 거두었으니, 앞으로 그녀의 이름을 꼭 기억해야할 듯 싶다.
이 이야기는 나탈리아가 할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한 현재와 어린시절 할아버지와의 추억 그리고 과거에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이야기에 대한 회상으로 이루어지는데,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도 잘 녹여냈다는 사실은 또 한번의 놀라움을 주었다.
친구 조라와 함께 자원봉사로 브레예비나의 고아원으로 가던 나탈리아는 할머니로부터 의사였던 할아버지가 전혀 알지 못하는 장소인 즈드레브코브에서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전해듣는데, 할아버지가 암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까닭이었을까, 나탈리아는 의외로 담담하게 할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인다. 할아버지는 가족들에게 나탈리아를 만나러 가겠다는 거짓말을 한 뒤 집을 떠나 혼자 죽음을 맞았는데, 나탈리아는 그런 할아버지의 죽음을 쫓아간다.
어린시절 나탈리아를 데리고 동물원에 데리고 다니는 걸 즐겨했던 할아버지와 달리 나탈리아는 그 일이 결코 즐겁지 않았는데, 전쟁으로 인해 동물원이 폐쇄되면서 나탈리아는 싫었던 일과를 중단할 수 있어 기뻤다.
전쟁터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때문에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환상을 가졌던 나탈리아와 그 또래의 친구들에게 전쟁은 재앙이 일어나기 적전에 벌어지는 일종의 축제처럼 여겼다.
할아버지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던 나탈리아는 할아버지와의 과거를 회생하고, 어린시절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할아버지를 그리워한다.
할아버지가 들려준,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의 폭격으로 두려움에 동물원 우리를 빠져나오게 된 호랑이와 사람들에게 쫓기는 호랑이를 지켜주는 귀머거리 소녀 이야기 그리고 죽지 못하는 가브란 가일레이의 이야기는 신비로움마저 느껴지는 아름다운 우화였다. 그러나 그 이야기 속에는 죽음과 전쟁, 삶과 꿈에 대한 내용이 녹아져있었고, 이 이야기들과 죽음의 재앙을 막기 위해 포도밭에서 밤새도록 죽은 친척의 시체를 파내려는 가족들의 모습, 지뢰밭을 터전으로 삼고 있는 브레예비나의 사람들과 오버랩되면서 전쟁은 끝났고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는 생각하지 않으려 했지만, 하루 종일 할아버지가 그리웠다. (본문 174p)
<<호랑이의 아내>>는 할아버지의 두 가지 이야기를 통해서 죽음과 전쟁, 삶과 꿈 그리고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그 내면에는 할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슬픔이 깔려있다.
"이건 너에게만 속하는 것이지. 그리고 내게만 속하는 것이야. 너와 나, 오직 우리 둘만의 것." (본문 79p)
나탈리아는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마음속으로 간직하는 순간'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으며, 과거와 현실이 교차되면서 나탈리아는 할아버지가 전해주는 '삶'에 대해 깨달아간다.
이야기는 잔잔하게 그리고 좀 지루하게 흘러간다. 우화처럼 그려진 할아버지가 들려주었던 이야기는 조금은 몽환적이면서도 환상적인 느낌을 주지만, 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잔잔함을 넘어 너무 지지부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 테이아 오브레트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것은, 첫 작품 <<호랑이의 아내>>에서 보여준 그녀의 놀라운 역량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