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쉬운 인생
케이 기본스 지음, 이소영 옮김 / 작가정신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저자 케이 기본스는 미국의 여성주의 작가로 <<참 쉬운 인생>>은 그녀의 네 번째 소설인데, 텔레비전 드라마로도 제작되며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여성주의 작가라는 명성답게 이 책에서도 1900년대를 배경으로 세 여성을 통해 여성의 삶과 결혼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외할머니 찰리 케이트, 엄마 소피아와 함께 살아가는 마거릿의 시각으로 보는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찰리의 어린시절, 결혼 그리고 엄마 소피아의 탄생과 연애와 결혼 그리고 마거릿 자신의 이야기가 시간적 순서에 따라 배열되는데, 그 중 1900년대 초의 신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찰리의 이야기가 단연 돋보인다.



방년 20세에 이미 수많은 사람이 찾는 탁월한 산파였던 할머니 찰리는 새로 태어나는 아기들을 받고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고 또한 죽은 사람들도 거둬주기 위해 강을 자주 건너다녔고, 거룻배를 부리던 뱃사공 할아버지와 결혼을 했다. 1904년 엄마 마거릿이 태어났고, 할머니의 쌍둥이 동생이 자살하는 바람에 할머니는 그동안 살아왔던 패스쿼탱크 카운티를 떠났다. 웨이크 카운티로 이주를 한 후 적극적이며 진취적인 할머니는 곧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게 되었지만, 일자리를 얻지 못한 할아버지는 결국 가족을 떠났다.

엄마는 할머니를 지켜보면서 배워나갔다. ’남자는 너를 떠날 것이다.’ 바로 이것이 엄마가 배운 것이었다. (본문 22p)

엄마는 행복해했고 영특했었지만, 1922년 이성에게 마음을 빼앗기자 엄마의 모든 이성은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앞으로의 일을 꿰뚫어본 할머니는 결혼을 반대했고, "그 남자하고 결혼할 테면 해도 좋아. 하지만 나는 네가 제발 좀 와달라고 애원하기 전에는 네 집에 한 발짝도 들여놓지 않을 거야." (본문 37p) 라고 선언했다. 심지어 1924년 손녀딸인 자신 마거릿이 태어난 날에도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와 마거릿이 할머니 집에 가는 건 얼마든지 허용되었기에 세 사람은 자주 만났으며 마거릿은 진취적인 여성이었던 할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어떻게든 집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가서 어떤 여자와 만나고 싶어 안절부절못하는 삶의 방식을 가졌던 아빠는 뇌출혈로 사망했고, 외할머니는 마거릿의 집에 정착하게 된다.

"어째서 넌 내가 이제 아서 남자를 원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다시 남자를 만나느니 차라리 독약을 마시겠다"(본문 104p) 라고 할머니는 말했고, ’엄마는 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어요? 실제로 내가 얼마나 외로운지 알 수 있을 만큼 나를 자세히 살펴본 적이나 있어요?’(본문 116p) 라는 다양한 말로 외로움의 징후를 보였으며 아름다운 숙녀에서 멋있는 중년 여인으로 하락하는 과정을 못 견뎌했다. 
할머니에게는 엄마가 중년을 향해 꾸준히 나이 들어가면 자신과 똑 닮은 훌륭한 동반자가 생긴다는 뜻이었으나, 엄마의 눈은 또 다른 남자를 향하고 있었고, 젊은 채로 남아 있기를 원했다.

진취적인 신여성의 모습을 보여준 할머니 찰리, 삶의 최대 과제를 결혼으로 생각했던 그 시대 전형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엄마 소피아, 두 여성의 모습을 보면서 자란 마거릿은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려 노력하지만 할머니 찰리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이를 걱정한 엄마 소피아는 그런 마거릿을 세상으로 끌고 나가기 위한 방법으로 청년을 소개하곤 했다.

"네가 어째서 이토록 데이트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지 난 그 까닭을 알고 있어. 그건 모두 네 할머니 때문이야." (본문 178p) 

엄마는 마거릿이 비정상적으로 늙어갈 거라 말했으며, 마거릿은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다. 
<<참 쉬운 인생>>은 마거릿을 통해서 일과 사랑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던 할머니와 엄마를 통해서 자신만의 주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냈는데, 서로 의지하며 함께 살아가지만 다른 차이를 가진 세 사람을 통해서 현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되짚어보게 한다.
1900년대와 달리 현 사회는 여성들의 사회적인 참여가 높아짐에 따라, 사회적 지위도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남자 못지 않게 자신의 일에 대한 사명감, 성취감도 높다. 이에 따라 결혼에 대한 가치관도 많이 달라져 독신여성도 많아졌으며 결혼을 하되 자녀를 출산하지 않는 가정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결혼보다는 자신의 삶을 진취적으로 살아가려는 당당한 커리어우먼이 늘어났지만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함께 생겨났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할머니와 엄마를 통해서 일과 결혼에 대해 고민하는 마거릿의 모습은 바로 현 사회를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과 맞물려진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는 찰리의 삶이 두드러지게 표현되는데, 인종문제가 대두되었던 시대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흑인 남자를 구하는 등 인종차별에서 완전히 자유로웠으며, 책을 읽으며 시대의 변화를 읽고 그에 따라 살아가는 그녀의 진취적이며 강인함은 이 소설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찰리의 결혼 생활은 실패하였고, 그런 그녀는 일에 더욱 매진한 듯 보이지만 결코 그녀는 사랑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본다. 

일을 하고, 결혼을 한 나로서는 이 책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밖에 없다. 일과 결혼을 병행하면서 조화를 이루며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찰리와 소피아의 모습을 통해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마거릿을 통해 나 역시도 지금의 내가 서 있는 위치를 되짚어본다. <<참 쉬운 인생>>은 그렇게 일과 사랑을 결합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출처: ’참 쉬운 인생’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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