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툴러도 괜찮아 -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사춘기 아이들을 위한 마법 같은 이야기
카렌 쿠시맨 지음, 배미자 옮김 / 다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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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베리수상작 수상, 미국도서관협회 최고의 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정되고 추천된 이 책, <<서툴러도 괜찮아>>의 주인공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나약한 존재이다. 세상 속에 다가서는 법도 모르고, 세상과 대결할 수 있는 힘도 없으며 자신을 다독여줄 가족도 없다. 이 책의 주인공은 마치 우리 청소년들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는 듯한데, 심리적으로 극심한 변화를 겪게되는 '질풍노도의 시기'의 사춘기 소녀의 모습 그대로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정체성 혼란을 겪거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갖게 되는데, 실패로 인해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좌절하며 그대로 주저앉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아무런 힘이 없는 고아 소녀를 통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자신감을 회복하여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선물한다. 

동물의 배설물과 음식 찌꺼기, 못 쓰는 짚단을 산처럼 쌓아 두면 썩어 질퍽해지면서 열이 나는데, 악취 때문에 가까이 가지 않아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집도, 엄마도, 계집애라는 이름 말고는 이름을 가진 적없는 이 여자아이에게는 서리내리는 밤 따뜻한 보금자리가 된다. 앙상하게 마른 몸이지만 여자의 징후가 뚜렷이 드러나는 걸 봐서는 열두 살이나 열세 살 쯤으로 보이는 여자아이는 놀리고 욕하고 괴롭히고 발갈질하는 사내아이들에게 '쇠똥구리'로 불린다. 이 여자아이가 아는 건 배고픔과 추위는 자신의 삶에 내려진 저주라는 사실뿐이다.
어느 날, 발길질하는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늙지도, 젋지도, 뚱뚱하지도, 마르지도 않은 여자는 칼날 같은 코와 칼날 같은 눈매에 풀을 먹여 칼날 같은 주름을 잡은 두건을 쓰고 있었다.
이제 여자아이는 산파인 여주인의 일을 거들고, 산파 수습생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되었다. 비록 거름 더미가 훨씬 따뜻했지만, 훨씬 냄새가 좋은 잠자리와 일을 하고 얻은 보상으로 마른 빵과 식어빠진 맥주 반컵을 마실 수 있게 된 것이다.
쇠똥구리는 양지바른 곳에 누운 고양이를 지켜보는 걸 좋아했는데, 마을의 짓궂은 사내아이들이 고양이와 뱀장어를 함께 자루에 넣고 연못에 던지는 걸 보게 된다. 하지만, 뱀장어가 무서운 쇠똥구리는 자루를 열어서 고양이를 꺼내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난 자루를 열기가 너무 무서워, 그렇지만 널 이대로 둘 수는 없는 거잖아." (본문 21p) 

하지만 용기를 내자 쇠똥구리와 고양이는 친구가 되었다. 산파의 이름은 제인이었는데, 마을 사람들은 산파 제인이라 불렀지만, 쇠똥구리는 칼날 제인이라 생각했다. 칼날은 자신이 가진 산파의 기술과 마법을 쇠똥구리에게 알려주지 않았지만 쇠똥구리는 자신이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산파가 부름을 받으면 쇠똥구리는 창문 너머에서 몰두한 채 지켜보았다. 그런 식으로 쇠똥구리는 산파술이 주문이나 마술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며 좋은 일이고 나래지치 강장제와 같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 (본문 29p) 

다리를 다친 칼날 대신에 장에 갔다가 빗을 얻게 된 쇠똥구리는 자신을 앨리스라는 여자아이와 착각한 남자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앨리스'로 정하게 된다. 그후 앨리스는 자신을 놀리던 남자아이들 중의 하나였던 윌을 도와 암소가 송아지를 낳는 것을 돕게 되고, 칼날이 버려둔 산모 조안을 도와 아기의 출산을 돕게 된다. 하지만 자신을 찾는 산모의 출산을 돕지 못하자 앨리스는 자신의 실패가 두려운 나머지 마을을 떠나 여인숙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앨리스는 실마오가 실패를 뒤로하고 큰길로 난 오솔길을 뛰어갔다. 왜 가는지, 어디로 가는지 몰랐다. 산파는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마법의 주문이 아니라 기술과 노역으로 아기를 받아냈다. 자신도 그렇게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하지 못했다. 자신은 실패했다. (본문 86p) 

여인숙 손님 중 글을 쓰는 남자는 앨리스의 고양이에게 글을 가르쳤고, 앨리스도 귀 기울여 들어 글을 깨우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남자는 한 번도 말을 걸었던 적이 없던 앨리스에게 질문을 던졌다. 

"내가 하고 싶은 건 뭐지?"
남자는 자문했다. 남자는 자신을 향해 비질을 해오는 앨리스를 힐끔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내가 원하는 건 뭐지?"
그런 다음 앨리스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물었다.
"여인숙 아가씨, 당신이 원하는 건 뭐죠?" (본문 96,97p)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앨리스를 원하게 되었다. 하지만 앨리스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깨달았으며,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간다. 

"난 시도하고 위기를 겪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는, 포기하지 않는 법을 알아요. 난 달아나지 않을 거예요." (본문 136p) 

실패를 통해서 자신감을 잃어버린 앨리스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달아났지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 누구나 실패를 경험하게 되지만,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그 성패의 여부는 크게 달라진다.
에디슨은 실패가 아니라, 실험에 성공하지 못하는 방법 중의 하나를 배운 것이라고 말했다. 실패는 자신을 초라하게 보이게 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것 같은 좌절을 안겨준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누구나 그럴 때가 있다.
어두운 중세 시대에 아무 힘도 없는 고아 소녀 앨리스의 모습은 희망도, 꿈도 없어 보이지만, 여자아이는 스스로의 이름을 만들어내고, 칼날 같은 산파 제인의 마음을 열게 했으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면서 성장했다.
<<서툴러도 괜찮아>>는 앨리스를 통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사춘기 아이들에게 마법 같은 용기와 힘을 선물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그 때....내가 무엇을 이루어냈는지를 한 번 뒤돌아보면 어떨까? 우리는 분명 스스로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루어냈음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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