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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얼음 위를 건너는 법 - 인생을 달리는 법을 배우다
롭 릴월 지음, 김승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강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 본 적이 있는가? 신나게 페달을 밟을 때마다 더 세차게 뺨을 스치고 가는 바람은 지치고 힘들었던 마음까지도 상쾌하게 한다. 이런 자전거의 매력 때문에 나는 간혹 자전거를 타고 국내 여행을 하고 싶다는 꿈을 꾸곤 하는데, 이는 그저 내 머리 속에서의 상상으로 끝나고 만다. 자전거는 잠시 잠깐의 낭만을 즐기기에는 정말 좋은 수단이지만, 하루종일 페달을 밟으며 국내를 여행한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지치는 일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일상에 대한 지루함, 과도한 스트레스 등에서 벗어나고 싶은 우리들은 여행을 꿈꾸는데, 현실을 내려놓고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더욱이 자전거로 5만여 킬로미터를 달리는 여행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 분명하다.
그러나 여기, 교사라는 안정된 직장을 던져버리고, 시베리아 마가단에서 영국 런던까지 5만여 킬로미터를 자전거로 3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여행을 한 청년이 있다. 바로 저자 롭 릴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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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시베리아의 마가단을 출발하여 일본, 한국, 중국, 필리핀을 거쳐 말레이시아, 네팔, 아프가니스탄, 터키, 그리스, 프랑스를 거쳐 영국으로 돌아왔는데 2004년 9월에 시작된 여행은 2007년 10월이 되어서야 막을 내렸다.
<<자전거로 얼음 위를 건너는 법>>은 그가 여행을 하면서 가보게 된 나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여행지에서 느낀 점들이 상세하게 기록되고 있는데, 차를 타고 무조건 빠르게 달리고 있는 요즘 현 사회에서 차 대신 자전거를 타면서 천천히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미학을 배우는 것도 인생의 참맛을 알아가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97년 앨과의 첫 파키스탄 여행으로 모험 바이러스에 제대로 감염된 앨은 "이봐,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움켜쥘 기회가 딱 한 번 생긴다면, 그 기회를 잡는 거야...?" (본문 37p) 이메일을 보내게 되고, 롭의 자전거 여행은 시작되었다.
앨과의 여행 그리고 갈등으로 인해 두 사람은 각자의 여행길에 오르게 되는데, 추위와 아픔과 슬픔 등을 겪어가는 동안 인생에 대해 하나씩 배워갔으며, 사람들의 사랑과 인정 속에서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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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통해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세상에는 남을 도우려고 애쓰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본문 261p)
서툴렀던 그의 여행은 시간이 흐를수록 숙련되어졌고, 친구 앨 없이 혼자 일어섰으며 세상의 기아와 전쟁, 아픔과 비열함 등을 목격하면서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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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항상 점점 더 힘든 도전을 향해 나 자신을 밀어붙이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였다. 아마 힘든 도전을 하면 살아 있다는 느낌이 더 생생해지기 때문인 것 같았다. 아니면 그냥 작은 스릴을 맛보려고 자꾸만 더 커다란 위험을 무릅쓰는 데 중독되어버린 것일 수도 있었다. (본문 357,358p)
파키스탄을 지나 아프가니스탄으로 위험한 여행을 감행한 것은 여행을 통해 보고 듣고 배우고 느낀 것이 많았던 그에게 또 하나의 인생 경험을 얻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그의 말처럼 자신을 증명하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가끔은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때가 있으므로.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기도 했지만, 나의 한계를 깨닫고 내 생명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훨씬 더 분명히 인식하게 되기도 했다. 게다가 우선 나부터도 선과 악이 제멋대로 뒤섞인 인간이라는 사실을 그 어느 때보다 확실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본문 477p)
그의 여행 기록을 보면서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을 느꼈다. 그의 여행지 속에 한국이 포함되어 있었고 그는 과연 한국에서 어떤 느낌을 받았을지에 대해 꽤 궁금했었는데, 그가 본 한국은 일본을 지나 중국으로 가는 하나의 경유지인 것이 전부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한국에 대한 언급은 극히 짧았고, 조심스럽지 못한 한국 운전자들에 대한 불쾌함이 드러나 있었다. 그가 한국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인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 하고 떠났다는 점에서 사실 좀 아쉬움이 남는다.
이 여행이 끝나고 전 세계를 다니며 모험가로 여전히 활동 중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가 가진 소박한 멋, 인자함, 순박함과 인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서 잠깐의 즐거움과 삶의 활력소를 찾지만, 그는 여행을 통해서 삶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자신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하고, 더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롭은 여행을 통해서 그것을 체험했고 우리에게 그것을 전달하고 있다.
또한 그가 여행을 통해서 보여준 세계 곳곳의 이야기들은 나로 하여금 다른 곳을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남을 도우려고 애쓰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 그의 3년이라는 힘든 여정에 큰 힘이 되었으리라.
(사진출처: ’자전거로 얼음 위를 건너는 법’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