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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 게임 ㅣ 헝거 게임 시리즈 1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미래 사회의 모습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요즘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는데, 현 사회의 모습을 반추해서인지 암울하기 그지없다. <<헝거 게임>> 역시 정확히 언제인지 알 수 없는 미래의 모습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가뭄, 폭풍 그리고 바다가 침식해 들어와 땅의 상당 부분이 침수되면서 얼마 남지 않은 자원을 놓고 잔혹이 전쟁이 일어났고 그 결과, 북미(北美)라는 대륙이 잿더미가 된 뒤에 그 땅에 '판엠'이라는 나라가 들어섰다. 판엠은 빛나는 캐피톨이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열세 개 구역이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판엠은 국민들에게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주는 나라이기도 하지만, '암흑기'를 준 나라(본문 22p)이기도 하다. 암흑기란 극심한 가난을 견디다 못한 열세 개 구역이 판엠에 맞서 반란을 일으켰던 시기를 말하는데, 열두 개 구역은 캐피톨에게 패배했고, 열세 번째 구역은 아예 사라져버렸으며, 반역 협정문에는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새로운 법 조항이 포함되었는데, 암흑기가 다시 찾아와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매년 일깨우기 위해 생겨난 것(본문 22p)이 바로 '헝거 게임'이다.
헝거 게임의 규칙은 간단하다. 반란을 일으킨 대가로 열두 구역들은 매년 소년 소녀 한 명('조공인'이라고 부른다)씩을 참가시켜야 한다. 총 스물네 명의 조공인들은 드넓은 야외 경기장에 갇히게 된다. 타는 듯한 사막부터 영하의 불모지까지 그 어느 곳이든 경기장이 될 수 있다. 조공인들은 몇 주 간에 걸쳐, 서로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한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단 한 명의 조공인 승리자가 된다. (본문 22p)
아이들이 서로 죽고 죽이게 하는 이 게임을 각 구역 사람들에게 방영하여, 자신들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보여줌으로써 더 이상의 반란이 일어나기 위한 캐피톨의 방식인데, 끝까지 살아남은 조공인은 고향으로 돌아가 안락한 여생을 보장받게 된다.
"안전하게 굶어 죽을 수 있는 곳"(본문 9p)이자 광산촌인 12구역에 사는 캣니스는 탄광에서 죽은 아버지를 대신해 엄마와 동생 프림을 위해 불법 사냥으로 가족을 먹여살리는 소녀가장이다. 아빠의 죽음으로 무기력해진 엄마에 대한 미움을 갖고 있지만, 사랑스러운 프림을 위해 함께 숲으로 도망가서 살자는 게일의 이야기에 대답할 수 없었다. 말은 그렇게해도 딸린 애들이 많은 게일에게도 있을 수 없는 일다.
헝거 게임에 참여할 조공인을 뽑는 추첨이 있는 날, 올해 12살이 된 프림도 처음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프림은 이제 한 장을 넣었으니 뽑힐 확률이 낫지만, 캣니스는 매해 이름을 적어 넣은 4장과 가족이 먹을 곡식과 기름을 얻기 위해 교환한 3장을 합치면 7장이다. 드디어 12번 구역을 추첨하기 시작하고 캣니스는 자신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란다.
프림로즈 에버딘
캣니스는 아니었다. 그런데 수천 장 중에 겨우 한장인 프림이 뽑히다니. 캣니스는 프림을 위해 자원을 하게 되고, 어린 시절 엄마에게 혼나면서도 자신에게 빵을 준 빵집 아들인 피타 멜라크와 함께 헝거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캐피톨 사람들에게 잘 보여야 스폰서를 얻게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테스트에서 캣니스는 일약 스타가 된다.
"때가 되면,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죽일 거라는 걸 의심하지는 않아. 싸우지 않고 죽어 버리지는 않을 거야. 그저 내가 계속 바라고 있는 것은...캐피톨이 나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줄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뿐이야. 나는 그저 헝거 게임의 작은 한 부분이 아니고, 그 이상의 존재라는 것을." (본문 148p)
캣니스는 캐피톨에 대한 부당함에 대한 분노를 느끼지만 자신이 너무도 무력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들의 관심을 이끌어야하며, 스폰서를 얻어야하기에 캣니스는 피타와의 로맨스로 그들과 타협하지만, 그들을 수치스럽게 할 만한 행동, 그들에게 책임을 돌릴 행동, 캐피톨에게 너희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하든, 무엇을 시키든, 모든 조공인에게는 캐피톨이 소유할 수 없는 어떤 부분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는 행동(본문 236p)을 보여준다.
<<헝거 게임>>은 열여섯 살인 캣니스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의 부패함과 부당함을 보여주고 있는데, 주목해서 봐야할 것은 그 부당함에 맞서 싸우려는 캣니스의 용기와 시련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 속에는 어린시절 자신을 도와주었던 피타에 대한 혼란스러운 감정과 어린 소녀 루의 죽음에 대한 감정 등의 변화가 잘 묘사되어 있다.
상상하고 싶지 않은 미래의 모습이지만, 현 사회 다를 바 없는 모습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어린시절부터 친구가 아닌 경쟁자가 되어야 하는 우리 사회의 십대 아이들 역시 헝거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 헝거 게임은 독재자인 어른들에게서 비롯된 거인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헝거 게임 속에서 그들이 피타의 말처럼 괴물이 되지 않기를, 이 헝거 게임이 자신의 전부가 아님을 느끼기를 바랄 뿐이다.
"경기장 안으로 들어간 후에도 난, 그들 때문에 변하고 싶지 않아. 내가 아닌 다른 어떤 괴물로 날 바꿔 놓는 그런 거 말이야."
내가 숲이 있을지 없을지를 고민하고 있는 동안, 피타는 자기 정체성을 어떻게 지켜야 할지 고심하고 있었다. 순수하게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본문 14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