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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 Jean ㅣ 푸른도서관 48
문부일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8월
평점 :
요즘은 교복도 패션시대다. 짧은 치마는 기본이고, 통을 줄인 교복바지에 반항적인 기질을 내포한 삐죽히 나온 셔츠, 슬리퍼에 염색머리까지 교복으로도 다양한 패션을 만든다.
중학교에 입학한 딸아이가 등교할 때 치마를 접어입는 것을 보면 눈쌀이 먼저 찌푸려진다. 그나마 청바지를 찢어입지 않는 것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요즘 청소년들을 한껏 이해할 수 있는 세련된 엄마이고 싶은데, 패셔너블한 교복이나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학생을 보며 선입견을 갖는 걸 보면 나도 구시대적인 성향을 가진 어쩔 수 없는 고리타분한 엄마인가보다. 한때 유행에 민감해보겠다고 몸부림쳤던 나의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다. 표제작인 <찢어, Jean>의 한울이와 고지식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웃음이 났던 것은 우리집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습 때문이었으리라.
청소년들은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규칙에 맞추어 살아가야하는 답답함을 느끼곤 하는데, 어쩌면 이런 교복 패션은 답답한 일상의 한 탈출구일지도 모른다. 단지 외모만으로 문제아, 반항아라고 손가락질하기 전에 그들의 답답한 현실에 대해 생각해 본적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찢어, Jean>>은 청소년들의 무미건조한 일상에서 일탈을 꿈꾸며 숨통을 열어보고자 하는 이들의 설레임을 엿볼 수 있는데, 무엇보다 그 설레임 속에서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다는 데 더 큰 의미를 내포한다.
쫙 찢어지는 순간 가슴이 뻥 뚫렸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환희였다. (본문 63p)
고등학교 자퇴생인 준은 '꿈의 궁전' 레스토랑에 알바생으로 취직을 하지만, 경기가 어려워서 손님이 없는 탓에 눈치가 보였다. 그런 준은 '위기가 기회야!'라는 생각으로 다른 가게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우기 위해 단순한 서빙에서 벗어나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실력을 쌓아간다.
덕분에 레스토랑은 활기를 띄게 되고 준은 인정을 받게 된다. 하지만, 돈을 조금 아끼기 위해 기름을 오래 쓰는 실수를 하기도 하고, 손님에게 사기를 당하기도 하는데, 그것을 통해 자신의 꿈을 위한 또 하나의 경력을 쌓는 밑거름으로 삼는다.
<알바학 개론>의 준은 학교에서 '미친 존재감'으로서 뽐내기도 하고, 자퇴생이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지만 CEO가 되고자 하는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다. 얼핏 보기에는 문제아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자신의 꿈을 향해 검정고시 공부를 하며 미래를 계획해가는 준은 평범한 일상을 벗어버리고 제대로 된 일탈을 꿈꾸며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를 준비를 하는 멋진 인물이다.
표제작 <찢어, Jean>은 '훈장님'이라 불리는 가부장적인 아빠로 인해 까칠한 농촌 남자인 촌스러운 '까농남'으로 살아야하는 한울이의 고충을 담아냈다. 한창 외모에 신경쓸 나이인 한울이는 아빠 때문에 제대로 된 멋을 낼 수가 없다.
찢어진 청바지가 입고 싶었던 한울이는 엄마의 도움을 받아 청바지를 입고 한껏 멋을 내고 나갔다가 부부 동반 모임을 나간 아빠와 마주하게 된다.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엄마로 인해 위기를 모면하게 되고, 더불어 아빠와 엄마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몰랐던 가족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아빠가 왜 '훈장님'이 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알게 되면서 한울이는 아빠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느낀다.
<이토록 사소한 장난>은 읽는내내 가슴이 먹먹해졌는데, 누군가는 장난이라 부르는 행동이 또 다른 누군가에는 고통과 아픔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학교 친구가 자살했다며? 너희가 괴롭혔지?"
"그 녀석이 원래 좀 그래. 우린 은우한테 장난만 쳤어."
"장난? 장난에 누군가는 죽어. 어디서든 보통만 하라고 하잖아. 그 보통이 어려운 사람이 있어. 그 친구도 그랬을 거야." (본문 98p)
이혼 과정을 통해 상처받는 아이들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고소 취하>와 재혼 가정에 스며든 한파가 사랑이라는 따뜻함으로 녹아내리며 가족이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한파주의보>는 서로 다른 두 가족의 모습을 통해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이다.
<살리에르, 웃다>는 시를 쓰고 싶은 수혁이가 표절유혹에 빠지게 되고, 좌절 속에서 자신의 새로운 꿈을 찾게 되는 과정을 담아냈고, <6시 59분>은 일상에서 벗어나 제주도로 홀로 여행을 꿈꾸는 완수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배 위에 올랐다. 6시 59분이 되었다. 개찰구 앞에서는 안 보이던 먼 세상이 눈에 들어왔다. 사방이 점점 어두워졌지만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멀리 있는 작은 등대에 불이 들어왔다. 그리고 뱃고동 소리가 울렸다. 일 분 뒤에 배가 떠난다. (본문 215,216p)
<<찢어, Jean>>에서는 청소년들의 입장에 서서 가족, 친구, 꿈, 외모 등 그들이 갖고있는 가장 큰 관심사와 고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표제작처럼 통쾌함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나 미래에 대한 탈출구를 보여주는 작품 등을 통해서 공감하고 이해함으로써 현재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제공한다.
찢어진 청바지, 패셔너블한 교복이 그들 모습의 전부는 아니다. 현실 도피가 아닌, 일상에서의 작은 일탈을 통해 숨통을 열어보고자 하는 몸부림일 수 있다. 우리가 학창시절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찢어진 청바지 사이로 시원하게 부는 바람이 그들에게는 일상의 탈출구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