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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찰을 전하는 아이 ㅣ 푸른숲 역사 동화 1
한윤섭 지음, 백대승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10월
평점 :
동학 농민 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쓰기로 마음 먹으면서, 저자는 전봉준을 전면에 내세우면 이야기가 진부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아무리 궁지에 몰려도 전봉준의 이야기는 쓰지 말자.'(본문 162p)고 결심했다고 한다. <<서찰을 전하는 아이>>는 푸른숲 역사동화 첫번째 이야기인데, 전봉준을 앞세우지 않고 열세살의 어린이를 주인공을 내세워 아이의 눈으로 그 시대적 상황을 바라보게 한 점은 책을 읽는 어린이들에게 역사에 대한 이질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구성으로, 저자의 이런 결심이 결부되어 한편의 멋진 역사 동화로 탄생된 듯 하다.
"녹두 장군 정봉준이 김경천의 밀고로 관군에 붙잡혀 처형되었다."
만약, 전봉준이 김경천이 밀고할 것을 알고 있었다면? (표지 中)
저자는 역사 속 이야기에 상상력을 부가하여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가고 있는데, 보부상의 아이를 통해서 동학 농민군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뿐만 아니라, 홀로 남은 아이가 어려운 상황에서 꿋꿋하게 자기 길을 가는 여정을 통해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1894년 1월 고부 군수 조병갑의 괴롭힘을 참다못한 농민들이 전봉준의 지휘로 들어일어난 이 시건은 백성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으며 세력을 넓혔다. 동학 농민군을 잡겠다고 조선 조정에서는 청을 불렀고, 청나라 혼자 조선에서 힘을 쓰게 놔두지 못한 일본도 합세하게 되었다.
보부상인 '나'는 작은 웅덩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처음 본 열세 살의 그날과 그 이후의 몇 달동안의 일을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한다.
웅덩이의 물은 오므린 두 손 위에 그대로 남아 있었고, 물에 담긴 얼굴도 손 안에 그대로 남아 있던 그 물을 천천히 마셨던 그날, 아버지는 노스님에게 누군가에게 전할 서찰을 건네 받았다.
"아버지는 서찰에 뭐라고 쓰여 있는지 알고 계세요?"
"그래, 알고 있다. 이 서찰에는 한 사람을 구하고, 때로는 세상을 구할 만큼 중요한 내용이 적혀 있다. 그래서 이 서찰은 절대 아무에게도 보여서도, 빼앗겨서도 안 된다. 우리의 목숨까지 걸린 셈이다. 그래도 얼마나 좋으냐. 사람을 구하고 세상을 구하는 이 중요한 물건을 아버지의 손으로 전하게 되었으니" (본문 17p)
그렇게 아이는 아버지와 함께 전라도로 향하지만, 도중에 아버지가 객사하면서 아이는 세상 천지에 홀로 남게 된다. 갈 곳도, 아이를 기다리는 곳도 없어 막막하던 어느 날, 한 사람을 구하고 세상을 구할 만큼 중요한 서찰을 전달하려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아이는 혼자 힘으로 전라도로 향한다.
누구를 만나야하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막막했던 아이는 서찰을 들여다보지만, 한문으로 적힌 글을 읽을 수 없었다.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서찰이기에 아이는 한자를 외워 한자를 알 법한 사람들에게 2자씩, 3자씩 따로 물어보며 그 해답을 찾아간다.
嗚呼避老里敬天買綠豆 (어호피노리경천매녹두)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던 아이는 일본 군사들을 보며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우연히 듣고 서찰의 의미를 파악하게 되고, 자신이 가야할 길을 찾는다.
"아저씨, 녹두 장군이 누구예요?"
"동학 농민군의 대장, 전봉준이 녹두 장군이다. 몸집이 녹두처럼 작다고 사람들이 그렇게 부른다. 몸집은 작지만 그래도 그 기상은 따라올 자가 없다고 한다." (본문 101p)
"가야 할 곳을 확실히 찾은 것 같구나.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안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앞으로도 그 길을 잃지 마라." (본문 102p)
"아이야, 행복하다는 말..........난 칠십 평생을 살면서 그 말이 양반의 것인 줄 알았다. 네가 그 말을 쓴 걸 보니 동학 농민군의 말처럼 좋은 세상이 오려나 보다." (본문 115p)
아이는 동학 농민군을 둘러싼 전쟁을 직접 보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며 동학 운동에 대해, 평등에 대해 생각하고,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행복'이 무엇인가를 깨달아간다.
그동안 우리의 역사는 전봉준과 동학 농민들을 앞세우거나, 조선 조정을 앞세운 역사를 보여주곤 했는데, 이 작품에서는 아이의 시각으로 동학 농민 운동에 대해 바라봄으로써, 독자어린이 스스로가 역사에 대해 재조명해 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역사 동화 속 주인공을 통해서 역사적 순간을 대면하면서, 역사에 대한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해보는 과정은 역사를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다. <<서찰하는 아이>>는 어린이의 눈높이를 통해 바라보는 '동학 농민 운동'이라는 역사적 순간에 흥미로운 상상력을 불어 넣음으로써, 역사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이끌어주는게 일조한다.
더불어, 자신이 가야 할 곳을 찾아가는 주인공을 통해서 독자 어린이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함께 용기와 희망을 심어준다는 동화적 메시지 또한 전달하고 있어 그 의미가 배가 된다.
역사를 통해서 우리는 현재와 미래를 본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다양한 각도에서 역사를 재조명함으로써 좀더 나은 미래를 보고자 한다. 이런 부분을 볼 때, <<서찰을 전하는 아이>>가 전하는 역사는 더 나은 미래를 보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 될 것이며, 우리 아이들에게 역사가 가지는 중요한 의미를 되새겨보는 기회도 될 수 있기에, 앞으로 출간될 <푸른숲 역사 동화 시리즈>에 더 큰 기대를 걸어본다.
(사진출처: '서찰을 전하는 아이'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