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이철환 글.그림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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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상황이 아닐지라도 가끔은 '힘들지? 지금 아주 잘하고 있어~'라는 위로를 받고 싶을때가 있다. <연탈길>의 작가 이철환의 <<위로>>를 처음 봤을 때, 책 제목과 표지 삽화만으로도 왠지 위로를 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책을 받고 무엇보다 나를 위로해준 것은 이철환 저자가 직접 그린 200여 점의 콜라주 형태의 삽화였는데, 왠지모를 편안함이 느껴졌다.
이 작품은 짧고 잔잔한 문장 속에 주인공 나비 '피터'를 통해 삶에 대한 통찰력을 전해주고 있는데, 그 속에서 깨달음을 얻고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이야기 중에는 피터가 오래전 엄마나비가 해주었던 말을 되새기는 글이 포함되어 있는데, 삶의 연륜을 통해서 얻게 된 엄마나비가 들려준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했던 피터가 스스로 고통과 아픔을 겪으면서 비로소 그 의미를 이해해가는 과정은 꽤 인상깊다.
어린시절의 내가 그랬고, 현 젊은이들이 그렇듯 어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서 세상과 부딪치면서 그 의미를 비로소 이해하게 되는데, 피터의 모습은 이런 우리들의 모습을 대면하고 있는 듯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위로>>는 청소년들에게도 의미있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밤하늘을 날고 있던 파란나비 피터는 길가에서 반쪽붉은나비를 보게 된다. 반쪽붉은나비의 아름다운 날개를 몹시 부러웠던 피터는 반쪽붉은나비가 알려준대로 마음속 깊은 곳까지 내려가 반쪽붉은나비가 된다.

우리들의 미래는 우리들의 과거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는 엄마의 말이 생각나 피터는 잠시 망설였지만, 반쪽붉은나비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할 순 없었다. (본문 40p)

자신의 날개를 보며 시큰둥해하는 친구들을 원망하며 울적해진 나비는 친구가 잘되는 것을 진심으로 기뻐해줄 수 있는 친구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엄마나비의 말을 떠올린다. 키 큰 나무를 보며 키 큰 나무가 되고 싶은 피터는, 높이를 가지기 위해 먼저 깊이를 고민해야함을 알게 된다. 키 큰 나무를 통해 높이는 진실을 잃게 만들고, 겸손을 잃었다는 것은 진실을 잃었다는 것과 같음을 알게 되지만 피터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나비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건 '비교'야. 나를 다른 것과 비교하면서 우리는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생각하거든....네가 무엇을 하든, 네 모습이 어떻든, 너를 다른 것들과 비교하지 마. 네가 아름다운 날개를 갖는다 해도, 너는 더 아름다운 날개를 갈망하게 될 거야. 비교는 아래쪽을 바라보지 않고 항상 위쪽만 바라보려고 하니까....너의 아픈 그늘이 있다면, 차라리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성장을 향한 첫 걸음을 뗄 수 있을 거야." (본문 76p)

피터는 나무오리를 통해 '생각의 차이'를 깨닫게 되고, 표범나비를 통해 욕망과 이중성 그리고 전갈을 통해 상징성을, 사마귀를 통해 권력의 모습을 알아간다.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삶의 이치를 깨달아가고, 엄마나비의 이야기를 이해해가면서 피터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통찰력을 얻게 된다. 반쪽붉은나비가 되고 싶었던 피터가 반쪽붉은나비가 되지만 아픔과 상처를 안게 되고, 다른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삶의 지혜를 알아가면서 용기를 얻게 되는 과정 속에 전달되는 따뜻함은 나를 그렇게 나를 위로해주었다.

인정받고 싶었고, 빛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 마음 아픈 날이면 피터는 엄마나비를 생각했다. 세상이 켜놓은 불빛 때문에 별들은 하나둘 밤하늘을 떠나버렸다고, 불을 켜면 별은 멀어진다고 엄마나비는 말했었다.
우리가 별들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없는 건 우리의 내면이 소란스럽기 때문이라고 엄마는 말했었다. 삶에 대한 대답을 바라지만 말고, 삶에 대한 질문을 가슴에 품고 살라는 엄마나비는 말했었다. 엄마나비를 생각할 때마다 피터는 다시금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본문 216,217p)

피터가 엄마나비의 이야기를 통해서 용기를 얻게 된 것처럼, 독자들은 피터의 삶과 피터가 만난 이들을 통해서 용기를 얻게 된다. <<위로>>는 짧은 문장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라 쉽고 빨리 읽히지만, 결코 단시간에 읽고 끝낼 작품이 아니다. 삽화 속에서 주는 느낌과 짧고 잔잔하지만 그 속에서 풍기는 감동과 의미는 되새길수록 깊이를 더하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잘나고 싶은 인간의 욕심, 인정받고 싶은 마음, 권력욕과 삶의 욕망 속에 이중성을 갖는 우리는 때로는 상처를 받고, 고통 속에 허우적거린다. 누군가로부터 위로받고 싶은 상처입은 마음은 욕망과 이중성 속에서 타인과 멀어지면서 외로움마저 들게한다.
피터의 모습은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다. 또한 용기를 내는 피터의 모습은 우리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에, <<위로>>는 그렇게 우리에게 '위로'와 '용기'를 선사한다.
아름다운 삽화와 함께 보여주는 잔잔한 감동적인 이야기는 분명 책을 읽는 이들에게 따스한 위로로 다가올 것이다.

(사진출처: '위로'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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