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우리 얘기 들리세요? - 아이들의 닫힌 마음을 여는 따뜻한 이야기
롭 부예 지음, 김선희 옮김 / 다른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선생님, 우리 얘기가 들리세요?>>는 2010년 '미국 아동서점협회 ABC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작품으로 저자 롭 부예의 첫 작품이라고 한다. 코네티컷 주 베서니에서 3,4학년 학생들을 6년 동안 가르친 저자는 학생들에게 읽기와 쓰기를 재미있게 가르치기 위해 고민하던 중에 먼저 독자와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아동 문학이 명작들을 탐독하고 직접 어린이 책을 쓰게 (저자 소개中) 되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책 곳곳에는 수학 수업시간에 했던 1달러로 된 단어가 소개되어 있으며, 책을 좋아하는 주인공 제시카를 통해서 어린이들이 읽으면 좋을법한 책 제목들을 알려준다.
여기서 1달러 단어란, A는 1센트, B는 2센트, C는 3센트, 이런 식으로 26센트인 Z까지 값을 매긴 후에 알파벳 하나하나의 값을 더해 총 1달러가 되는 단어를 찾는 거다. (본문 24p) 

훌쩍,훌쩍...책을 읽다가 결국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선생님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걱정하는 아이들, 아이들의 마음을 열게 한 테업트 선생님과의 교감이 너무도 감동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5학년 11살의 아이들 7명이 등장하는데,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공식 악동 '피터'와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마음의 상처를 갖게 된 제시카, 똑똑하지만 고집불통인 루크, 친구들 사이를 이간질하며 편을 나누고 그들 사이에서 군림하고 싶어하는 알렉시아, 늘 조용하고 모든 일에 시큰둥하지만 아픈 비밀을 가진 제프리, 뚱뚱한 외모 때문에 놀림을 당하고 알렉시아 앞에서 늘 작아지는 대니엘, 27살의 엄마를 둔 늘 말이 없는 애나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아이들에게 "오늘 학교에서 어땠니?"하고 물어보세요. 20명이 한 반이라면 아마 20개의 대답이 돌아올 겁니다. 제 책 속의 일곱 친구들도 테업트 선생님과 보낸 1년을 여러분에게 이야기하고 싶어 했어요. 모두가 할 말이 있었던 거지요.(저자와의 인터뷰 中) 

이 책은 버지니아 외버 울프의 작품 <Bat 6>에서 영향을 받은 저자가 5학년 새학기가 시작된 9월부터 6월까지의 이야기를 매 사건마다 7명의 아이들의 각각의 시각과 생각을 담은 형식으로 담아냈다. 

'교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훤히 꿰뚫고 있어.' 이렇게.
난 그런 선생님이 썩 맘에 들었다. 확실히 재미있겠어. 게다가 난 재미있는 녀석이니까. 올해는 어쩐지 학교생활이 재미있을 것 같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문 19p) 

테업트 선생님은 아이들을 윽박지르거나 안된다고 말씀하시지 않는다. 수업시간에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피터에게는 "우리 할아버지가 나한테 그러셨지. 고추 좀 묶고 다니라고." (본문 19p) 라고 말씀하시거나, 축구장에 풀잎이 모두 몇 개인지를 맞추는 문제를 내기도 하고, '식물 키우기' 시간에는 일주일 동안 주고 싶은 것은 뭐든지 주면서 마음대로 콩을 키워보라고 하신다.
아이들은 샐러드드레싱을 넣거나, 고양이 똥 상자에 까는 흙과 탄산음료와 메이플 시럽 등을 섞어 넣어주기도 했고, 오렌지 주스에 커쳅과 배탈 약을 섞어서 주기도 했다.
교실에서 일어난 일들을 모두 꿰뚫어보고 계셨고, 아이들이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도 했다.
피터가 교실을 물바다로 만든 것도, 알렉시아가 대니엘을 뚱뚱하다고 놀리고, 제시카와 대니엘을 사이를 떼어놓는 심술궂은 행동을 하는 것도 알고 계셨고, 아이들이 어떤 상처를 안고 있는지도 알고 계셨다.
아이들은 모두 선생님을 좋아했고, 선생님의 도움으로 친구들의 관계도 조금씩 나아지는 듯 했지만, 고작 1초로 모든 것이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 

루크-테업트 선생님이 우리를 말렸어야 했다. 선생님은 우리를 너무 내벼려뒀다.
피터-되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걸 던지려고 했던 게 아니었는데...
애나-제발 우리 선생님이 무사하기를... (본문 177,178,179p) 

테업트 선생님은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지만, 아이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는 법을 배웠으며 그들 안에 존재했던 상처들을 대면하고 치유하는 법과 화해,용서 그리고 기다리고 노력하는 법을 알려주셨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중략) 난 이제 이 사고가 알렉시아한테 뭘 가져다 줬는지 알게 됐다. 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알렉시아는 우리랑 다시 친구가 되지 못했을거다. 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대니엘이 애나네 집에 가지 못했을 거다. (본문 233,234p)
나는 노력했다. 테업트 선생님은 노력하는 법까지 가르쳐 주셨다. (본문 262p) 

얽혀있던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듯, 그들이 가진 아픔과 상처가 조금씩 아물기 시작했고, 닫혀있던 마음의 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죄의식과 슬픔을 견디고 훌쩍 자라게 되었다. 마지막 편 '6월 1달러짜리 남자'에서 보여주는 감동은 오랫동안 눈가를 촉촉하게 해주었는데, 기쁨과 안도 그리고 행복 등의 눈물이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테업트 선생님은 현 교육환경과 교권 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학업,성적, 숫자로만 아이들을 평가하고, 아이들과 교사와의 교감보다는 경쟁만 부추기는 교육현실에 안타까움을 갖게 한다. 청소년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현 우리 사회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교사와 학생들과의 교감, 부모와 자녀와의 교감이 아닐까?
<<선생님, 우리 얘기 들리세요?>>는 우리들의 마음을 봐 달라는, 이 시대 아이들의 외침(출판사 서평 中)이듯, 저자는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책을 통해서 전달한다. 이제 교사,부모는 아이들의 그 외침에 대답해주어야 할때가 아닌가 싶다.
부록에 실린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저자는 2012년 가을 이 작품의 뒷이야기가 출간될 예정이라고 했다. 벌써부터 테업트 선생님과 아이들과의 에피소드가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기다려진다. 

 

(이미지출처: '선생님, 우리 얘기 들리세요?'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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