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괴물
이범재 기획.그림, 위정현 글 / 계수나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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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갈 준비를 하라는 엄마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는 텔레비전을 보고 있습니다. 앞을 잘 보고 걸어야 한다는 아빠의 말에도 아이는 게임을 하며 길을 걸어갑니다.

<<소리괴물>>이라는 재미있는 제목이 궁금하여 서둘러 책을 펼쳤는데, 우리 집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책 속에 그려져 있습니다.
아이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지만, 아이는 텔레비전에서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는지 건성으로 '응응응' 대답하고 맙니다. 아이의 태도에 화가난 저는 결국 아이에게 소리를 치고 맙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엄마인 저도 마찬가지였던 거 같습니다.
퇴근해서 돌아온 엄마에게 아이는 재잘재잘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하려는지 바쁜 엄마 뒤를 졸졸 쫓아다니지만, 저녁준비와 집안일로 바쁜 저는 '그래그래..나중에 이야기하자'라는 말로 아이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습니다.
이는 비단 가족관계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친구, 이웃, 직장 등에서도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기보다는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의 소리를 더 많이 내려고 합니다.
서로 각자의 소리를 높이려고 한다면, 과연 우리들의 이야기는 누가 들어줄까요?

엄마, 아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던 '나'는 다툰 작꿍에게 먼저 사과의 말을 건넸지만, 그 애는 내말을 듣지 않습니다.

아무도 서로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아요. 사람들이 듣지 않은 이 많은 말들! 버려진 말들은 모두 어디로 갈까요?

갈 곳 잃은 말들이 모여 커다란 소리괴물이 되었습니다. 소리괴물은 천둥처럼 큰 소리를 냈고, 세상은 너무도 시끄러웠지요.
괴물 때문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고,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어요.
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으니 여기저기에서 사고가 일어났고,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되었답니다.

과학자들은 소리괴물을 분석하느라 바빴고, 방송국에서도 괴물을 없애기 위해 열띤 토론을 벌였으며, 사람들은 제일 강한 군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지요.
그러다 폭탄에도, 미사일에도 끄떡없는 소리괴물 때문에 지친 사람들은 생각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잘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야 사람들은 아주 작은 말에도 귀를 기울였고, 소리괴물의 몸에서 무엇인가 조금씩 떨어져 나가더니 시끄럽던 세상이 점점 조용해졌습니다.

엄마 말을 듣지 않는다고 아이에게 잔소리를 합니다. 그런데 정작 엄마인 나는 아이의 말에 얼마나 귀를 기울였던 걸까요? 우리집에도 소리괴물을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 반성을 해봅니다.
요즘은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사회생활로 바쁜 어른 못지 않게 아이들도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바쁘게 지내는 탓에 가족들이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모처럼 쉬는 주말에도 각자의 일에 몰두하여 가족들이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가족간의 단절로 인해 '밥상머리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요즘, <<소리괴물>>은 소통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합니다.

<<소리괴물>>은 우리가 흔히 보게 되는 일상의 모습을 통해서 소통의 단절이 주는 문제점과 소통의 중요성을 '소리괴물'이라는 재미있는 소재를 통해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엄마 아빠와 이야기하고 싶은 아이의 마음, 아이와 이야기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이 그림책 속에 오롯이 담겨져 있습니다.
~해라, 라는 잔소리 대신에 엄마의 하루를 이야기하고, 아이의 하루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소통의 문을 열어봐야겠습니다.
<<소리괴물>>은 짧은 이야기 속에서 너무도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에 책을 읽은 후에도 그 여운이 오래도록 가시지 않았습니다.
나는 지금 아이들과 잘 소통하고 있는지 깊은 반성을 통해 노력하려합니다.

(사진출처: '소리괴물'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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