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 민들레 그림책 1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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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추천도서 목록과 중학교 1학년 추천도서 목록에 함께 수록되어 있는 그림책이 있으니, 바로 <<강아지 똥>>이다. 그림책이라고 하면 왠지 유아, 초등저학년의 전유물로 생각했었는데, 중학생 추천도서로 지정된 것을 보면 권정생 선생님이 전하려는 생각과 의미는 나이의 많고 적음을 불문하고 꼭 기억하고 깨달아야하는 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강아지 똥>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서 다시금 그림책이 화두가 되었는데, 나 역시도 아이와 함께 책을 통해서 얻었던 감동을 화면을 통해서 다시한번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그림책과는 조금 달리 추가된 내용들이 있었는데, 상영시간 혹은 더 많은 감동을 전달하기 위함이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같이 작품을 감상하던 아이는 그림책이 각색된 부분에 대해 화를 내고야 말았다. 그림책 <<강아지 똥>>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일게다.
그림책을 펼치며 애니메이션의 틀린 부분을 지적하는 아이 덕분에 아주 오랜만에 <<강아지 똥>>을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몇 번을 다시 읽어도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하는 이 그림책은 우리집 책장에서 가장 소중한 책 중의 한 권으로 자리잡고 있다.

골목길 담 밑 구석에 돌이네 흰둥이가 똥을 눴다. 흰둥이는 조그만 강아지니까 그 똥도 강아지똥이 된다. 날아가던 참새가 "똥! 똥! 에그, 더러워...."하자 초라해진 강아지똥은 서러워 눈물을 흘렸고, 소달구지 바퀴 자국에서 뒹굴고 있던 흙덩이는 그런 강아지똥을 보며 빙긋 웃고 있다. 그 모습에 더 화가 난 강아지똥이 대들자, 똥 중에서도 가장 더러운 개똥이라 놀리는 흙덩이 때문에 강아지똥은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한참이 지난 후, 흙덩이는 정답게 강아지똥을 달라며 어쩌면 더 흉칙하고 더러울지 모를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산비탈 밭에서 곡식도 가꾸도 채소도 키우고, 여름엔 감자꽃도 피우던 흙덩이는 비가 내리지 않고 가뭄이 심했던 지난 여름, 키우던 아기 고추를 끝까지 살리지 못하고 죽게 했기 때문에 벌을 받아 달구지에 실려 오다 떨어져 버린 것이다.
그때, 덜컹거리며 다가오던 소달구지가 멈추고, 소달구지 아저씨는 떨어진 흙덩이를 소중하게 주워 담았다.
혼자 남은 쓸쓸한 강아지똥은 아무짝에도 쓸 수 없는 자신이 너무도 슬펐다.

그렇게 겨울이 가고, 보슬보슬 봄비가 내리던 어느 날, 강아지도 앞에 파란 민들레 싹이 돋아났고, 강아지똥은 방실방실 빛나는 꽃을 피우는 민들레가 부러웠다. 하지만 민들레가 예쁜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강아지똥이 필요했다.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예쁜 꽃을 피우기 위해 거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강아지똥은 너무 기뻤고, 온 몸을 비에 맞고 잘디잘게 부신 후 땅 속으로 스며들었다.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예쁜 꽃을 피우기 위해 거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강아지똥은 너무 기뻤고, 온 몸을 비에 맞고 잘디잘게 부신 후 땅 속으로 스며들었다.

방긋방긋 웃는 꽃송이엔 귀여운 강아지똥의 눈물겨운 사랑이 가득 어려 있었어요.

요즘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화두에 오르고 있는데, 자존감은 인생의 버팀목이고, 나답게 살 수 있도록 이끄는 힘이 된다. 또한 자기비판을 넘어서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수용하도록 만드는 놀라운 마음의 힘이라고 한다. ('아이의 자존감' 본문 5p)
세상에 쓸모없는 자연, 가치없는 사람은 없다. 가치는, 세상에 이름을 날리고,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서로의 역량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강아지 똥>>은 스스로 가치가 없고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강아지똥을 통해서, 독자 어린이들에게 자존감을 높여주고 있다.
그림책 속에는 우리 어린이들이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민들레처럼 밝고 아름답게 자랄 수 있도록, 이야기를 통해 강아지똥처럼 아이들의 마음 속에 녹아내신 권정생 선생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진 듯 하다.

몇 번을 읽어도 읽을때마다 변하지 않는 감동을 선사하는 <<강아지 똥>>을 통해서 우리 어린이들이 자존감을 높이고, '나는 가치있는 사람이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덧붙히자면, 흔하디 흔한 흙덩이 한 주먹을 너무도 소중하게 주워 담은 소달구지 아저씨를 통해서 아이 스스로가 존재가치를 느끼고,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모의 작은 행동과 마음가짐에서도 비롯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짧은 그림책 속에 상상 이상의 것을 담아 놓으신 권정생 선생님이 너무도 그리워지는 오늘이다.

(사진출처: '강아지 똥'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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