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가는 은빛 그물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66
황선미 지음, 윤봉선 그림 / 시공주니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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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샘마을 몽당깨비><나쁜 어린이표><과수원을 점령하라> 등의 황선미 작가는 내가 좋아하는 동화 작가 중의 한분이다. 언급한 네 권 모두 소장하고 있는 책으로, 읽고 또 읽어도 재미있는 작품인데 어린이를 비롯해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작품이다. 황선미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눈여겨 보던 작품 <<바다로 가는 은빛 그물>>을 이제야 읽어보게 되었다.

어린시절, 아차산 줄기를 따라 내려오던 긴 도랑에서 아이들과 가재를 잡기도 하고, 산에 올라가 산딸기를 따 먹으면 놀던 기억이 있다. 여름이면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며 더위를 식히곤 했는데, 지금 이 곳은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로 변했다.
자동차 경적이 울리고, 도랑은 차갑고 딱딱한 시멘트로 덮여졌지만, 어린시절 친구와 함께 자연에서 놀던 그 추억까지는 덮지 못했기에, 나는 이 곳을 지날 때마다 어린시절 행복했던 일들을 떠올리곤 한다.



<<바다로 가는 은빛 그물>>은 쉰둥이, 늦둥이로 놀림을 받는 명하가 친구와 다투고, 화해하는 과정에서 성장해가는 이야기지만 그 밑바탕에는 자연에 대한 소중함이 배어있다.
’늦둥이, 쉰둥이’는 명하가 아주 싫어하는 말이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같이 놀았던 귀영이는 생일이 지나 그물도 생기고, 형들과 함께 실뱀장어도 잡을 수 있게 되었다며, 명하를 어린애 취급하며 함께 놀아주지도 않는다. 그물을 갖는다는 건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라는 증거다. 소사천의 물 높이가 바뀌는 걸 감당하려면 적어도 만 열 살이 넘은 사람만 실뱅장어를 잡을 수 있다는 게 오래전 규칙이기 때문에, 생일 지난 귀영이가 명하를 놀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헌데 명하는 그게 못내 야속하다.

"쉬어 꼬부라진 쉰둥이! 넌 말조개나 잡아라!" 
이제부터 귀영이와는 끝이다. 평생 말도 안 할 것이다. 절대로. 영원히 증오해 줄 것이다. 맹세코.
(본문 24p)



명하의 마음을 안 아버지는 은빛 그물을 만들어 주셨고, 명하는 형들과 함께 실뱀장어를 잡으러 다닐 수 있게 되면서 귀영이와도 화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소사천에 큰 방조제가 생기게 되면서 실뱅잠어를 잡기도 어려워졌고 조개들이 다 썩어 구린내가 나고, 소사천의 재미있는 것들은 다 사라지기 시작했다.



바다에서 태어나 강으로 와서 크고, 다시 바다로간다는 뱀장어들. 이제 걔들은 어떻게 바다로 가고 어디에 가서 클까. 방조제는 택시를 타고 갈 만큼 크고 어마어마하다던데. 애들 그물과는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난 그물일 텐데.
"이제 저기는 들어가지마. 흐르는 물은 막히면 죽는 거여. 죽은 물에 몸 담그면 쓰간디."
(본문 90p)

6월, 오늘 서울은 33도로 폭염주의보가 발효되었다.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고 자연은 인간들에게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많은 자연을 훼손하고 나서야, 우리는 비로소 자연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 어린이들은 우리가 자연과 함께 했던 행복했던 추억을 경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연의 생명력,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 속에서 성장하던 우리네 모습과는 달리, 어린이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기심과 경쟁심을 배우며 자란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자연을 되살리고자 하는 노력이 있고, <<바다로 가는 은빛 그물>>과 같은 동화를 통해 자연이 주는 너그러움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자연이 직접 가르쳐주는 풍요로움이나 건강함 그리고 힘찬 생명력은 아니여도, 이렇게 동화 속에서 미처 경험하지 못한 것을 배우고, 경험하면서 어린이들은 성장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자연과 함께하며, 친구와 화해하고 용서를 통해 성장하는 명하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 어린이들도 자연이 보여주는 너그러움을 배워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사진출처: ’바다로 가는 은빛 그물’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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