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1
패트리샤 맥코믹 지음,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요즘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을 비롯해 뉴스에서 듣는 청소년들의 사건사고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요즘 아이들은 너무도 극단적이라는 점이다. 이는 순간의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순간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해서 저지르는 우발적인 사고가 너무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터넷의 활성화로 인한 불건전한 정보의 습득이나 어릴 때부터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구조 때문일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마음을 터놓고 소통할 수 있는 관계형성의 부족과 대화 단절도 단단히 한 몫하고 있을게다.

아직 올바른 판단이 정립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대화를 통해서 옳고 그름을 생각해보는 과정이 너무도 절실하지만, 요즘 우리 사회는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소통이 너무도 어렵다.

 

처음에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책을 읽고 다시 본 표지삽화는 섬뜩하면서도, 마음의 생채기를 입은 아이들을 표현한 듯 하여 짠한 느낌도 함께 든다. <<컷>> 이 작품은 십대 아이들의 심리 묘사와 함께 주인공 캘리가 어떤 이유로 자해를 하게 되었는지를 추리해보는 독특한 구성을 담아내고 있는데, 캘리가 자해를 하게 된 사유를 추측한 후 그 이유를 알게 되었을 때, 너무도 극단적으로만 생각했던 나에 대해 너무 놀라웠다. 요즘 아이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이런 것인지, 나 자신도 극단적으로 변화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나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하겠다.

어쨌든, 캘리의 자해 사유를 알았을 때 우리 아이들의 극단적인 마음이 악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한없이 여린 마음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된 것이 내게는 너무도 고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로스컨트리 경기에서 결승선을 6.5킬로미터 정도 남겨 둔 지점에서 캘리는 경로에서 벗어나 집으로 돌아오게 되고, 어떤 불빛도 새어 나오지 않는 쓸쓸한 빈집에서 태팅용 칼로 자해를 하게 되고, '시파인즈' 정신 병원에 보내진다. 캘리는 상담 선생님을 비롯 함께 지내는 친구들과 병문안을 오는 가족들에게도 침묵으로 일관한다. 시파인즈에는 캘리와 같은 자해 뿐만 아니라, 거식증과 마약 중독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소녀들이 있는데, 그들의 공통점은 '낫고 싶다'라는 것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나는 마음이 아픕니다'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하나의 방편으로 표현되고 있었는데,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서로 마음을 열어가면서 상처를 치유해가는 모습 속에서 희망을 찾아볼 수 있었다.

캘리는 그들과 교류하지 못하고 겉돌지만, 그들의 모습에 관심을 갖고 그들의 모습을 보며 터져나오는 웃음을 종종 억지로 참아내곤 했는데, 자신처럼 자해를 하는 아만다가 들어오면서 잘 알지 못했던 자신의 문제점을 바라보게 되었다.

 

캘리는 서서히 상담의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는데,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천식을 앓고 있는 동생 샘, 샘을 돌보느라 힘든 엄마와의 일상 그리고 샘이 너무도 아프던 날의 이야기 등을 꺼내놓지만, 캘리는 면담을 오지 않는(캘리는 아빠를 많이 기다리고 있다) 아빠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는다.

 

"나는 네가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아. 나는 네가 혼자 감당할 수 없는 감정과 마주치고, 그걸 해결할 방법을 찾은 거라고 생각해. 혼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힘들고 무서웠던 거야."

"그러면 내가 그걸 멈출 수 있게 해 줄 수 있나요?"

"해 준다고? 내가 너한테 해 줄 수 있는 건 없어."

"그럼, 멈출 수 있도록 도와줄 수는 있나요?"

"그럼. 네가 멈추기를 바란다면." (본문 123p)

 

이제 나는 캘리가 왜 아빠 이야기를 하지 않으며, 왜 자해를 하게 되었는지를 추측해보았다. 아픈 샘때문에 가족의 관심을 받지 못해서일까? 혹, 아빠가 캘리에게 못된 짓은 한 것은 아닐까?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걸까? 등등 캘리가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하면서 나는 더 많은 추측을 해본다. 그리고 곧, 캘리가 자해를 하게 된 사실을 알게 되고 캘리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를 생각해보았다.

캘리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거식증 때문에 힘든 베카 때문에 모두들 걱정하고 그래서 화가 나 있는 아이들 속에서 함께하면서 캘리는 드디어 자신이 떠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하는지 깨닫게 된다.

시드니에게 했던 말, "그건 네 잘못이 아냐." (본문 161p)가 자신에게 되돌아왔을 때, 비로소 깨달았다. 그리고 캘리는 말한다.

"낫고 싶어요." (본문 239p)

 

극단적인 방법을 취하긴 했지만, 캘리는 가족의 아픔과 슬픔을 모두 끌어안으려는 마음 착한 소녀였다. 그것을 감내한다는 것이 너무도 버거운 나머지 자해라는 방법을 찾게 된 캘리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십대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부모의 이혼, 폭력, 친구들의 따돌림,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 등 우리 아이들은 혼자 감내하기에는 너무 힘겨운 상황에 놓여있다. 그 버거움이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털어내려는 아이들의 힘겨운 사투가 너무도 안쓰럽다. 말을 잃었던 캘리가 소통을 통해서 비로소 그 버거움을 벗어낼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에게는 누군가와의 소통이 너무도 절실하다.

<<컷 CUT>>은 캘리가 취한 자해 장면에서 섬뜩함을 느끼게 했지만, 아픔을 극복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따뜻함을 전해주는 성장소설이다.

나는 이 소설을 통해서 내가 가지고 있던 못난 편견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캘리의 아픔을 추측해나가는 과정에서도 그러했지만, 무언가 극단적인 방법을 취하는 아이들에게는 극복하지 못할 심리적인 장애가 클거라 생각해왔다. '시파인즈'의 상처 입은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선하고 여린 마음을 보면서 나는 너무도 큰 편견이라는 장애를 가진 인물이었음을 깨닫는다.

이런 편견이 다시 일어서고자 하는 아이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게 된다는 것을 나는 되내어본다.

 

"난 너를 안전하게 지켜줄 수 없어. 그건 오직 너만이 할 수 있어." (본문 202p)

 

제발 혼자 아파하지 말라고, 너 자신을 아프게 하지 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아이들이 상처를 이겨낼 수 있도록 따뜻한 말을 건네며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그러나 그 상처를 극복하는 일은 '오직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캘리가 친구와 상담 의사 등의 도움으로 스스로의 아픔을 이겨낸 것처럼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문제와 대면하고 풀어냄으로써 그 상처와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캘리와 함께 지내는 소녀들은 아파하는 청소년들에게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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