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끝난 건 아니야 - 2004년 윗브레드 상 수상작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15
제럴딘 머코크런 지음, 이재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11월 10일 수능시험을 앞두고, 뉴스에서는 연일 수험생의 자살 소식이 보도되었다.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에 의해 아이들은 유치원에 입학함과 동시에 경쟁 속에 살아가게 된다. 좋은 대학입학이 모든 아이들의 인생목표가 되었고, 성적의 좋고나쁨으로 아이들을 판단하고, 대학의 당락이 마치 인생의 실패와 성공을 판단하는 조건이 되어버렸다.
이런 환경 속에서 아이들에게 수능시험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 되었고, 그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로 우울증이나 자살이라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마치 대학의 당락이 인생을 좌우되는 것처럼 몰아세우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지만, 정작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인생은 대학의 당락이 아니라,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0년동안의 학교 생활을 한번의 수능시험으로 결정해버리는 것은 너무 억지스럽지 않은가. 그동안의 노력은 수능시험이 아니라, 앞으로의 인생에서 더 많은 빛을 발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수능시험을 못 봤다고 해서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니다.
<<세상이 끝난 것은 아니야>>라는 책 제목은 마치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 등장하는 대홍수로 온 세상이 사라진 듯 했지만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 것처럼, 한 번의 실패가 인생의 전부를 결정짓는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듯 보였다. 그렇게 나는 '희망'의 메시지를 찾아 이 책을 펼쳐보았다. 

영국 최고의 청소년소설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제럴딘 머코크런은 수많은 문학상을 휩쓴 작가라고 하는데, <<세상이 끝난 것은 아니야>>역시 '윗브레드 상'을 수상하였으며, 이로서 저자는 윗브레드 청소년문학상을 세 차례나 수상하는 진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 선택한 책이었는데, 등장인물을 보며서 참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이 작품은 성경에 등장하는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삼아 청소년 소설로 담아냈는데, 신의 입장으로서가 아니라, 노아와 그 가족들의 입장에서 대홍수라는 혼란 속에서 겪는 인간의 심리가 묘사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성경 속 노아의 방주에는 노아와 세 아들인 셈, 함, 야벳이 등장하지만, 이 책속에는 이들의 아내와 노아의 딸 팀나, 그리고 풍랑 속에서 구해준 소년 키팀 등 가상의 인물이 등장하고 있으며, 팀나는 이 책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다. 

노아의 방주는 그림책이나 동화책에 소재로 자주 등장하지만, 대홍수의 혼란 속에서 방주 속 인물들은 어떻게 보냈으며, 어떤 생각을 하며 지냈을지에 대해 다룬 책은 극히 드물 것이다. 방주 속 인물들은 처음에는 살아남았음에 기뻐하지만, 인간의 가진 내면의 본성이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한다. 특히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은 아버지 노아를 따라 점점 자신이 하느님의 개시를 받은 자라 여기며 권력을 내세우기 시작하는 큰 아들 셈의 변화는 너무도 두렵게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질투와 우정 그리고 남성우월주의도 보여진다. 또한 주인공 팀나와 그 가족들 뿐만 아니라 대재앙 앞에서 살아남은 동물들이 느끼는 생각까지 묘사하고 있어 서로간의 입장을 표명한다. 

어머니는 가끔씩 이렇게 나를 지겹다는 듯이 바라본다. 그럴 때면 어머니의 눈이 "자식 많다고 대수는 아냐"라고 말하는 것 같다. 어차피 딸은 아들처럼 환영받지 못한다. "노아는 셈, 함, 야벳의 세 아들을 두었다." 앞으로 백 년 후 사람들이 우리 집 얘기를 할 때 언급될 이름은 이 셋뿐이다. 나는 끼지도 못할 게 뻔하다. (본문 10p) 

대재앙 앞에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가지만, 살아남은 방주 안의 인물들도 고통스럽기는 매한가지다. 그 고통 속에서 서서히 병들어가는 그들의 모습은 처연하기만 하다. 그러나 팀나와 키팀은 반란을 꿈꾼다.
방주 안의 인물들의 삶은 결코 유쾌하지 않았다. 굉장히 힘들고 지친 상황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 힘겨운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희망'을 보여주고자 함은 아닐었을까 싶다.  

이제 거의 끝났다. 악몽이 행로를 거의 다 마쳤다. 머지않아 우리는 다시 얼어나 일상을 되찾게 될 거다. 나쁜 일들은 모두 뒤로하고, 모두 더러움과 두려움의 탓으로 돌리고 새로 시작하면 된다. 어쨌거나 '세상 저편'은 모든 것이 완벽한 곳이다. (본문 213p)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삼아 그 속에서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고, 고난과 역경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모티브의 영향탓인지 내용면에서 기독교적인 성향이 너무 강하게 배어난다. 또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문학작품이니만큼, 주인공 팀나가 혼란 속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의 묘사가 더욱 필요하지 않았나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청소년들에게 '세상이 끝난 건 아니야'라는 의미가 좀더 강하게 다가올 수 있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작품이 되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소견과는 상관없이,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던 방주 안의 리얼한 묘사, 등장 인물들의 심리적인 변화묘사는 압권이었다.
하느님은 인간의 악을 뿌리뽑기 위해 대홍수를 일으켰다. 2012년 세계의 종말이 예언되고 있는 가운데, 현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져야할 마음 가짐이 무엇인가를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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