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화원 올 에이지 클래식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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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을 읽어도 재미와 감동을 주는 작품이 있는데 내게는 <<비밀의 화원>>이 바로 그런 작품이다. 올해 이 작품을 읽는 것은 6월경에 이어 두번째다. 이 작품이 1911년에 처음 출간된 이래 올해가 '100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이 책을 읽게 된 이유가 되었지만,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이 너무 좋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연, 아이들의 꿈, 용기 그리고 사랑, 소어비 부인의 현명함 등 책을 읽는 독자층에 따라 다른 느낌과 감정을 주는 내용은 읽을때마다 새로운 느낌과 감동을 선사하고 있어 몇 번을 다시 읽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에게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많이 나약해졌다는 말들을 하곤한다. 예전에 비해 자녀에 대한 부모님들의 사랑은 넘치다 못해 지나칠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들을 보면 생기도 부족하다. 그 이유가 뭘까?

내가 어린시절에는 골목골목마다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 웃는 소리로 동네가 시끌벅적했는데, 요즘 우리동네만 보더라도 신나게 뛰어다니며 노는 아이들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술래잡기, 다방구 등으로 해가 지는지도 모른 채 놀던 나의 어린시절과 달리, 요즘의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바쁜 일과를 보내는데다, 시간이 있다해도 방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며 보내가 일쑤다. 햇빛을 쬐는 일도,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일도, 비 온뒤 웅덩이에서 빗물을 튀기며 노는 일도 없다.

<<비밀의 화원>>에 등장하는 메리와 콜린이 그랬듯, 자연을 벗삼아 달리고 땀을 흘리는 것은 아이들을 튼튼하게 하는 마법과도 같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아이들에게는 마법이 일어날 기회가 없기에 '힘들다''죽고싶다' 등의 나약한 마음을 갖게 되는가보다.

아이들의 잘못이라 말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1등, 100점만이 전부라고 믿는 어른들의 착각 때문이다. 지금 아이들에게는 소어비 부인의 지혜와 현명함을 갖은 어른들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메리 레녹스는 영국 정부에서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아빠와 너무도 아름다운 엄마가 있었지만, 애초부터 딸아이를 원하지 않았던 엄마로 인해 태어나자마자 아야(유모나 보모를 일컫는 힌두 어)에게 맡겨졌고, 아야는  멤사힙(메리 엄마를 지칭함)에게 잘 보이기 위해 메리를 눈에 띄지 않도록 했다. 그 결과 메리는 병약하고 이기적이고 포악한 꼬마 폭군이 되었다.

콜레라가 퍼지면서 사람들이 파리 목숨처럼 떼로 죽어 가는 동안에도 아무도 메리를 신경쓰지 않았고, 메리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부모님도 하인도 없었다. 메리는 영국인 목사의 집을 거쳐 영국의 고모부에게 가게 되었다. 고모부가 사는 방이 백개나 되는 미셀스웨이트 장원은 비밀이 너무도 많았다. 이기적이고 심술궂은 메리는 아야와는 너무도 다른 마사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고, 정원에서 줄넘기를 하며 뛰어놀면서 달라지게 되었는데, 메리를 달라지게 한건 10년 동안 굳게 닫혀있었던 비밀의 화원을 발견하면서부터였다. 마사의 동생 디콘과 함께 비밀의 화원을 가꾸는 동안 메리는 몰라보게 달라졌으며 활기가 넘쳤다.

그러는 동안 메리는 집 안에 비밀스러운 일이 있음을 알게 되고, 울부짖는 소리를 쫓아가다 사촌 콜린을 만나게 된다.

콜린이 태어나는 날 고모가 돌아가시게 되자, 고모부는 콜린을 더이상 보고 싶어하지 않았으며 아빠처럼 곱사등이가 되어 일찍 죽을거라는 사람들의 수근거림을 듣고 자란 콜린은 메리처럼 이기적이며 포악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메리와 콜린의 만남, 그리고 디콘과 비밀의 화원과의 만남은 두 아이에게 엄청난 마법을 가져오게 되었고, 콜린은 이제 영원히 살고 싶다는 소원을 갖게 된다.

 

"난 좋아질 거야! 좋아질 거라고! 메리! 디콘! 난 좋아질 거야! 그래서 영원히 살 거야, 영원히!" (본문 263p)

 

"이상하게도 행복한 기분이 들어. 마치 뭔가가 내 마음속에서 밀고 잡아당기면서 가쁜 숨을 몰아쉬게 만드는 것처럼 말이야. 마법은 밀고 잡아당기고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새로운 걸 만들어 내. 모든 게, 잎사귀와 나무, 꽃과 새, 오소리와 여우와 다람쥐와 사람까지도 마법으로 생겨난 거야. 그러니 우리 주변은 오통 마법인 게 틀림없어. 이 화원에도.........세상 모든 곳에도. 이 화원의 마법이 날 일어서게 했고 난 이제 살아서 어른이 될 거라는 사실을 알아. (본문 295p)

 

자연을 벗삼으며 화원을 되살리듯 희망을 키우는 세 아이들의 우정은 너무도 아름답니다. 아내를 잃은 괴로움으로 아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고모부는 절망 속에서 자신을 괴롭히며 살아왔지만 문득 새로운 삶의 욕구를 느끼며 장원으로 돌아가고 건강해진 아들가 만나게 된다. 이는 자연이 만들어준 또 하나의 마법이었다.

10년을 잠궈둔 비밀의 화원이 아이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꽃을 피웠듯이, 아이들이 자라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과 관심이다. 부모의 무관심 속에서 자란 메리와 콜린이 병약하고 신경질적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사랑과 관심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마사와 디콘으로 인해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게 된 메리는 점점 좋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콜린에게도 똑같은 사랑과 관심을 보여주게 된다. 그렇게 한발 내딘 세상에서  ’대자연’은 그들에게 희망을 선물한다. 저자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은 어린 시절 불우하게 자랐는데, 불우했던 생활이 상상력을 자극해 글 쓰는 데 힘이 되었다고 한다. 그 불우했던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저자는 어린이들에게도 긍정이 주는 삶의 희망을 일깨워주고 싶었던 듯 싶다.

 

엄마가 된 후 읽게 된 <<비밀의 화원>>은 어른들의 옳지 못한 행동에 주목하게 되는데, 아이를 돌보지 않는 부모, 옳고 그름을 가르치기보다는 자기의 이익을 더 추구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어른이 해주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마사와 디콘의 엄마인 소어비 부인은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사랑과 관심 그리고 자연과 친구 등이 아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마법임을 알았던 게다. 좋은 성적만이 마법을 부릴 수 있다고 믿게 된 속물의 어른이 되었지만, 소어비 부인을 통해서 한층 지혜로운 엄마가 되어감을 느낀다.

 

메리가 고모부가 사는 영국의 요크셔 지방으로 가면서 요크셔 사투리가 자주 등장하게 하는데, 경상도 사투리로 번역된 대사는 읽는 재미가 쏠쏠하며, 자연을 표현하는 섬세한 묘사들 속에서 황무지의 바람이 느껴지는 듯했다.

<<비밀의 화원>>은 사랑과 관심이야말로 우리 어린이들을 자라게 하는 힘이 되며, 긍정의 힘은 삶의 활력소가 되고, 대자연은 몸과 마음을 키워주고 있음을 엉뚱발랄한 세 아이를 통해서 보여준다. 
가족의 해체로 소외되는 어린이, 문명화로 황폐해져가는 자연, 힘든 상황 속에서 점점 극단적이 되어가는 사람들은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다. 그러기에 <<비밀의 화원>>은 100년이 지난 지금에 더욱 절실해지는 작품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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