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추억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영화 [올드보이]의 반전은 실로 놀라왔다. 주인공 최민식과 딸 강혜정은 최면에 의한 기억의 조작이라는 놀라운 결말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악의 추억>에서 그 놀라운 반전을 다시금 보게 되었다. 
인간에게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선과 악, 진실과 거짓 그리고 사랑과 증오 등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의 모습을 가지고 있으며 무엇을 표출할 것인가에 대해 내면에서는 전쟁이 치뤄지고 있다. 
그러나, 내게 상처와 아픔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악과 증오와 위선으로 표출 될 것이다. 선보다는 악은 늘 강하게 존재하고 있기때문에...

’웃는 시체’ 
발견된 시체들은 웃는 모습이였다. 그들에게 죽음이 살아있는 것보다 더 낫다는 의미였을까? 그것은 죽은 자의 의도였을까? 아니면 살인자의 의도였을까?
처음 발견된 시체는 공개된 케이블카에서 발견되었고, 죽은 여인은 웃고 있었다.

22년전 바위섬들을 연결하여 거대한 토목사업이 시작되었고, 안개가 자욱한 뉴아일랜드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안개...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 그리고 웃는 시체.
살인자가 중심축이 되어 거대한 연쇄살인고리가 이어졌고, 그 용의선장에 7년전 크리스 매코이의 총에 맞아 죽은 데니스 코헨이 올라왔다.
크리스 매코이...그는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유능한 형사였으나, 7년 전 데니스 코헨을 총으로 쏜 후, 죽어가는 코헨의 총에 머리를 맞아 3년간 식물인간 상태로 지냈다. 겨우 의식을 되찾은 후에는 피나는 재활치료를 거쳐 경찰서로 돌아왔지만, 끊어지고 지워진 기억은 그에게 적지않은 상처를 주었다. 기억되는 부분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돌아가고 있었다.

정직중이던 크로스 매코이는 수사팀과의 동행과 심리상담을 받는 조건으로 사건에 투입되었고, 범죄심리와 상담학을 공부한 라일라 스펜서를 만나게 된다.

"이 도시는 두 얼굴을 지녔어요.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어둠 속에서 죄를 짓고 사람을 죽이지만 안개가 사라지면 해협의 물결처럼 아름답게 보이죠. 눈부신 미녀와 흉악한 야수. 어떤 쪽이 이 도시의 진짜 모습일까요?" (본문 114p)

안개, 왼손잡이, 퍼즐, 마약, 그리고 누구나 가지고 있는 양면성이 범인을 쫓아가는 핵심으로 떠오른다. 

"모든 사람들은 상처받은 기억을 지녔으니까. 상처는 악의가 되지. 상처가 클수록 악의도 커져. 학대받은 아이들, 폭행당한 여자들, 버림받은 청소년들. 그들은 희생자지만 더러운 악의 세례를 받은 자들이야. 그들은 자신이 당한 고통과 상처를 통해 악의를 키워나가지. 우리가 쫓는 살인자들이 그런 놈들이야. 몸의 세포 하나하나에 악의와 증오 그리고 폭력의 유전자를 심어둔 자들." (본문 167p)

이것이 악에 대한 추억인 것이다. 악을 행하고 있는 그들의 오랜 추억 속에는 상처받은 아픔이 있었고, 그 아픔은 악으로 표출된다. 그들은 ’악’ 이기도 하지만, ’악’에 의한 희생물이기도 하다. 
상처에 의한 분노와 증오를 키우는 것, 바로 자신의 고통을 남을 향해 폭발시키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악 속에는 누구나 상처받은 추억이 존재한다. 살인에 의한 피해자에게도, 범인을 쫓고 있는 매코이에게도, 그리고 심리 상담을 하고 있는 라일라에게 조차도 상처가 있다. 그 표출이 무엇으로 나타나느냐가 사건의 실마리가 된다. 

어둡고 칙칙한 침니랜드와 화려한 뉴아일랜드 두 도시의 대조는 마치 인간의 양면성을 표현한 배경처럼 여겨진다. 과거의 기억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만들어 내는 <악의 추억>은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스릴러 물이다.
선보다 악이 앞서는, 진실보다는 거짓을 만들어내는, 사랑보다는 증오를 더 키워내는 인간의 심리는 ’나’를 위주로 움직여진다. 

"우리는 모두 우리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해요. 자신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가장 모르지요." (본문 243p)

자신도 모르는 자신을 위한 위로가 악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범인의 죽음 그러나, 다시 표출되는 범인의 모습.
표면적인 범인이 과연 범인인가? 그가 범인일 수 밖에 없었던 것 역시 바로’ 나’를 위해 만들어진 추억에 의한 ’악’이였던 것이라 생각해 본다. 
좀 모호하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인간의 심리에 대해 다루어지는 작품을 이해하기에는 좀 난해하고, 힘들었다. 그러나, 사건을 이끌어가는 내용은 강한 흡입력을 통해서 나를 빨아들였고, 등장 인물 하나하나가 가지고 있는 강한 캐릭터는 충분한 재미를 느끼기에 손색이 없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모든 것이 사실일까? 라는 물음을 꺼내게 한다. 내가 기억하고 싶었던 것들만이 진실을 감춘 채 자리잡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나 조차도 모르는 내가 문득 두렵다고 생각드는 것은 정녕 나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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