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와 도깨비 우리 작가 그림책 (다림) 1
이상 글, 한병호 그림 / 다림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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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1학년이 된 작은 아이의 추천도서 목록 중 독서퀴즈대회 다섯권에 선정된 작품 중에 하나인 <<황소와 도깨비>>는 천재 작가 이 상이 남긴 단 한 편의 동화책이다. 예전에도 읽어본 작품이었지만, 작은 아이가 꼭 읽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독서퀴즈대회 탓도 있지만...) 이번에 구입하게 되었다.

이 책은 다림출판사 <우리 작가 그림책>시리즈 중의 첫번째 이야기인데, 예전에 <왕치와 소새와 개미>를 통해 이 시리즈를 처음 접한 뒤 관심을 갖게 되었던 시리즈이다.

배가 부른 소의 익살스러운 표정이 참 재미있는 표지그림이다. 재미있는 그림 덕분에 아이가 금새 호감을 가지는 걸 보면 책을 선택할 때 내용도 중요하지만 삽화 역시 책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듯하다.
우리나라의 옛이야기에는 도깨비가 자주 등장하는데, 동화 속에 등장하는 도깨비는 친숙함과 귀여운 존재로 많이 표현되는 듯 싶다.
동네 사냥개한테 붙들려 아주 소중한 꼬리를 물려다고하니, 사냥개보다 무섭고 우월한 존재일것 같은 도깨비의 모습이 참으로 우습다.

보통 땐 빈둥빈둥 놀고 지내다가 먹을 것이 떨어지면 그때서야 나무를 해서 팔러 나가는, 부모도 친척도 없이 혼자 사는 돌쇠라는 나무 장수가 있었는데, 이 돌쇠에게는 황소가 한 마리 있었다.
재산을 몽딸 털어서 산 황소였는데, 아직 어렸음에도 불구하고 키가 크고 튼튼했다.
어느 겨울 날, 장게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진눈깨비가 내리자 돌쇠는 황소가 눈을 맞을까 봐 잠시 주막에 들어가 쉬었다.
다행이 눈은 금방 그쳤고, 황소를 끌고 급히 길을 떠난 돌쇠는 숲속에서 이상한 놈을 만나게 되었다.
사람인지 원숭인지 분간할 수 없는 얼굴에 기름한 팔다리를 가졌고, 까뭇까뭇한 살결과 우뚝 솟은 귀에 작은 꼬리까지 달려서 고양이 같기도 하고, 개 같기도 했는데, 바로 산도깨비였다.
자신을 '산오뚝이'라고 소개한 도깨비는 사냥개한테 꼬리를 물려 상처난 곳이 쑤시고 아픈데다 날씨까지 추우니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꼭 두달 동안만 이 황소 뱃속에 들어가 살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두 달이 지나면 날도 따뜻해지고 상처도 나을 거예요. 절대로 거짓말이 아닙니다. 대신 황소의 힘을 지금보다 열 배나 더 세게 해 드리겠습니다." (본문 中)

도깨비가 황소 뱃속에 들어가자, 정말로 황소의 힘이 열 배나 세졌고, 그 전에는 하루 종일 걸리던 장터를 나무를 가득 지고도 하루에 세 번씩이나 황래하게 되었다. 돌쇠는 전보다도 훨씬 더 소를 소중히 여기게 되었고, 힘센 황소를 데니고 다니는 재미에 열심히 나무를 팔러 다녀 돈도 많이 모았다.

약속한 날이 가까울수록, 소의 배가 자꾸 불러오자 어느 날 새벽에는 소가 괴로워 못 견뎌 날뛰고 있었다. 아저씨가 주시는 음식을 맛있게 먹은 탓에 살이 찐 탓에 소 모가지가 좁아서 빠져 나올 수 없게 된 도깨비는 소가 하품을 하게 해달라고 했다.

"좋은 수가 있습니다. 소가 하품을 하게 해 주세요. 입을 딱 벌리고 하품을 할 때, 제가 얼른 밖으로 나갈게요. 그렇지 않으면 평생 이 속에서 살거나, 뱃가죽을 뚤혹 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이 소의 힘을 백 배 더 세게 해 드리겠습니다." (본문 中)

돌쇠가 여러가지 방법을 다 동원해 보았지만, 황소는 재채기만 할 뿐 하품을 하지 않았다. 황소 뱃속을 빌려 준 것에 후회를 하다가 피곤하고 졸린 돌쇠가 하품을 하자, 황소도 따라서 하품을 시작했고, 새끼 도깨비는 무사히 나올 수 있었다. 결국 황소의 힘은 백 배나 세지게 되었다.

"도깨니 아니라 귀신이라도 불쌍하거든 살려 주어야 해." (본문 中)

누군가를 돕는 일에 점점 인색해져가는 우리 사회에서 이 책은 큰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타인을 위한 희생은 몇 배가 되어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한다. 비록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불쌍한 도깨비를 도왔던 일이 돌쇠에게 백 배나 되는 즐거움으로 되돌아왔다. 도깨비를 도와주고 행복해진 돌쇠를 보며, 우리 어린이들도 이웃, 친구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도깨비를 소재로 재미와 교훈을 주는 이야기와 익살스러운 삽화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 <<황소와 도깨비>>를 통해서 우리나라의 정서와 조상들의 지혜와 멋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사진출처: '황소와 도깨비'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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