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접하게 된 것은 <<파피용>>을 통해서였는데, 그 후 <<파라다이스>>를 읽으면서 이 작가의 놀랍고도 끝없는 상상력의 세계를 엿 볼 수 있었다. 도대체 이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은 어디서 시작되는 걸까?
나 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들의 베르나르의 놀라운 상상력의 원천이 궁금했을 것이다. 거기에 대한 해답을 주듯, 베르베르는 열네 살 때부터 작성해 온 자신만의 비밀노트를 공개했다.

베르베르는 그 노트에 스스로 떠올린 영감들, 상상력을 촉발하는 이야기들, 발상과 관점을 뒤집어 놓은 사건들, 인간과 세계에 대한 자신의 독특한 해석들을 차곡차곡 담았다. (표지 뒷면 中)

처음 책 출간 소식을 듣자마자 굉장히 궁금했던 책인데 이제야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600페이지가 넘는 책의 두께에 살짝 놀랐는데, 베르베르의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많은 궁금증을 일게 했고, 작가가 가진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점에서도 흥미로움을 일개 했다. 노벨문학상 작가 앙드레 지드는 "나는 어떤 글을 쓰든지 중요한 모티브는 모두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찾았다." 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에서도 그리스로마 신화의 이야기를 자주 접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문학, 과학, 인류학, 심리학이나 전설, 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 것을 볼 때, 베르베르가 여러 분야에 많은 관심과 호기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특히 베르베르는 인상적이거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를 그저 적어두는 것에 만족한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를 통해서 느끼게 된 자신의 마음도 함께 기록해 두었다. 이는 책을 읽을 때나 좋은 글귀를 접할 때, 같은 이야기라 할지라도 느껴지는 감성은 조금씩 달라지는데, 자신이 느낀 작은 감정 하나하나를 소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001시도~383 모든 것’까지에 수록된 글에는 흥미로움을 유발하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았지만, 심리학이나 피타고라스 같은 어려운 분야도 수록되어 있는데, 이런 이야기에서도 상상력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런 이야기 속에서 관념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것인데, 160 관념론에서는 그의 이런 생각을 엿볼 수 있다. 
토킨스는 이렇게 쓰고 있다. <누가 어떤 창의적인 관념을 내 정신에 심어 준다면, 그는 말 그대로 나의 뇌에 기생하는 것이고, 그 생각을 전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나의 뇌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본문 295p)
 <파피용><파라다이스>를 읽다보면, 베르베르가 인류와 환경의 문제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상상력 사전>>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저자의 소견을 간간히 찾아볼 수 있었다.

만약 우리가 실패한다면, 만약 우리가 우리 행성을 파괴한다면(이제 핵무기나 오염 등으로 해서 그럴 위험성이 커졌다), 그 뒤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게 되리라는 것이다. 우리가 사라지고 나면, 다시 어떻게 해볼 도리도 없이 <게임 오버>가 되고 말리라는 얘기다. (본문 19p)

인간은 자기들이 지구를 상대로 도발을 할 때마다 지구가 응답한다는 사실을 아직 깨닫지 못했다. 그래서 이른바 자연재해가 일어날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하지만 인간이 자연재해라고 말하는 것들은 인간이 어머니인 지구와 대화를 하지 않음으로써 생겨난 인재(人災)일 뿐이다. (본문 132p)

인간 사회가 더 이상 자연 현상 앞에서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갖지 않게 되는 날, 인류는 우주와의 항상성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그 때 인류는 평형 상태를 맞게 될 것이고, 다시는 미래에 자신을 던지지 않게 될 것이며, 멀리 있는 목표에 매달리지도 않을 것이다. 인류는 아주 소박하게 현재 속에서 살게 될 것이다. (본문 332p)

신비한 숫자 142,857, 실험을 통해서 보여주는 쥐 세계의 계급 제도, 침팬지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기업에서 나타나는 집단행동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에서 보여주는 것은 바로 "어떤 체제를 이해하기 우해서는 거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본문 261p) 이다. 자기 혼자만의 상상 때문에 죽은 선원의 이야기를 통해서 베르베르는 ’인간의 생각은 무슨 일이든 이루어 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본문 311p)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 선원 이야기 뿐만 아니라 열 네살부터 글을 써옴으로써 독자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를 보여주는 베르베르 역시 인간의 생각이 이루어내는 힘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31 장미 십자회식 충고’에서는 시간을 알고 싶거든 시계를 보기 전에, 먼저 시간을 짐작해 보라. 전화벨이 울리거든 전화기를 들기 전에, 먼저 전화한 사람이 누구일까 생각해 보라. (본문 541p) 라는 글을 수록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상상력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시발점은 아닌가 싶다. 어릴 때부터 사소한 글 하나도 놓치지 않고 기록하고, 그 글을 통해서 자신만의 관념을 불어넣은 그의 열정이 있기에 놀라운 상상력을 가진 작가 베르베르가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상상력 사전>>에는 다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의 모티브가 될 이야기도 수록되어 있을 것이다. 다음에 그의 작품을 접하게 될 때 <<상상력 사전>>에 수록된 이야기를 찾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해보면 베르베르는 정말 놀라운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작품을 독자들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흥미로워할 법한 또 하나의 소재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만약 작가를 꿈꾸는 이가 있다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을 접해보라 권하고 싶다. 그의 아이디어를 살짝 훔쳐오는 것도 좋겠지만, 이 글을 통해서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는 베르베르의 열정과 노력을 느끼는 것이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한 방법일테니 말이다. 비단 예비 작가에 국한되는 것은 결코 아닐게다. 

오늘날에도 일정한 기간을 놓고 보면, 어떤 발견이나 발명들은 지구의 여러 지점에서 동시에 이루어지곤 한다.
이와 같은 현상을 대하면 이런 생각이 든다. 어떤 아이디어들이 대기권 너머의 공중에 떠다니고 있는 건 아닌지, 그래서 그것들을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인류의 지구적 지식 수준을 개선하는 데에 공헌하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본문 330p)



<<상상력 사전>>은 베르베르의 다양한 분야의 풍부한 지식을 수록한 백과사전으로서가 아니라 아이디어를 폭착할 수 있는 능력 즉, 창의적인 관념을 갖고 무엇이든 이루어낼 수 있는 인간의 놀라운 생각을 증폭시켜줄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사진출처: ’상상력 사전’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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