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 앤트 보림어린이문고
베치 바이어스 글, 마르크 시몽 그림, 지혜연 옮김 / 보림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작은 아이 초등학교 1학년 추천도서 목록에 있던 책 중의 한 권으로 뉴베리 상 수상 작가와 칼데콧 상 수상 일러스트레이터와의 만남이 어떤 작품을 완성시켰을지 궁금한 마음에 구입한 동화책이다. 6살 터울이 나는 우리집 남매는 하루에도 몇 번씩 다투는 통에 나의 잔소리가 그칠 날이 없다. 남자 아이들이 그렇듯 작은 아이가 점점 짓궂어지기 시작하면서 누나를 괴롭히니, 이제 사춘기가 된 누나가 가만둘리 만무하다. 덕분에 늘어나는 것은 엄마인 나의 잔소리요, 커지는 것은 엄마의 목소리 뿐이니, 이 두 녀석을 어떻게 하면 좋은가 말이다. <<내 동생 앤트>>에서는 엉뚱하기 짝이 없는 동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해주는 형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두 녀석 너무 사랑스럽고 귀엽기만 하다. 이 형의 의젓함을 우리집 큰 아이가 좀 배워주면 좋으련만....

 

어른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들의 모습은 너무도 엉뚱하다. 어른들은 그런 아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지 못하고, 고쳐주려한다. 형의 눈으로 보는 동생 앤트의 모습 역시 너무도 엉뚱하다. 그러나 형은 어른들과는 사뭇 다르다. 동생의 그런 모습을 사랑스럽게 볼 줄 아는 비범함을 가지고 있으니, 우리 집 큰 아이뿐만 아니라, 나 역시도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침대 밑에 괴물이 있다며 잠들지 못하고 우는 앤트 때문에 형은 아빠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아빠는 "앤서니, 아빠다! 네 침대 밑에 괴물 같은 건 없어. 그러니 어서 자거라." (본문 7p) 하며 앤트가 있는 방에 들리도록 큰 소리를 치는 것이 전부다.

삽화 속 아빠의 모습은 화가 잔뜩 난 모습인데, 많은 어른들이 이런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마음에 갑자기 조금 뜨끔해진다.

그러나 형은 동생 앤트를 위해 침대 밑을 들여다보고, 괴물에게 소리를 친다.

"좋아, 이 괴물아. 내 말을 똑똑히 잘 들어라. 내 동생은 네가 자기 침대 밑에 있는 게 싫단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러니 어서 썩 꺼져라." (본문 10p)

형은 괴물 목소리를 내며 떠나겠다며 인사를 한다. 앤트는 형 목소리처럼 들린다고 생각하지만, 형의 도움으로 잠을 잘 수 있게 됐다.

 

 

 

숙제한 종이에다 동생 앤트가 거미 그림을 그렸다. 형은 엄마에게 이르지만 앤트는 그리지 않았다고 딱 잡아떼고 만다. 그러자 엄마도 앤트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앤트 편을 들었고, 속상한 형은 앤트와 말을 안하겠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앤트는 형이 거꾸로 든 종이를 바로 들어보이며, 거미가 아니라 벌렁 드러누운 강아지라며, 거짓말을 한게 아니라고 오히려 큰소리를 친다.

"형이 처음부터 거미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아봤어야지. 세상에서 형보다 더 똑똑한 사람은 없잖아. 형이 쓴 낱말 좀 봐." (본문 19p)

이렇게 사랑스럽게 말하는 동생을 어떻게 미워할 수 있겠는가. 이번에도 형은 동생에게 진 듯 싶다.

 

동화책을 읽어달라는 앤트를 위해 책을 읽어주지만, 아주 못된 늑대가 나오는 장면부터는 듣지 않겠다며 놀러나가겠다는 앤트지만, 형은 언제든지 말만 하면 또 책을 읽어주겠다고 한다.

7월에 산타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쓰겠다는 엉뚱한 앤트를 위해 기꺼이 편지를 써주는 형의 모습 또한 정말 사랑스럽다.

 

정말 못 말리는 동생이죠? 여러분도 내 동생 한번 만나 보실래요? (표지 中)

 

엉뚱하고 못말리는 앤트지만 그런 동생이 너무도 사랑스럽다는 형의 마음이 표현된 글인 듯 싶어 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엉뚱한 우리집 작은 녀석, 그 동생이 귀찮기만 한 큰 아이는 비록 매일 싸우지만 이들 형제만큼 서로를 사랑하고 있을 것이다. 동생 노트를 찢은 반 친구를 혼내주겠다며 발끈 화를 내고, 누나는 모르는 게 없다며 엄마 대신 누나를 찾으며 감탄하는 작은 아이를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좀더 사이좋게 지내면 더 바랄게 없지만 말이다.

엉뚱한 동생 때문에 곤란한 일도 생기고, 화나고 속상한 일도 생기는 형이지만, 그 동생을 너무도 사랑하는 형의 마음이 너무도 예쁘다. 형이 앤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것처럼, 늘 투닥거리는 두 녀석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줘야 할 듯 싶다.

<<내 동생 앤트>>를 보면서 우리 집 아이들이 좀 사이좋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었는데, 앤트를 바라보는 형의 모습 때문에 내가 반성하게 되는 걸보면, 아무래도 내가 당했지싶다. 그래도 좋다.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열게 되었으니 말이다.

 

(사진출처: '내 동생 앤트'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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