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은 18살
하나가타 미쓰루 지음, 고향옥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사춘기 딸을 둔 엄마로서 청소년 성장소설은 유독 눈이 간다. 저자 하나가타 미쓰루는 동화 <최악의 짝꿍>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아이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 부분이 마음에 들어 관심을 가졌던 저자였기에, <<조금 늦은 18살>>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은 나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이 작품에서도 저자의 뛰어난 심리 묘사를 접할 수 있었는데, 잃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찾는 주인공 신타로의 심리가 섬세하게 드러나있다.

 

난생 처음 당한 실연으로 히키고모리(은둔형 외톨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한 신타로는 경기가 나빠서 아버지 회사가 어려운데다, 앞으로 동생한테 들어갈 입학금이며 수업료, 기숙사비가 만만치 않아서 뒷바라지를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어머니의 전화에 아르바이트를 구하게 되고, '유유관'에서 놀이 교사를 모집하는 광고를 통해 보습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신타로는 네 살 아래 남동생이 태어나면서 부모님의 관심을 받지 못했고, 자신을 돌봐주던 할머니마저 돌아가시자 그 허전함은 더 커져갔다. 신타로는 그 상실감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자신의 앞가림은 스스로 할 줄 아는 성실하고 의젓한 모습을 보이곤 했는데, 그런 신타로에게 첫 실연은 그가 가지고 있던 상실감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결국 히키로고모리와 같은 생활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나는 목표를 위해 계획을 세우고 꼼곰하게 실행해 나가는 내 자신이 좋았다. 그 점에서 나는 되는 대로 대충 사는 동생과 다르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내 자신이 역겹다. 아, 모든 게 귀찮다. 뭐, 아무렴 어때...., 내가 왜 이렇게 자포자기 상태가 된 것일까. (본문 77p)

 

히키코모리 생활에서 이제 막 벗어난 신타로에게 중학생은 몹시 '스펙터클'한 상대였는데, 신타로는 곧 '기타로'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유유관'은 초등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대상으로 토요일마다 '놀이학원'을 진행하는데, 원장 마사무네는 아이들에게 어떤 제약이나 규칙을 강요하지 않는데다 비교육적인 이야기도 서슴치 않았는데, 이는 신타로에게는 굉장히 낯선 모습이었다.

어떤 날은, 목적지도 정하지 않은 채 무작정 길을 떠나거나, 줄을 맞춰서 인솔하는 경우도 없을 뿐더러, 아무 계획없이 어슬렁거리다 하루가 가기도 한다.

 

'요즘은 환경이라든가 뭐 그런 게 유행이잖아. 그리고 '노는 것'도 인기지. 요즘 애들이 비리비리하고, 의사소통을 잘 못하는 게 다 어릴 때 제대로 놀지 않아서 그런 거라잖아." (본문 11p)

 

"아이들은 늘 이렇게 흩어져서 걸어갑니까?"

"놀러 가는데 줄 맞춰 갈 필요는 없잖아." (본문 25p)

 

"시끄러운 아이는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준다고 원장님이 말씀하시지 않았던가요?"

"물론 시끄럽긴 하지. 하지만 시민 공원은 전철이 아니니까 피해를 줄 정도는 아니잖아. 그러니 잠시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 두면 되지 않을까? 질릴 정도로 하게 내버려 두면 어느 날 진짜 질려 버리지. 그게 성장한다는 거야." (본문 123p)

 

소심한 신타로에게 원장의 교육방침은 굉장히 낯설지만, 아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봐주는 마사무네 씨와 아이들과의 생활을 통해서 잃어버렸던 자신의 모습을 찾아간다. 또한 천진난만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아이들을 통해서 신타로 역시 그동안 꾹 눌러왔었던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법과 타인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더욱이 어머니의 교통사고로 함께 해야하는 상황 속에서 그동안 동생과 부모님으로 인해 받았던 상실감을 치유하게 된다.

 

"정말 어머니가 안심을 할까요?"

"두말하면 잔소리지. 부모란 말이야, 자식이 옆에 있어만 줘도 기쁜거야."

신타로의 가슴속에서 뭔가가 스르르 풀리고 있었다. 그동안 누군가가 이렇게 말해 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본문 208p)

 

<<조금 늦은 18살>>은 청소년 입장에서는 잃어버린 자신을 찾고 소통하는 법을 배우게 되지만, 부모의 입장에서 본 이 성장소설은 마사무네 씨의 교육방침을 통해서 있는 그대로 아이를 바라보는 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한다.

또한 조기교육으로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내모는 우리 어른들이 어린이들은 '놀이'를 통해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요즘 우리 사회는 은둔형 외톨이의 증가로 인해 사회적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이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법을 알지 못해 일어나는 문제점일 게다. 친구와 자연에서의 놀이가 아닌, 부모가 정해진 틀안에 갇혀 혼자하는 시간이 많은 아이들에게서 이런 문제점이 야기되는데, 점점 친구가 아닌 경쟁자가 되어버린 사회적 구조에서 이 문제점은 더욱 크게 부각될 것이라 생각된다.

이 책은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줄 알고, 타인과 소통하는 법을 알게 된 신타로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며, 잔잔한 감동 속에서 전달하는 긴 여운은 청소년과 어른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기에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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