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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장미 ㅣ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13
캐서린 패터슨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평점 :
읽어보고 싶은 작품이었는데, 이제야 읽어보게 되었다. 영화를 통해 알려진 '빵과 장미'는 현대 노동운동사에서는 상징적인 구호라고 하는데, '빵과 장미'는 노동자들의 기본 생존권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누릴 권리라는 의미를 각각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문득 1970년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투쟁했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떠올리게 되었다. 두 주인공 열두 살 로사와 열세 살 제이크가 1912년 로렌스 파업에 직접 동참한 인물은 아니었으나,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우리나라의 1970년대와 맞물리면서 행복한 삶을 위한 노력을 보여준 등장인물들과 전태일이 오버랩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함께 뭉치자구요. 연대라는 말 기억하죠" (본문 151p)
또한, 이 작품에서는 '연대'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하는데, 이들이 총과 칼이라는 폭력을 가슴으로 대항하면서 평화적인 방법을 통해 파업 시위를 진행하지만, 경찰들은 추위에 떠는 이들에게 차가운 물과 폭력으로 맞선다.
최근 추운 날씨에 한미FTA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는 시민들을 향해 물대포를 쏜 경찰들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 행복을 위한 이들의 눈물겨운 노력은 '연대'에 대한 의미와 함께 뭉클함을 전해주었다.
사실 <<빵과 장미>>는 로렌스 파업과 진압을 배경으로 두고 있고, 그 시대적 배경만으로도 독자들에게 큰 의미를 주고는 있지만, 두 주인공은 파업에 동참하기 보다는 그 시대적 배경에 따른 혼란과 갈등을 겪고, 파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각자 행복한 삶을 영위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성장'이라는 큰 골격을 가지고 있다.
로사와 제이크의 만남은 건물 사이의 좁은 틈에 엄청나게 쌓여있는 악취가 하늘을 찌르는 쓰레기 더미에서였다. 폭력을 사용하는 술주정뱅이 아버지를 피해 쓰레기 더미에서 잠을 청하려던 제이크와 신발을 잃어버렸다고 하면 새신발을 사줄까 싶어 쓰레기 더미에 신발을 버렸으나, 곧 바보같은 짓이라 생각하고 신발을 찾으려는 로사와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신발을 함께 찾아준 제이크가 쓰레기 더미에서 자는 것을 염려한 로사는 따뜻한 온기라고는 없는 집 부엌 한켠을 내주었다.
그리고 이야기는, 서로의 이름도 모른 채 헤어진 이들이 각자의 생활로 돌아가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갈등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이탈리아계 이민 노동자의 딸이자 학교에서는 우등생인 로사는 '교육받고 교양있는 존경받는 미국인'이 되고자 한다. 핀치 선생님이 파업이 결코 정당하지 않음을 이야기했기에, 로사는 엄마와 애나 언니가 파업에 동참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파업에 동참하는 엄마는 작고 오종종한 평소의 엄마보다 훨씬 더 커 보였고, 이탈리아 자장가와 베르디, 푸치니의 아리아가 아닌 노래를 목청껏 부르고 있었다.
로사는 더는 혼자가 아니라 거대하고 강력하며 정당한 무언가의 일부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파업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같은 반 조 오브라이언이 체포되고, 애니 로피초가 죽는 것을 보면서 가족의 안위를 걱정하느라 노심초사한다. 로사는 결코 승산없는 싸움인 파업을 회피하려하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위 행렬에 쓸 피켓을 만들게되고, 파업을 후원하는 이들의 도움으로 안전한 곳 버몬트로 가게 된다.
반면 술주정뱅이 아버지에 이끌러 돈을 벌어야했던 제이크는 파업으로 일자리를 잃게 되고, 먹을 것과 잘 곳을 찾아 전전긍긍하다가, 다시 만난 로사를 통해 '휴식'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뉴욕으로 가기 위한 서명지에 아버지의 서명을 받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지만 아버지는 싸늘하게 죽어 있었다. 제이크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책임과 두려움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로사를 쫓아 버몬트로 함께 향한다.
로사의 도움으로 버몬트에서 제리바티 부부와 함께 살게된 제이크는 또다시 두려움에 도망칠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 제라바티 씨의 금고에 손을 대게 된다.
가족의 안위 걱정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로사, 아버지의 죽음으로 두려움을 느끼고 도망치고 싶어하는 제이크, 그리고 아들의 죽음으로 마음을 닫은 제리바티 씨, 이렇게 각자의 고민을 끌어안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는 노동자 파업이라는 사회적 배경과 맞물리면서 혼돈, 갈등, 해소라는 심리적 변화를 보여준다.
제이크는 달리기 시작했다. (중략) 빵이 넘치고 돌에서 장미가 자라는 새로운 삶. 그것을 향해 달리는 기분은 정말 야릇하고도 황홀했다. (본문 352p)
파업에 대한 불안, 가족에 대한 걱정을 가진 로사는 엄마가 아름다운 나무였음을 깨닫는다. 혹독한 겨울에도 꿋꿋이 서 있고, 앙상한 가지들은 눈보라에 맞서는 은처럼 강했으며, 굽어질지언정 부러지지는 않을 엄마에 대해 깨닫게 된 로사는 파업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 떨칠 수 있었으며, 엄마에 대한 믿음,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엄마와 그들의 노력을 엿보게 되었다.
우리는 결코, 우리는 결코 움직이지 않으리
물가에 심은 나무처럼
우리는 결코 움직이지 않으리 (본문 332p)
<<빵과 장미>>는 십대의 어린 소년, 소녀들이 바라보는 100년 전 미국에서 일어난 일과 마주하게 하는데, 그 모습 속에서 현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고씹어보게 한다. 뿐만 아니라, 이 사회적 배경 속에서 혼란을 겪는 두 주인공이 행복한 삶을 위해 투쟁하고 노력해가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모든 과정들은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두렵고 섬뜩하고 무서운 것들로부터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넘어서기 위한 주인공과 노동자들의 행복으로 가는 길이 결코 순탄치 않았을지라도 그들은 가슴에 담은 희망과 열정으로 행복을 향해 가기위해 노력했으며, 그 노력으로 그들은 결국 '행복'이라는 삶을 갖게 되었다.
현 우리 사회는 '촛불 시위'를 통해서 빵과 장미를 위한 연대적 힘을 보여주고 있다. 반값등록금과 한미FTA 시위 등을 통해서 우리는 좀더 나은 삶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셈인데, 이런 과정들은 청소년들에게 또 하나의 희망을 주는 불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덧붙히자면, 우리는 그들을 후원해주었던 제리바티 부부처럼 누군가가 희망의 불씨를 태울 수 있는 성냥이 되어줄 수 있다는 점 또한 기억해야한다는 것이다. 지구 곳곳에서 변화를 위해 일어나고 있는 투쟁이 결코 그들만의 몫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우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 변화, 성장, 희망, 행복 등 수많은 단어들을 생각하게하는 <<빵과 장미>>를 읽는 동안 느꼈던 뜨거운 감동은 결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성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