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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왕 스피커! ㅣ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 4
장지혜 지음, 경하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1년 7월
평점 :
아줌마가 되어가면서 수다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는데 말을 하다보면 아차~!! 하는 경우가 종종 생겨난다. 안 해도 될 말을 하기도 하고, 웃자고 한 말이 남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속담이 있듯이, 내가 내뱉은 말 한마디는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괴이한 소문을 만들어내기도 하기 때문에, 말 조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기만 하다.
더욱이 요즘은 말 뿐만 아니라 인터넷 댓글에서도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악성 댓글로 상처 받는 사람들이 생겨나기도 하고, 밝혀지지 않는 내용이 순식간에 유포되면서 큰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는데, 이 동화책을 읽으면서 말과 댓글에서 무엇보다 신중해야한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할머니 왕 스피커>>는 할머니의 말 한마디로 상처받은 윤서를 통해서 말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교훈과 판타지가 가미된 이야기를 통해서 재미도 함께 선사하고 있다.
윤서는 할머니께서 사소한 일도 스피커에 대고 말하듯 동네 사람들에게 소문을 퍼트려 ’왕 스피커’라는 별명을 지었다. 거기다 수다쟁이 할머니는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소문을 퍼트리는 소문 새 같아서 ’소문새’라는 별명도 있다.
체육대회 날 달리기에서 일등을 한 동환이를 보며 할머니는,
"동화이는 공부만 잘하는 게 아니라, 달리기도 일등이로구나! 역시 우리 손녀딸이 좋아할 만하네. 이다음에 윤서 크면 시집보내도 되겠다."(본문 8p)
라는 말을 해서 윤서를 당황하게 했고, 친구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는 바람에 동환이와도 절교를 하게 되었고, 친구들의 놀림을 받아야만 했다.
약이 바짝 오른 윤서는 베란다에서 할머니가 가장 아끼는 항아리로 복수를 하리라 다짐하는데, 우연히 열게 된 맨 끝에 놓여 있는 가장 작고 오래된 항아리에서 사람 말소리가 들리는 것을 발견한다. 항아리에 호기심을 갖던 윤서는 실수로 항아리 뚜껑을 깨뜨리게 되고, 그 결과 항아리 속 말들이 삽시간에 퍼지면서 할머니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급기야는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 사태까지 일어난다.
설상가상 윤서는 학급 홈페이지에서 선생님께 짝꿍을 바꾸어달라는 동환이의 글과 그 밑에 달린 댓글을 보고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자꾸만 슬퍼지면서 눈물이 났어요. 누구한테 한 대 맞은 것처럼 가슴 한복판이 싸늘하게 아파 왔어요. 고까짓 일로 짝을 바꿔 달라는 동환이한테도 서운하고 나를 뚱뚱보라고 놀린 친구들도 미웠어요. (본문 45,46p)
윤서는 뚜껑이 깨진 항아리 주둥이에 대고 소리를 지르다 항아리 안으로 빨려들어가게 되고, 아주 옛날 할머니가 갓 시집왔던 그때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윤서는 항아리와 할머니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할머니를 미워했던 마음이 눈녹듯 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할머니를 이해하고, 할머니를 용서하는 윤서의 마음 때문이었는지 무서웠던 소문들은 사라지게 되었고, 윤서는 항아리 속 모험을 통해서 말과 댓글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할머니, 말 항아리를 새 항아리로 만들면 안 돼? 그럼, 깨진 뚜경 조각을 모아서 본드로 붙여 볼까?"
"윤서야! 한번 뱉은 말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듯이 한번 깨진 옹기 조각도 마찬가지란다." (본문 112p)
"인터넷에서 서로 얼굴이 안 보인다고 상대방에게 욕을 하거나 나쁜 말을 하는 것을 정말 잘못된 행동이에요. 여러분도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요즘 누군가 잘 알지도 못하고 퍼뜨린 헛소문 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들도 참 많아요. 인터넷은 잘 쓰면 우리에게 유익한 정보의 바다가 되어 주지만, 자칫 잘못 쓰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어요." (본문 106p)
깨진 옹기처럼 한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게 된다. 한번 내뱉은 잘못된 말과 댓글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를 주게 된다. 악성 댓글로 인한 상처로 자살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 그 무엇보다 말과 댓글의 소중함이 더욱 강조되어야 할때가 아닌가 싶다.
<<할머니는 왕 스피커>>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판타지를 소재로 하여 말의 소중함과 올바른 인터넷 사용에 대해 일깨우고 있다. 그 과정 속에서 할머니와의 화해와 용서는 가족의 사랑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말의 소중함이 윤서를 통해서 어린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기에, 어린이들 스스로가 말과 댓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유익한 동화책이다.
(사진출처: ’할머니는 왕 스피커’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