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 올 에이지 클래식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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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근깨 빼빼마른 빨간 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상냥하고 귀여운 빨간 머리 앤 외롭고 슬프지만 굳세게자라

 

위 글은 어린시절 즐겨보았던 애니메이션 <빨간 머리 앤>의 주제곡이다. 앤을 생각하면 늘 떠오르는 곡인데, 그 어떤 말보다 앤을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빨간 머리 앤>은 어린시절 책으로도 읽었지만, 애니메이션으로 즐겨 시청했었다.

앤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면, 앤을 사랑하지 않을 베짱을 없을 것이다. 이렇게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는 소녀였기에 1908년 출간이래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캐릭터로 남아 있는 것일게다.

아주 오랜만에 <<빨간 머리 앤>>을 읽어보게 되었다. 어린시절 좋아하던 너무도 좋아하던 앤이었기에, 책을 읽기전부터 약간 설레이는 마음도 들었는데,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실실~ 웃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앤의 재치있는 상상력이나 언변때문이기도 했지만, 앤을 점점 사랑해가는 마릴라와 매튜의 모습이 흐뭇해서였다.

그러다가 문득 이 책을 통해서 문득 느끼게 된 것이 있었다. 바로 어른이 되어 읽게된 <<빨간 머리 앤>>에서는 마릴라와 매튜의 교육관이나 양육적인 부분에 관심을 갖고 읽고 있다는 점이다.

어린시절에는 앤의 재미있는 상상력이나 다이애나와의 우정 등을 재미있게 봤다면, 이번에는 확실히 달랐다.

앤의 성장과정이나 마릴라 아줌마와 매뉴 아저씨에 대해서 좀더 치중하게 된 것을 보면, 명작은 어린이나 어른 모두에게 읽을만한 작품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는다. 어린이들에게는 희망과 상상의 나래를 주었던 앤이, 어른들에게는 추억과 함께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것이 성적이나 경쟁에서의 일등이 결코 아니라는 점을 일깨운다. 더불어 진정한 사랑과 행복 그리고 삶의 의미를 다시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얼마나 재미있는 세상인지 몰라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면 지금의 절반만큼도 즐겁지 않을 거예요, 안 그런가요? (본문 27p)

 

사내 아이를 입양하려던 마릴라와 매튜는 빨간 머리에 주근깨 투성이의 말라깽이 앤을 입양하게 된다. 타인과의 접촉이 두려운 매튜는 대번에 앤이 사랑스러운 존재임을 알게 되었고, 마릴라 역시 서서히 앤에게 빠져든다. 실수를 해도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앤 덕분에 매말랐던 마릴라의 가슴이 따뜻함으로 채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너무도 독특한 앤을 본 린드 부인은 앤을 입양한 것을 마릴라가 분명 후회할거라 장담했지만, 린드 부인은 나중에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이집 저집을 전전하면서 사랑받지 못했던 앤이 자신의 상상력에 기대어 희망을 찾고 있었음을 이해하는 이가 없었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과 다른 앤이 곱게 보였을리 만무하지만, 그런 앤이 가진 매력을 이해하는 매튜 아저씨, 마릴라 아줌마 그리고 마음이 통하는 영혼을 가진 조세핀 배리 할머니와 앨런 부인이 있었기에 앤은 자신이 가진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고, 바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해서 앤에게만 매튜 아저씨와 마릴라 아줌마가 필요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매튜 아저씨와 마릴라 아줌마에게도 앤이 필요했다. 감정을 표현할 줄 모르고, 건조했던 이들의 마음은 어느새 앤으로 인해 따뜻함을 느낄 수 있게 되었고, 한바탕 크게 웃을 수도 있게 되었다.

 

앤은 '아'를 연발하며 마릴라의 품에 뛰어 들어서는 기쁨에 겨워 노르께한 마릴라의 볼에 몇 번이나 입을 맞추었다. 그런데 어린 아이의 입술이 자발적으로 볼에 닿은 건 마릴라 인생에 있어 처음있는 일이었다. 또 다시 놀랄 만큼 달콤한 느낌이 마릴라를 전율하게 했다. 마릴라는 앤의 갑작스러운 입맞춤이 마음속으로는 너무 좋으면서도 내색하지 않고 더욱 무뚝뚝하게 말했다. (본문 132p)

 

마릴라는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은 얼굴을 감추려고 얼른 돌아섰지만 소용이 없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의자에 주저앉아 평소에는 들을 수 없던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고 만 것이다. 마당을 지나가던 매튜가 그 웃음소리에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추었다. 마릴라가 저렇게 큰 소리로 웃는 걸 들어본 게 언제였지? (본문 171p)

 

애니메이션으로 본 <<빨강 머리 앤>>에서는 에이번리의 멋진 풍경을 보는 것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앤의 상상력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었던 그 자연의 모습을 담은 영상미는 너무도 아름다웠는데, 보물창고에서 출간된 <<빨강 머리 앤>>에서는 자연의 모습을 너무도 섬세하고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어 그 풍경이 그대로 그려지는 듯 했다.

1900년대 여성들에 있어서, 교육은 무의미했으며 조신해야하고 여성스러워해야했다. 시대적 배경을 볼때, 앤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는 그 시대에 너무도 획기적인 인물이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현재 우리가 아이들을 가르칠 때 중요시 하는 것 중에는 '상상력''긍정적 사고'가 포함되어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앤'과 같은 인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지만 긍정적인 사고와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돌파구를 찾아내어 희망을 가졌고, 하고자 하는 열의도 많았으며 무엇보다도 자신의 감정을 잘 표출할 줄 알았다.

이런 앤의 모습은 현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좋은 표본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어린시절부터 앤을 좋아하고, 책을 읽어왔던 우리 어른들은 매튜와 마릴라처럼 있는 그대로의 앤을 받아들여주고,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 주었던가?

우리는 앤처럼 상상력과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라고 말하지만, 정작 우리는 매튜 아저씨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할 것이다.

 

어른이 되어 읽은 <<빨간 머리 앤>>은 어린시절 읽었던 감정과는 너무도 달랐다. 앤의 발랄함을 보면서 추억을 느끼게 했고, 매튜 아저씨와 마릴라 아줌마를 보면서, 나는 너무 정형화된 린드 부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더불어 삶에 대한 희망을 갖고 살만한 세상이라는 생각도 하게 했으니, 어린시절 좋아했던 앤과 달리 또 다른 모습으로 앤을 동경하게 되었다.

읽는내내 참 즐거웠던 작품이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명작이 가진 힘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를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었다. 이 책을 기점으로해서 어린시절 좋아했던 명작들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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