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맞짱 뜨기 - 노경실의 청소년 에세이
노경실 지음, 조성흠 그림 / 바다출판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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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의 탈선과 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사회적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어른들은 ’요즘 애들이란.......’이라는 말로 청소년들을 질책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청소년들의 문제점이 비단 그들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시청률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 예능프로그램이 줄줄이 폐지되는 것처럼, 숫자와 성적만으로 청소년을 판단하고 모범생과 문제아로 구분하는 어른들은 정녕 아무 잘못이 없는걸까?
아이가 자람에 따라, 엄마인 나의 잔소리도 같이 많아졌고 그만큼 투닥거림도 잦아졌다. 
사춘기의 특성임을 감안하고 이해해보려 하지만, 내 청소년시기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을 이해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닌 듯 하다. 이에 딸아이 또래의 성향과 마음을 이해해보고자 성장 소설을 찾아읽곤 하는데, 얼마 전 노경실 작가의 <열 네살이 어때서?> 작품을 읽어보게 되었고 그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사춘기 맞짱 뜨기>>라는 제목으로 청소년 에세이를 출간했다는 소식에 반가운 마음에 책을 찾아 읽어보게 되었는데, 그들을 이해하기에 앞서, 어른으로서의 잘못된 태도와 속물적인 말과 행동으로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와 스트레스를 주게 되었는가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들을 이해할 수 없게 만든 것은 바로 어른인 나였다는 사실에 많은 부끄러움을 느꼈기에, 이 작품을 청소년들과 어른 세대가 모두가 함께 읽어보기를 권해본다.



-몇 점이야?
-몇 등이야?
-그럼 그렇지. 네가 뭘 잘하겠니? (본문 15p)

성적 공포와 스트레스 때문에 아이들의 심장이 말라가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발걸음이 무거워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은 늘 숫자만으로 아이들을 평가한다. 부모 말에 무조건 ’예스’하고, 공부 잘하고 대들지 않는 자식이 효자의 잣대가 되었다. 뿐만 아니다. 수많은 책을 통해서 함께 사는 사회의 아름다움, 이웃에 대한 배려 등을 강조하면서도 내 아이에게만은 "너 하나 그거 안 한다고 학교 문 닫지 않거든. 너는 어서 학원이나 가! 내일 모레가 시험이잖아!" (본문 110p) 라며 이중적이며 속물적인 행동을 꺼리낌없이 드러낸다. 관계 지향성 역시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가면 자연스레  주변의 모든 관계는 지향되고, 사회적 신분이 상위급이면 사회적 협력관계도 그 수준에서 이루어지므로 결국 ’공부해!’라는 결론이 난다.
청소년들 대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욕설에 손가락질 하는 어른들 역시 인신공격형이나 성적수치심 자극형 발언 등을 서슴치 않게 하고 있다. 막말은 기본이다. 누가 누구에게 손가락질하고, 누구를 탓하며, 누구를 질책할 것인가.



요즈음 청소년들이 저지르는 각종 범죄 유형을 보면 어른들의 그것과 닮아 있다. 아주 똑같다. 어른들이 거짓말하고, 사기를 치고, 사람의 존엄성과 생명을 빼앗는 온갖 범죄를 청소년들도 똑같이 저지르고 있다.
어른들이 비틀거리며 지나간 어둠의 골목, 그 뒤를 아이들이 따라가고 있다. (중략)
어른들이 어지럽혀 놓은 질서, 규칙, 도덕 그리고 상식...이 모든 것을 아이들은 그대로, 곧바로 답습하고 있다.
(본문 260p)

이 책은 이렇게 잘못된 어른들의 언행과 행동으로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지 못하게 된 청소년들에게 안타까움을 전하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공부와 이성문제, 영어, 친구 그리고 선생님과의 관계 등에 관한 고민들이 거침없이 수록했는데, 너무도 노골적으로 표현된 그들의 마음을 엿보면서 놀랍기도 했고,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다.
능력없는 부모에 대한 원망의 소리가 부모 입장에서는 무섭기까지 했지만, 자신의 환경에 끝없는 불만을 뿜어내는 그들에게 연민이 느껴진다. 내 아이는 나보다 더 좋은 것을 해주고 싶고, 최고로 키우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그들은 알고 있으려나?

’행운’이란 꽃말의 네잎클로버를 찾기 위해 눈앞에 촘촘히 펼쳐진 ’행복’을 의미하는 세잎클로버를 발로 짓이기는 꼴이다. 현설이라는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두 무릎이 짓무르고 옷이 해지도록 헤매며 찾아다니는 수고를 하고 있는 꼴이다. (본문 190p)



<<사춘기 맞짱 뜨기>>는 현 사회 속 청소년들의 모습을 통해서 그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으며, 부모에게는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잘못된 언행과 행동으로 그들에게 주었던 상처와 스트레스가 결국 사회적 문제로 드러나고 있음을 인지하도록 이끈다. 비록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어지러운 사회이지만, 삶의 의미마저 그들과 단단히 묶여 있는 부모님과 선생님이 있으며, 세상이 등을 돌릴지라도 항상 편이 되어주는 가족이 있고, 하고 싶은 꿈이 있다는 것을 청소년들에게 일개운다.

성적 때문에, 그깟 거울에 비친 얼굴 때문에, 당장 집 안이 어렵다 하여 90억 년 시간 속의 단 하나의 존재인 ’나’를 스스로 천대하며 비루하게 버려둘 것인가?
어제 시험이 끝났는데, 성적이 나쁘다 하여 고개 숙이지 말자. 바닥에 떨어뜨려 버린 그대 마음, 그대 심장, 그대 희망, 그대 미래! 힘껏 들어 올려라!
그대, 90억 년 시간 속의 유일무이한 존재여!
(본문 237p)

지금 당장 힘들다하여 앞으로의 인생을 망치기에는 너무도 억울하다. 어른들의 잘못을 탓하며 스스로의 삶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자신 스스로는 모두 특별한 존재이다. 고민과 절망만 하기에는 스스로에게 잠재되어 있는 능력이 너무도 많다. 
4년 동안 물과 거름을 주지만 겉으로는 전혀 성장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땅속에서는 뿌리를 수백제곱미터에 이르도록 부지런히 퍼뜨리고 5년째 되는 해에는 놀랍게도 하루에 한 자 이상 자라기 사작해 6주 만에 15미터나 커지는 모소라는 대나무가 있다고 한다. 모소는 6주일 동안 갑자기 자란 것이 아니라 5년 동안 천천히 자라왔던 것임을 기억하자.  모소처럼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준비하다보면 결국 인생의 보물을 캐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나는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손가락질하고 폄하하고 있었던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들이 자신안에 숨겨진 보물을 찾기 위해 컴컴한 미로를 헤매고 있을때, 환한 등대가 되어줄 어른이고 싶다. 생각해보면 무조건 ’네’하지 않아서, 좋은 성적표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아이와 사사건건 투닥거렸었다. 아이가 가지고 있는 보물을 보지 못한 채 나만의 잣대로 평가했던 못난 어른이었음을 인정하며, 내 아이가 네잎클로버를 찾기 위해 세잎클로버를 짓밟지 않도록 이끌어주고 싶다.
90억 년 시간 속의 유일무이한 존재인 우리 아이들이 고개 숙이지 않고 힘을 낼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이 분명 그 길로 안내해 줄 것이며, 방황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선사할 것이다.

(사진출처: ’사춘기 맞짱 뜨기’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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