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을 담은 잔소리 통조림 1218 보물창고 4
마크 젤먼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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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싫었던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엄마의 잔소리였다. 나중에 어른이 되면 내 아이에게 만큼은 절대 잔소리 하지 않겠다, 라는 깜찍한 다짐까지 했었으니 그 잔소리가 얼마나 싫었는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어른이 되고 아이를 키우면서 듣기 싫었던 엄마의 잔소리와 똑같은 말로 내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을 때, 흠칫 놀라기도 했지만 재미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더불어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님의 마음을 느끼면서 감동과 따스함도 함께 깨닫게 되었으니, 엄마의 잔소리를 너무도 듣기 싫어하는 사춘기 딸아이도 나중에는 이런 내 마음을 이해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가졌다.
아이가 커감에 따라 나의 잔소리도 비례하여 많아졌다. 내 잔소리에 "알았어..알았다고.."하며 싫은 내색을 하는 아이를 보면서 '너도 나중에 딱 너 같은 자식 낳아서 키워 봐라'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고보면 나도 참 소심한 엄마다.
가끔 딸아이는 '왜? 왜 그래야하는데?' 라며 엄마에게 한껏 반항을 해본다.
왜냐고?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니까..
사실 잔소리를 하면서 그래야하니까...라는 관습(?)에 의해 잔소리를 해왔다. 물론 그 잔소리 속에는 내 아이가 올바른 습관을 가지고 잘 자라주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을 담고는 있지만, 그 잔소리 속에 담겨진 세세한 속뜻을 알지는 못했다.
그저 내 엄마가 나를 위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잔소리를 그저 답습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면보면 나도 참 답답한 엄마다.
잔소리가 늘어나고, 사춘기 아이의 반항도 늘어나면서 나와 딸사이에 작은 벽이 생긴 듯 하다. 어떻게 하면 잔소리하는 내 마음을 내 딸에게 잘 전할 수 있을까? 물론 딸 역시도 잔소리 속에 자신을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이 담겨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겠지만, 아직 어린 아이가 그 속내를 알기에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철학을 담은 잔소리 통조림>>은 잔소리 속에 담겨진 여러 가지 철학적 의미를 담아낸 작품으로, 잔소리를 하는 나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했던 그 말 속에 담겨진 의미를 이해하게 함과 동시에 잔소리를 듣는 딸에게 엄마의 잔소리 속에 담겨진 사랑과 관심을 알려준다.
책 속에 담겨진 잔소리 목록이 참 재미있다. 엄마에게 들어왔던, 그리고 내가 딸에게 하고 있는 잔소리와 너무도 흡사했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이 말 속에 이런 의미가 담겨져 있었구나~'라는 점을 알게 되었는데, 딸에게는 이 의미를 통해서 좀더 나은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부분도 보이는 부분만큼이나 좋아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치는 깨끗한 속옷을 입어라.
우리가 하고 싶은 일과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 늘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일깨우는 채소를 먹어라.
어떤 일이든 섣불리 뛰어들지 마라는 교훈을 주는 길을 건널 때는 양쪽을 다 살펴라.
한 번에 한 가지씩 일을 하라는 큰 뜻을 담은 입 안에 음식을 잔득 넣은 채로 말하지 마라.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먹고 나서 바로 수영하지 마라.
남의 입장이 되어 보라는 의미를 담은 너도 나중에 너 같은 자식 낳아서 키워 봐라.
등 속에서 잔소리에 담겨진 의미가 참으로 크고 넓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끔은 아이에게 억지스럽게 '내가 그렇다면 그런거야'라는 말로 아이를 다그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내 어머니도 그러셨다. 

"날 믿어. 난 너를 사랑하고 너에게 나쁜 일은 절대 시키지 않을 거야. 널 사랑하고 믿기 때문에 이것을 하라고(또는 하지 말라는) 거고, 모든 게 괜찮을 거야."
그러므로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야."라는 말 뒤에 숨은 큰 뜻은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고 싶다면 좋은 사람들을 사랑하고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본문 114p) 

이 속내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의미를 그대로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그 정도 이유면 충분해요." (본문 115p)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바로 이 책 <<철학을 담은 잔소리 통조림>>의 궁극적인 목표가 아닐까 싶다.
아무 의미도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잔소리를 한다면 그건 아이에게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다. 아이들 역시 이 잔소리의 의미를 알게 된다면, 엄마의 잔소리가 그렇게 싫지만은 않으리라.
내 부모님이 내게 알려준 삶의 지혜와 사랑을 우리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있는 <<철학을 담은 잔소리 통조림>>은 잔소리를 통해서 서로의 마음과 신뢰 그리고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일깨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늦었지만 내 부모님의 잔소리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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