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라의 재
프랭크 매코트 지음, 김루시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퓰리처 상, 전미 도서 비평가상, LA 타임스 도서상, 애비 어둬드 수상.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수식어들이다. 그만큼 작품성이 뛰어난 소설이란 뜻이리라.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들을 읽다보면 사실 재미와 흥행면에서는 좀 아쉬운 점을 보이곤 하는데, 이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주 잔잔할 뿐 어떤 극적인 면이나, 유머적인 면에서는 좀 부족한 느낌이 들지 않나 싶다.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사실 조금 지루했다.(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부분임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책으로 쓰면 열 권도 모자란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한 사람이 살아온 인생도 개인의 역사이고, 나라의 역사 속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괜한 허풍만은 아니라 생각된다. 그러나 사실 자신이 살아온 날을 글로 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 프랭크 매코트가 자신의 성장과정을 책으로 출간하고,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웃음과 눈물을 뛰어남는 감동을 가진 책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 아닐까 싶다.
<<안젤라의 재>>는 저자 프랭크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열아홉 살까지 가난으로 힘겨웠던 생활 속에서 가족애와 이웃간의 사랑을 느끼며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세기 중반 아일랜드인들이 겪어야 했던 시대적 상황을 한 어린 소년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런 시대적 상황과 가난으로 인한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이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6.25 전쟁이 끝난 후의 우리나라 모습 역시 이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묘한 동질감과 함께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프랭크의 아버지 말라키 매코트는 앤트림 주 툼의 한 농가에서 태어났는데, 영국인이나 아일랜드, 혹은 양쪽 모두와 껄끄러운 사이였다. 아버지는 구 IRA(아일랜드 공화국군.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광화국의 통일을 요구하는 반군사조직)에 입단해 싸우다 극단적인 행동으로 현상금이 걸린 도망자가 된다. 대공황 시절의 뉴욕에 도착한 어머니 안젤라는 말라키를 만나게 되고 사회적 분위기가 주는 압박에 의해 결혼에 이르게 된다. 프랭크의 탄생 일년 후, 말라키가 태어나고 얼마 뒤 쌍둥이 형제가 태어난다.
프랭크는 아버지가 들려주는 쿠훌린의 이야기를 잔뜩 심취해 있는데, 이는 아버지가 프랭크 자신을 들어올려 무릎에 앉혀 들려준 이야기로 아버지의 인자한 모습을 기억하고 싶은 프랭크의 마음이 아니었나 싶다.
수당을 받으면 술을 마시는 아버지, 먹을 것이 없어 젖병에 우유 대신에 물과 설탕을 섞어야 하는 어머니 그리고 동생 마거릿의 죽음으로 프랭크 가족은 아일랜드로 돌아가지만, 그 곳에도 가난과 기아에는 벗어날 수 없었고, 쌍둥이 형제마저 잃어야 하는 슬픔을 겪게 된다.
이 책에서는 실업자인데다 술독에 빠진 아버지, 낙태와 피임이 되지 않는 오랜 카톨릭 전통과 가부장적 문화로 인해 늘 고통받아야 했던 어머니 그리고 가난으로 인해 핍박 받아야 했던 아픔과 맹목적인 신상심을 가진 선생님 등으로 프랭크 가족이 겪은 아픔 등이 담담하게 그리고 진솔하게 그려져있다.

말라키가 고통이 뭔지 궁금해한다.
고통. 나도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싶다. 하지만 아빠는 고통이란, 오, 얘야, 이 세상이 고통이고 만물이 고통 속에 빠져 있단다. (본문 154p)

가끔은 프랭크의 엉뚱한 상상과 행동이 웃음을 자아내고 있지만, 암울했던 시대적 상황 속에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의 생활 모습 탓에 전체적인 분위기는 침울하다. 더군다나 사회적 풍습 때문이었을지 몰라도 술독에 빠져 가족을 돌보지 않았던 아버지의 모습은 쿠훌린의 이야기를 해주었던 아버지의 인자했던 모습과는 너무 상반되어 있어 책을 읽는 동안 아버지의 모습 때문에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런 가족을 보듬어주고 돌봐준 이웃으로 인해 프랭크는 작은 희망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시대적 분위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너무도 나약해 보이는 이들의 모습이 내게는 그닥 큰 감흥을 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 시절의 시대적 상황을 이해하고, 그들의 나약했던 삶이 결코 그들만의 책임이 아니었음을 이해함으로써 그들의 나약한 삶에 대한 이해와 안타까움을 느낄 수는 있었다.
열 아홉살, 희망을 품고 미국으로 간 프랭크의 이민 생활 속에서는 더 큰 희망을 볼 수 있을런지.
가난으로 힘겨웠던 어린 시절을 뒤로 하고, 프랭크는 작가가 되어(비록 지금은 세상을 떠났지만),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책은 결코 행복하지 못했을 법한 그의 삶 속에서 추억을 찾아내고, 따뜻한 정을 찾아낸 그의 눈물겨운 노력이 빚어낸 산물은 아닐가 싶다. 

(사진출처: ’안젤라의 재’ 표지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