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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비, 한옥을 짓다 - 옛날 주생활로 본 우리 역사 ㅣ 처음읽는 역사동화 3
세계로 지음, 이우창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12월
평점 :
바이런은 '미래에 대한 최선의 예언자는 과거이다'라고 말했을 만큼, 역사는 '과거'라는 지난 시간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가 연결되어지는 중요한 시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역사에 대한 중요성이 많이 대두되면서, 어린이들을 위한 역사책이 다양한 구성과 내용으로 출간되고 있는 요즘이다. 역사를 안다는 것은 뿌리를 이해하고, 현 사회의 모습을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한 수단이기에, 이런 출간업계의 동향은 너무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중 아이세움에서 출간되고 있는 <처음읽는 역사동화>시리즈는 역사에 대한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동화형식을 취하고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경복궁이나 창경궁 등 우리나라 궁궐의 모습을 보면 그 웅장함과 정교함에 넋을 잃게 되는데,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진 설계나 구조 등을 알게 되면 그 놀라움은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전통가옥인 한옥에서도 온돌이나 마루 등에서 엿볼 수 있는 과학적인 부분이나 자연을 이용한 친환경적인 소재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멋스러움을 엿볼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주위의 모습이나 일상의 생활에서 역사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가 생활하는데 꼭 필요한 '의식주'에서도 역사의 흔적을 발견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추운 겨울이면 난방으로 추위를 이겨내게 된 요즘, 이는 조상들의 지혜인 '온돌'에서 비롯되었는데, 이처럼 역사는 바로 우리 옆에 가까이 있다. <<이선비, 한옥을 짓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을 주제로 역사를 되짚어보는 이야기로, 역사가 현재의 삶과 무관하지 않음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나랏일을 하게 된 첫날을 멋지게 시작하고 싶었던 선비 이세로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아직 열리지 않은 수문군 앞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임금님이 나랏일을 보시는 정전, 신하들이 조회를 하는 조정, 처마 위의 잡상, 박석에 차일고리, 불이 날 것에 대비해 물을 채워 놓는다는 드므까지 궐안의 모든 것들 앞에서 이세로는 임금님의 뜻을 받들고 나라를 위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이세로는 세자 저하가 책을 가까이하고 마음을 수양할 곳을 짓기 위해 최고의 장인 '대목 신 씨'를 부르는 첫 임무를 맡게 된다.
신목수를 찾는 어명을 받고 이세로는 새로 별달이 들어서는 어느 대감댁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일꾼들이 대장 목수의 고함에 맞춰 기둥을 세우는 광경을 보게 되고, 뒤간이 급한 이세로를 돕는 하인 돌쇠를 통해 한옥의 구조를 살펴보게 된다.
신목수를 찾지 못한 이세로는 그의 흔적을 찾아, 석수장이와 기와장이, 단청장이를 만나게 되는데 이는 한옥을 짓기 위한 장인들과의 특별한 만남이기도 하다.
신목수를 찾기 위해 산을 오르던 이세로와 돌쇠는 절에 머물게 되고, 동자승을 통해 신목수에 대해 알게 된다.
"제주도에서는 지붕을 새끼줄로 꽁꽁 묶어 놓는답니다. 그 까닭을 아십니까?"
"그곳은 바람이 하도 많이 불어서 돌을 쌓아서 집을 짓고, 새끼줄을 쳐서 지붕을 묶어 둔답니다. 혹시 함경도에 가 보신 적이 있습니까?"
"함경도는 너무 추워서 방이며 마루를 겹으로 짓는답니다. 아십니까?" (본문 56,57p)
동자승의 이야기는 지역마다 날씨와 지방의 특색에 따라 집의 구조가 달라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바로 우리 조상들의 삶의 지혜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던 신목수는 다시는 집을 짓지 않으려 하지만, 신목수에 대한 동자승의 사랑과 그리움으로 신목수를 설득하게 되고 어명을 완수하게 된다.
"집은 사람의 처음이 열리는 곳이며 또한 생을 마감하는 곳입니다. 즉, 사람을 키우는 공간이라 생각하옵니다." (본문 107p)
신목수를 찾는 어명을 받은 이세로를 통해 서울의 다섯 궁궐의 모습을 살펴보게 되고, 한옥의 구조와 지역별 집 모양, 바람의 원리를 이용해 무더위를 견디어 내고, 바람을 이용한 자연 냉장고 '천광'과 최고의 열 전달 시스템인 온돌 등이 가진 한옥의 과학성, 그리고 한옥을 짓는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전통 가옥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동화 형식을 빌어 재미있게 잘 버무려져 아이들에게 우리나라 전통 가옥에 대한 관심을 높이며, 역사에 대한 재미도 느낄 수 있을 듯 싶다.
지식의 전달이라는 단편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가족애가 주는 감동이라는 동화적 요소까지 가미되어 있어서 읽는 즐거움이 배가 되었던 거 같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께서 텔레비전에서 우리나라 건축이 가진 우수성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설명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어린이에게 흥미를 자극하기 위한 구성은 내용면에서 부족할지 모른다는 편견을 갖게 마련인데 <<이선비, 한옥을 짓다>>는 우리나라 건축양식에 대해 상당부분 잘 담아둔 듯 하다.
'집'을 주제로 역사를 바라본 구성은 역사가 우리의 생활과 밀접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역사에 대한 어려움이나 필요성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어린이들에게, 이 소재는 역사의 필요성에 대해 잘 접근해 준 셈이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처음읽는 역사동화> 시리즈가 보여주는 이세로와 돌쇠의 좌충우돌 모험이 담긴 다음 이야기도 무척 궁금해진다.
(사진출처: '이선비, 한옥을 짓다'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